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3월 29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 창업주 고 신격호 명예회장은 껌과 과자를 판 돈으로 그룹사 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1965년 한일수교 이후 롯데제과를 설립하고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을 잇따라 편입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식품사업에서 발생하는 현금은 유통과 화학분야에 투자하는 재원이자 대기업 그룹사로 탈바꿈 하는 근간이었다.특히 롯데제과는 한때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 위치했다. 한국 롯데그룹의 모태라는 징표였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립한 '형제의 난' 당시에도 롯데제과의 중요성은 부각됐다. 신 회장의 우호세력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제과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었던 신 회장에게 힘을 몰아줬다.
하지만 현재 그룹 내 식품 계열사들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2017년 한국 롯데의 지주사 전환 이후 입지가 크게 줄었다. 롯데제과의 투자부문으로 만들어진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지배구조의 중심 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을 제외하면 롯데제과는 그룹 내 식품 계열사 중 하나일 뿐이다.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식품 계열사들은 화학, 유통 계열사에 비해서 선호도가 높지 않다. 그룹 내에서는 롯데케미칼은 1순위, 롯데면세점·백화점 등이 2순위로 꼽힌다. 호텔롯데나 나머지 계열사를 감안하면 식품 계열사에 대한 선호도는 "밑바닥 수준"이라는게 식품 계열사 직원들의 자조섞인 평가다.
최근 수년간 실적 마저 녹록지 않다. 롯데제과나 롯데칠성음료는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하면 그나마 우상향하는 영업실적을 내고 있다. 다만 국내 시장의 위축에 대응해 이렇다 할 성장동력이 없다는게 문제다. 롯데푸드, 롯데지알에스의 실적은 아예 내리막이다.
롯데 식품 계열사들은 오랜기간 이렇다 할 메가 브랜드 상품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롯데푸드의 HMR(가정간편식) 브랜드 '쉐푸드'도 기대에 못 미쳤다. 이와 비교해 CJ제일제당 '비비고', 농심 '신라면'은 연간 1조원을 넘거나 이에 육박하는 매출을 창출하는 단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오리온 '초코파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등도 해외에서 수천억원의 매출을 내면서 소비자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롯데가 HQ(헤드쿼터)체제로 전환하면서 식품 계열사들은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합병안은 식품사업을 두고 롯데가 승부수를 띄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시장에서는 구조조정 효과에 초점을 둔 효율화 작업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이런 잡음에서 벗어나려면 롯데는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이번 합병에 따른 효과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 효과가 결국 롯데 식품 계열사들의 위상을 바꾸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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