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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SM 제국, 감사 노리는 트로이목마에 떨다 [K-행동주의 물결]⑦라이크기획 계약 정당성 겨냥…첫 배당 등 '소기 성과'

양정우 기자공개 2022-04-01 10:30:26

[편집자주]

행동주의 투자에 나선 토종 헤지펀드 운용사의 기세가 거세다. 국내 대표 하우스부터 신생 운용사까지 각양각색 접근법으로 저평가된 주가를 개선시킬 묘안을 제시하고 있다. 행동주의라는 푯대는 동일하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과 전략도 다양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주축 전략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기지개를 켜고 있는 'K-행동주의'의 현황을 더벨이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31일 06: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생 자산운용사의 레터(letter) 하나로 SM엔터테인먼트 제국의 단단했던 옹벽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표 대결 양상이 구체화되기 전부터 사상 첫 배당에 나서며 행동주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오너인 이수만 프로듀서가 소유한 라이크기획과 SM엔터의 프로듀싱 용역계약은 오랜 기간 지적돼 온 해묵은 이슈다. 과거 KB자산운용이 공개 저격하기도 했으나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행동주의 액션은 철옹성이던 SM엔터를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무엇보다 신임 감사 선임이라는 주주 제안 카드가 제대로 먹혀들었다. 조사권이라는 칼자루를 쥔 감사 자리를 확보하면 라이크기획 이슈를 법적 수단까지 동원해 진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제왕적 리더십에 반발하는 사회 분위기(소액주주) 속에서 기존 감사의 임기만료에 맞춰 빈틈을 파고든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신규 감사 선임시 조사권 발동…라이크기획 계약 당위성 도마위

얼라인운용의 주주 제안(곽준호 전 KCFT 경영지원본부장의 감사 선임)에 대한 SM엔터의 대응 정도는 운용업계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이미 행동주의 액션을 한차례 경험했기에 당초 작은 파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16일 정관 일부 변경 안건과 추가 사내이사 신규선임 안건을 정기주주총회에 전격 추가하는 강수를 뒀고 결국 무리수인 것을 스스로 자인하듯이 다시 철회하는 실책도 나왔다. 이런 다급한 행보를 놓고 감사 자리를 노린 얼라인운용의 주주 제안이 가장 민감한 곳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감사는 강력한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사의 직무 집행 감사는 물론 회사 업무와 재산 상태를 소상히 조사할 수 있다. 이사에게 영업에 대한 보고를 요구하는 것 역시 언제든지 가능하다. 이런 권한의 실효성을 담보하고자 회사의 비용으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소집하는 권한까지 갖고 있다.

얼라인운용은 감사 자리를 확보하는 즉시 조사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우선 SM엔터가 이사회 결의사항으로 체결해야 하는 수준의 주요 계약을 전수조사할 예정이다. 감사의 권한을 발동해 해당 계약의 근거 자료와 결의 내용을 꼼꼼하게 뜯어보기로 했다. 물론 외부 회계사와 변호사를 별도로 고용해 전문가 집단이 면밀한 진단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 주요 계약엔 라이크기획과의 계약도 포함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외부 관전자의 시각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을 지닌 조치 차원에서 이수만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와 맺은 계약을 검토할 방침이다. 라이크기획뿐 아니라 다른 관계사와 SM엔터, 이들 관계사와 계열사 사이 계약도 모두 도마 위에 올릴 수 있다.

적법성뿐 아니라 적합성 역시 감사가 다룰 수 있는 영역에 속한다. 과거 감사는 분식 회계, 공금 횡령 등 부정 행위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위법한 집행을 감시하는 건 여전히 가장 중요한 업무다. 다만 기업이 전문 조직으로 진화하면서 감사 역할의 폭도 커지고 있다. 조직 전체의 운영 개선과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역할에 한층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SM엔터의 감사는 라이크기획과 맺은 계약의 속사정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리"라며 "SM엔터가 거칠고 과격한 방법을 동원해 방어에 나선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감사가 내부고발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행동주의 투자자, 시장가치 회복 목표…감사 선임 후 대화 유지, 매각 가속 무게

얼라인운용은 어디까지나 시민단체가 아닌 행동주의 투자자다. 궁극적으로 기업가치에 걸맞는 시장가치를 회복해 하우스뿐 아니라 주주 모두가 투자 수익을 거두는 게 목표다.

이 때문에 감사 자리를 확보해도 오너를 비롯한 경영진과 대화를 이어갈 방침이다. 결국 SM엔터가 최대주주가 아닌 법인 그 자체의 이익을 가장 중시하는 형태로 영업과 조직 전반이 정비돼야 한다고 본다. 주총에서 공식 선임된 감사가 조사에 착수하기 전에 사측이 자발적으로 문제시된 사안을 정리하는 것도 얼라인운용이 지향하는 모습이다. 이런 이슈가 해소되면 시장의 재평가는 자연스레 뒤따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출신 이창환 대표가 세운 얼라인운용은 감사 선임 주주 제안이 통과되면 SM엔터의 매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한다. 아무래도 창업주가 통제할 수 없는 감사라는 부담은 자식처럼 키워온 회사일지라도 매각 결심을 굳히는 데 한몫을 할 수 있다.

◇피어그룹 경영성과도 비교대상…오너 개인회사 계약 전무

얼라인운용은 SM엔터가 케이팝(K-pop) 선도기업으로서 갖춘 위상, 실적과 비교해 주가가 크게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달 25일 종가 기준 SM엔터의 시가총액은 약 1조7000억원으로 집계돼 하이브(약 11조8000억원)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같은 시총은 음반판매량이 SM엔터의 약 3분의 1, 매출액이 약 4분 1 정도에 불과한 JYP엔터테인먼트(약 1조6000억원)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EV(Enterprise Value) 기준으로 따져보면 JYP보다 오히려 낮게 평가 받고 있다. 영업이익(EBIT)의 배수로 비교할 경우 SM엔터(11.8배)는 JYP(23.2 배)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얼라인운용의 관점에서는 저평가의 핵심 원인으로 20년 넘게 지속된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지목한다. 이 계약은 거래 조건의 일부 변경을 거치면서 수차례 연장돼 왔다. 현재 SM엔터 매출액의 최대 6%를 지급하는 조건이다. SM엔터는 상장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총 1427억원(지난해 1~3분기 181억원)을 인세로 지급했다.


대표적 피어그룹인 하이브와 JYP의 최대주주는 방시혁 의장과 박진영 대표다. 이들 인사는 회사의 등기임원으로 취임해 법적 책임을 지면서 주총에서 승인되는 이사의 보수 한도 내에서 연봉을 지급받고 있다. 2020년 기준 방 의장을 포함한 하이브 등기이사의 평균 연봉은 5억원이었고 박 대표의 연봉은 상여 등을 포함해 8억원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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