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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판분리 서두르는 푸르덴셜생명, 성공은 '안갯속' 기존 에이전시체계와 제판분리 충돌…설계사 문턱 낮추며 LP 정체성 '흔들'

이은솔 기자공개 2022-03-10 08:04:45

이 기사는 2022년 03월 08일 16: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푸르덴셜생명보험이 판매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제판분리의 성공이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푸르덴셜생명이 강조해온 영업 체계와 제판분리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제판분리 이전까지 영업 조직을 키우기 위해 신규 설계사의 문턱을 낮추기로 했는데, 엘리트 전문가 집단이라는 라이프플래너(LP)의 정체성이 흔들릴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보험은 최근 영업본부장 회의를 통해 본격적인 제판분리 자회사 설립 방안과 시기 등을 확정했다. 상반기 내 자회사형 독립보험대리점(GA)인 KB라이프파트너스를 설립하고 설계사들을 이동시킬 예정이다.

푸르덴셜생명의 제판분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전속설계사 채널만으로는 영업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렵고 사업비 절감 등 장기적인 효율성을 위해 대부분의 회사가 판매 자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푸르덴셜생명이 강화하고 있는 에이전시 체계와 제판분리가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푸르덴셜생명은 지속적으로 '3티어스' 체계를 강화해오고 있다. 3티어스는 지점장-매니저-LP 3단계로 이어지는 푸르덴셜생명의 에이전시 시스템을 뜻한다. 푸르덴셜생명의 매니저는 직접 고객과 만나 영업을 하지는 않고 LP를 모집하는 역할을 한다. 푸르덴셜생명은 최근까지도 지점장과 매니저들에게 현재 에이전시 시스템을 강화할 거라는 방향을 밝혀왔다.

제판분리의 핵심은 사업비 효율화다. 관리자급 직원을 늘리는 것과는 반대의 방향성을 갖고 있다. 제판분리를 단행하게 되면 에이전시 시스템을 현행처럼 유지하기는 어렵다. 자회사 이전을 통해 원수보험사가 전속설계사 조직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임차료, 관리 인력 등에 대한 비용을 줄여 효율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연말부터 제판분리를 검토해왔으나 기존의 영업 관리 체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논의가 중단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판분리 추진이 알려지면서 영업조직 내부도 흔들리고 있다. 법인 설립까지 두달 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영업 보수나 처우, 기존 계약에 대한 수수료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 상품은 신규 계약시 회사에 유입되는 금액보다 설계사에게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가 더 크다. 지금까지는 사내 유보금이 쌓여 있었기 때문에 신계약 수수료를 선지급하고 향후 지속적인 보험료 수입으로 수익을 내는 선순환이 가능했다.

그러나 신설 자회사는 유보금이 없기 때문에 자본금에서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신규 자회사는 자본금 300억원으로 출범하는데, 현재 푸르덴셜생명의 지점 60여개에서 매년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비용만 감안해도 1년 내에 자본금이 고갈된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설계사들은 자본력이 약한 자회사로 이동할 경우 판매 수수료나 영업 프로모션 등이 이전보다 축소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제판분리를 앞두고 신규 LP의 문턱을 낮추기로 한 점도 논란의 대상다. 일부 지점은 푸르덴셜생명 최초로 '고졸 LP' 리크루팅에 나선다. 제판분리 전 자본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LP 인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최근 신규 설계사 영입이 쉽지 않다보니 지점장 재량 하에 기준선을 낮추기로 했다.

이를 두고 영업 조직 내부에서는 고학력·고능률 설계사라는 푸르덴셜의 기존 정체성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보험 영업을 비전문가들이 부업으로 삼는다는 통념을 깨고 '설계사 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의 까다로운 기준과 철저한 교육을 제공했다. 4년제 대졸자, 다른 직종 2년 이상 경력자를 LP로 모집해 타사와 차별화했다. 실제로 푸르덴셜생명에는 명문대학과 유수 대기업 출신 LP들이 다수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할 당시 밸류 측정에도 LP 조직 '퀄리티'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푸르덴셜생명의 LP 조직은 인원수는 적지만 의사, 변호사, 자산가 등 고위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KB금융그룹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군을 고객으로 보유한 LP 조직에 국민은행·카드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결부한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했다.

푸르덴셜생명의 전속설계사 조직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인수합병과 코로나19 등이 겹치며 기존 설계사들의 이탈이 늘었고, 매니저와 신규 설계사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늘렸지만 전체 인원은 소폭 줄어드는 추세다. 신규 영입된 LP들은 기존 LP 대비 생산성과 보유 고객군 등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영업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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