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3월 04일 0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전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에 축하 인사를 전했다가 다소 민망한 경험을 했다. 그간의 노고와 마음고생을 한번에 날려버릴 만큼 이익의 폭이 커 기쁜 마음에 축하를 건냈지만 이상하게도 그 반응은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당장의 성과는 좋아보이겠지만 꾸준하고 영속적인 이익이 아니라서 불안하다고 했다. 2020년과 2021년 상반기까지 이어진 증시 활황으로 수익률 상승의 열매를 만끽했으나 꽤나 오랜기간 투자 성과가 저조해 어려움을 겪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그다지 기뻐할 일이 아니라는 일종의 하소연이었다.
최근 몇 년간 헤지펀드 시장의 궤적을 되돌아 보면 이러한 반응이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한다. 내심 기쁨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겸손과 겸양의 미덕은 아니라는 뜻이다.
2019년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를 관통하면서 수탁고 감소와 업계 전반적으로 퍼져나간 불신 탓에 운용사들 모두 힘든 시기를 거쳤다. 이후 헤지펀드 운용사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가 생기면서 업계 전반적인 성숙도는 올라갔다. 푹 주저앉았던 수탁고 역시 예년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잔뜩 움츠러들었던 전문 사모 운용사들의 어깨도 점차 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을 시장의 완연한 회복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상황이 녹록지는 않아 보인다. 일부 중소 운용사들은 은행들의 수탁 업무 기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고육책으로 신기술투자사업 조합과 손을 잡고 펀드를 결성하는 사례가 눈에띄게 많아지는 점도 이러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무엇보다 증시 침체로 인한 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운용사들에게 가장 큰 불안요소다. 특히 에쿼티 투자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는 운용사의 경우 올해 수익률 목표를 두고 벌써부터 한숨이 터져나온다. 대선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쳐 변동성이 극심해진 요즘 같은 장에는 아예 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전략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과거 미국 프로농구 NBA의 스타 플레이어 가운데 하나였던 칼 말론은 '우편 배달부'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5년 은퇴할 때까지 20년간 코트를 누비면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우편물을 전달하는 집배원처럼 늘 한결같은 활약을 보여줘 붙은 별명이다.
결국 운용사의 성패도 꾸준함에 있다.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한순간 식어버리기 보다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운용사가 오랫동안 살아남기 마련이다. 올해 증시 침체와 변동성 확대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가져다 줄 우편배달부는 누가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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