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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네이버 지분동맹 중간 점검]대한통운, 풀필먼트 확장 '묘수'…공동투자 정체③이커머스 물량 확보·AI기술 협력, 브랜드스토어 전용 물류센터 '안갯속'

이효범 기자공개 2022-02-25 08:04:03

[편집자주]

CJ가 네이버와 K콘텐츠 육성을 목표로 주식을 맞교환한지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당시 양사간에 6000억원에 달하는 주식교환 거래를 실행하면서 시너지 기대도 적지 않았다. 미래 경쟁력 강화라는 공통의 이해관계 속에서 추진한 과제는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혁신을 키워드로 첫단추를 꿴 전략적 협업의 진척도를 콘텐츠와 OTT, 물류 등 각 영역별 현황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24일 15: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대한통운과 네이버의 주식교환은 이커머스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피어난 묘수였다. 자체적으로 물류 인프라를 갖춘 쿠팡, SSG닷컴 등과 달리 네이버는 물류 인프라가, CJ대한통운은 플랫폼이 부재하다는 극명한 약점을 갖고 있었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양사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필연적이었다.

그러나 주식교환 당시 그렸던 청사진은 아직까지 반쪽짜리다.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공동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든든한 화주를 확보했지만 신선식품 등으로 확대되는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한 물류 인프라 확충을 두고 아쉬움을 삼키고 있다. 네이버가 신세계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CJ대한통운과 공동투자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주식교환 후 협력 본격화…이커머스 거래 물량 증가

CJ대한통운이 이커머스 기업들을 대상으로 'e-풀필먼트' 서비스를 론칭한 건 2020년 4월이다. 주로 네이버쇼핑 브랜드스토어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대기업들을 영업타깃으로 확장 전략을 세웠다. 네이버가 같은해 2월 론칭한 브랜드스토어는 스마트스토어와 별개로 대기업 브랜드들이 입점해 상품을 유통하는 플랫폼이다.

양사는 시범적으로 협업 관계를 이어오다 2020년 10월 이뤄진 그룹 차원의 주식교환을 계기로 협력을 본격화했다. CJ대한통운은 자사주 179만1044주(7.85%)를 넘기는 대신 네이버 주식 104만7120주(0.64%)를 받았다. 3000억원 규모로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이 각각 1500억원씩 주식을 교환한 것과 비교하면 2배 수준이다.

주식교환으로 네이버는 물류 인프라를, CJ대한통운은 화주를 확보했다. CJ대한통운은 아시아 최대 택배 인프라 ‘메가허브 곤지암’에 갖춰진 풀필먼트센터를 활용하고 있다. 주식교환 이듬해 군포와 용인에 잇따라 풀필먼트 센터를 오픈하면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도 넓혔다. 특히 곤지암과 군포 풀필먼트센터는 네이버 물량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CJ대한통운 곤지암 e-풀필먼트센터

지난해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CJ대한통운은 크게 CL(계약물류), 택배, 글로벌 등 3개 사업부문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풀필먼트 사업은 택배사업부문에 포함된다. 택배사업부문의 2021년 매출액은 3조5671억원이다. 전년대비 11.61% 증가한 규모다. CL사업부문, 글로벌사업부문 매출 성장률이 한자릿수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큰폭의 성장세다.

이커머스 물동량(신LMD(라스트마일딜리버리)+풀필먼트)은 2020년 100만 박스 안팎에 그쳤으나 2021년에는 2900만 박스로 증가했다. 관련 매출액도 2020년에는 600억원대였지만 지난해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네이버 브랜드스토어도 지난해 617개로 확대됐다. 연간 거래액도 1조9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4분기에만 거래액은 110% 성장했다.

다만 이커머스 물동량은 여전히 택배 물동량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2021년 택배물동량은 17억5600만 박스다. 이커머스 물동량은 이에 비하면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CJ대한통운은 이커머스에 제공하는 풀필먼트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체 실적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갈길이 멀다는 얘기다.

◇'성장동력 이커머스' 물류확충 2.5조 투입…실탄조달 방안은

CJ대한통운은 2013년부터 꾸준히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해오다 2020년부터 한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CL사업부문과 글로벌사업부문은 2020년 전년대비 역성장했고 2021년에도 성장률 5%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택배사업부문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다.


그룹 차원의 중장기 비전에서 CJ대한통운의 핵심 미션은 국내 이커머스 산업의 ‘핵심 동반자’ 지위를 강화하는데 있다. 이같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네이버와의 공조는 상당히 중요해진 셈이다. 네이버의 이커머스 거래량은 국내 1위로 업계에서는 지난해 20조~30조원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역할은 명확하다. 네이버를 비롯해 이커머스를 대상으로 한 물량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소화할 수 있는 물류 인프라를 확장해야 한다. 기존 택배 물류센터와 풀필먼트 센터의 활용도가 다르다는 점에서 이커머스 물량에 대응한 신규 투자가 불가피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온, 냉장, 냉동 등 온도별로 풀필먼트센터 구축을 하기 위해 네이버와 공동투자를 실시하면 CJ대한통운 입장에서 투자 리스크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쿠팡과 같이 단독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기는 비용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J대한통운도 오는 2023년까지 이커머스 물류 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해 2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6월 CJ로킨 매각으로 연결기준 부채를 감축하는 동시에 약 3900억원 수준의 순매각대금이 유입됐다. 다만 그만큼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영향도 있다. 지난해말 연결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295억원이다. 내년까지 투자계획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투자재원 조달방안이 불가피해 보인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커머스 물류 역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간 내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보유한 현금과 자산가치 등을 고려할 때 투자재원을 마련하는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확충' 공동투자 원점, 계획수립 초기단계

CJ대한통운은 네이버와 주식교환으로 화주를 확보하는 것 뿐만 아니라 투자 측면에서도 기대가 컸다. 원래 그린 청사진은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전용 풀필먼트센터를 공동으로 구축하는 것이었다. 실제 주식 교환 당시에도 CJ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e-풀필먼트 사업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물류 인프라 공동 투자 등의 방법을 통해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식교환 이후 1년 넘게 양사는 물류 인프라를 공동으로 구축하기 위한 투자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은 생필품 뿐만 아니라 신선식품으로 배송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상온 뿐만 아니라 냉장, 냉동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해야 한다.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화주들의 물동량이 뒷받침되고 막대한 투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CJ대한통운의 재무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네이버가 신세계그룹과 주식교환을 실시해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점도 변수다. CJ그룹과 주식교환 이후인 지난해 3월 신선식품 관련 물류 강화를 위해 이마트와 15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맞바꿨다. 또 신세계인터내셔날과도 주식을 1000억원 규모로 교환했다. 이를 통해 이마트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 3곳과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전국 7300여개의 오프라인 거점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네이버의 선택지가 넓어지는 셈이다.

CJ그룹 관계자는 "네이버에 물류 인프라를 제공하는 대신 화주를 확보하는 쪽으로 협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현재 구체화 된 투자계획을 논의하기 보다 이커머스 물량을 확보하고 AI(인공지능) 기술 등을 물류 인프라에 적용하는 형태로 협력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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