thebell

전체기사

‘이대론 안된다’ 금융감독체계 수술대 오를까 [금융위·금감원 어디로]①정권 입맛대로, 체제 손질의 역사…'14년 유지' 감독체계 개혁 목소리

김현정 기자공개 2022-03-03 07:53:49

[편집자주]

금융감독체계에 정답이 있을까. 기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각 방안마다 장단점이 다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쟁은 금융의 역사 속에서 반복돼 왔다. 백년대계까진 아니더라도 향후 20년 이상은 유지할 수 있는 완성형 금융감독 모델이 구축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금융감독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 금융감독체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더벨이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8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 체계개편은 오래된 ‘난제’다. 과거 새 정부는 정권 초기마다 금융개혁을 외쳤고 금융 정책·감독 체계를 뜯어고쳤다. 각 정권마다 필요에 따라 입맛에 맞춰 손질을 한 사례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금융감독 체계개편 논의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그간 끊임없이 문제점이 지적돼왔음에도 현행 금융감독체계가 14년을 이어져왔다는 점에서 ‘이제는 고쳐야할 때’란 목소리가 높다. 현재 정치권에서 내세우는 구상안들 모두 수년째 대선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만큼 공허한 구호를 넘어 치밀한 준비작업에 돌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과 신년 회동0
고승범 금융위원장(왼쪽)-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신년 회동

◇정권 입맛대로 바뀐 금융감독체계, '뜯었다 붙였다'

금융기관이라고 하면 은행이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엔 공적 민간기구인 한국은행이 금융감독의 책임자 역할을 담당했다. 정부 수립 2년 뒤인 1950년 제정된 한국은행법에서는 한은이 은행들에 대한 감독과 검사·제재 권한을 모두 갖도록 했다.

1962년 군부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는 정부 주도의 성장기에 적합한 금융감독체계가 들어섰다. 한은법 개정으로 한국은행의 금융감독 기능의 상당 부분이 재무부로 넘어갔다. 이후 차례로 만들어진 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신용관리기금 등 금융감독기구도 모두 재무부 산하로 편재됐다.

정부가 중점을 둔 산업을 빠르게 육성시키기 위해 금융감독 기능을 정부에 예속시킨 조치였다. 금융정책국장을 만나기 위해서 은행장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당연한 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금융감독체계는 1997년 IMF 직후 큰 변화를 맞았다. 당시 ‘외환위기의 근원은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재정경제원’이라는 여론이 압도적이었고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모두를 관장한 재무관료에 외환위기 책임이 쏠렸다. 여기에 더해 감독기능을 분리하라는 IMF의 강한 주문도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금융감독기능을 담당하는 총리 직속의 '금융감독위원회'를 만들었다. 그 산하엔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감독기구들을 통합한 금융감독원을 공적민간기구로 발족시켰다. 추후 금융감독 관련 법령 제·개정 권한까지 금감위로 이양시켰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 3단계 금융감독체계다. 재경부 금융정책국은 금융 법령의 제·개정권을 갖고 금융정책을 총괄했고 정부 조직인 금감위가 감독규정의 제·개정 및 인허가 등 금융감독과 관련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했다. 민간 기구인 금융감독원은 금감위의 지시 또는 위임을 받아 금융회사를 일선에서 감독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금감위의 감독권한이 더욱 강화됐다. 집권 초기 카드대란 사태로 곤란을 겪었고 감사원은 이를 놓고 금융감독체계의 감독기능이 여전히 중복돼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정부는 재경부와 금감위, 금감원의 감독권한에 대한 교통정리를 통해 금감위에 감독권한을 몰아줬다.

금융감독체계의 가장 큰 변화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에 이뤄졌다. ‘작고 유능한 정부’라는 슬로건 아래 대대적인 정부조직 통폐합을 실행했다. 이에 따라 금융산업정책 기능과 감독정책 기능을 한데 몰아넣은 '금융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금융위는 막강한 조직으로 현재까지 금융산업 최상단에 군림하고 있다.

◇'정답'은 없지만...현 금융위-금감원 체계 '손질' 목소리 높아

현재 금융위 체제는 14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다만 현행 체계의 불완전성과 비합리성을 두고는 그간 수많은 학자들과 대선 후보들이 문제점을 제기해왔다. 특히 제도가 하루아침에 탈바꿈할 수 있는 대선 때마다 금융감독 개혁의 목소리가 높았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곤 금융위에 대한 지적이 컸다. 안철수 당시 무소속 후보는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옮기고 금융감독 업무를 금감원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감원을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으로 분리하고 ‘금융안정위원회’를 신설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현 대통령) 역시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보내 금융정책국을 부활시킬 구상을 했다. 문 전 후보와 안 후보의 개편안은 금감위를 골자로 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뿌리를 뒀다는 데 공통점이 있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후보(전 대통령)는 기재부의 국제금융국(외환시장 감독, 국제금융정책 담당)을 금융위에 합쳐 ‘금융부’로 확대한다는 그림을 그렸다. 금융위의 기능을 한층 강화하면서 ‘기재부의 힘’은 빼겠다는 계산으로 금융위에서 선호했다.

2017년 대선 때도 다시 한번 논란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전 후보와 일관되게 금융 정책과 감독의 분리를 주문했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금융위는 현행 체제로 두고, 금융감독기구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기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지금 역시 비슷한 양상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아직 후보자들이 금융개혁과 관련한 공약을 명확히 내세우진 않았지만 소속 당에서 저마다의 구상안을 내놓았다.

대부분이 역대 후보자들과 마찬가지로 금융위의 감독기능이나 정책기능을 기획재정부 혹은 금융감독원에 이관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쪽은 이용우 의원과 오기형 의원이 금융위가 가진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 기능을 분리, 금융산업정책을 기획재정부에 이관해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감독정책 기능은 국무총리 소속 금감위를 설치해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로 회귀하는 정책이다.

윤석열 후보의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에선 성일종 의원과 윤창현 의원이 유사한 내용의 금융감독원법 제정안을 낸 바 있다. 윤석열 캠프에서는 현행 금융위를 아예 금융부로 승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전 박근혜 캠프에서 구상한 내용의 연장선이다.

두 대선 캠프는 모두 모두 금융 감독 체계의 변화에 대해 주문하고 있다. 대통령선거와 인수위가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정권 초기가 이같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적기다.

김대식 한양대 교수는 “기관마다 이해관계가 매우 첨예한 만큼 해당 사안은 논의를 거듭할수록 겉돌고 미궁 속에 빠진다”며 “최근 10년가량 정권 교체기를 빌어 금융개혁을 추진하는 시도들이 많았으나 실현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기 정부는 금융감독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