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멀티전략]공모펀드 출시 미미…투자자 비선호·운용 제약③고위험 고수익 추구 개인 '외면'…비시장성·파생상품 운용 장벽
이민호 기자공개 2022-06-08 08:06:52
[편집자주]
최근들어 멀티전략 헤지펀드가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로 증시 침체가 지속되면서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진데 따른 결과다. 다양한 자산과 전략의 믹싱으로 변동성을 낮추는 것이 핵심인 멀티전략은 그동안 주식형 대비 낮은 수익률과 운용상 어려움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각 운용사가 대체투자 조직과 인력을 확보하면서 관련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더벨은 멀티전략 헤지펀드 부흥의 배경과 운용사들의 대응 현황을 살펴본다.
멀티전략은 광범위한 개념이기 때문에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지만 다양한 자산과 전략을 이용하는 것은 공통적이다. 이를 통해 변동성을 줄여 최근 같은 대세 하락장에서 연 6~8%의 수익을 목표로 잡을 수 있는 매력이 부각된다.
하지만 국내에서 공모펀드 형태의 멀티전략 상품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일부 주식 롱숏 중심의 에쿼티헤지(Equity Hedge) 전략의 펀드가 출시돼 있으나 여기에 사모펀드처럼 비시장성 대체자산까지 편입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국내에서도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한 ETF 자산배분(EMP·ETF Managed Portfolio) 전략이 2~3년 사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국내외 ETF에 분산투자하면서 매크로 환경 변화에 따라 자산별 비중을 조절한다. 부동산 같은 비시장성 기초자산도 ETF에 재간접투자하는 형태를 취하면 시장성이 부여돼 유동성이 낮은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다만 EMP는 헤지펀드에 적용하는 의미의 멀티전략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투자대상 자산군이 넓기 때문에 멀티에셋(Multi-Asset)으로 볼 수는 있지만 헤지 기능이 없고 전략상으로는 장내에서 상장종목을 매수한다는 점에서 주식 롱온니와 유사한 단일전략에 가깝다.
헤지 전략을 이용하는 공모펀드로는 주식 롱숏 펀드가 대표적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나 신한자산운용의 ‘신한코리아롱숏’ 등 상품이 대표적이다. 이들 펀드는 주식 롱숏과 채권 투자를 병행하기 때문에 광의의 개념으로 보면 멀티전략에 해당할 여지는 있다. 문제는 전통자산 이외에 대체자산이나 전략을 믹싱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일정 수익을 추구하는 공모펀드 유형으로는 타깃리턴펀드(TRF)가 있다.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는 공모 OCIO펀드 등 주로 퇴직연금 자금을 대상으로 한 펀드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이들 펀드는 애초 예금보다 소폭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는 콘셉트로 안정적인 운용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목표수익률을 예금금리를 소폭 웃도는 수준인 연 3~4%로 제시하고 있어 저위험 저수익 상품에 가깝다.
공모펀드에서 사모펀드보다 멀티전략을 찾아보기 어려운 배경에는 먼저 공모펀드 투자자들의 비선호가 깔려있다. 자산배분에 대한 수요가 적은데다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만큼 장기적으로 일정 수익을 내주는 상품보다 주식 직접투자 목적과 유사하게 단기적으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에 대한 선호가 비교적 강하다. 전기차, 배터리, 5G, 친환경 등 테마형 공모상품에 자금유입이 집중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모펀드에 진입하는 대부분 개인투자자는 헤지의 필요성에 둔감하다. 시중에 출시돼 있는 주식 롱숏 펀드마저 운용규모가 크지 않은 정도다. 지난달 말 기준 순자산은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가 214억원이고 ‘신한코리아롱숏’이 325억원이다. 다만 멀티전략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갈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자사 멀티전략 헤지펀드에 재간접투자하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공모펀드 ‘타임폴리오위드타임’의 현재 순자산은 9000억원이 넘는다.
운용 측면에서는 공모펀드에 적용되는 규제의 강도가 사모펀드보다 더 강한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멀티전략은 다양한 전략을 유연하게 시장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하는데 규제 범위가 넓고 강도도 센 공모펀드에서는 제약이 따른다. 대표적으로 비시장성 자산의 편입이 곤란한 이유가 꼽힌다. 멀티전략에서는 절대수익 추구를 위해 비시장성 자산에도 일부 자산을 배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시장가격이 실시간으로 형성되지 않아 장부가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비시장성 자산에 대한 편입 규제는 공모와 사모를 막론하고 엄격히 적용된다. 일반투자자 대상 사모펀드에서 비시장성 자산에 대해 자산총액의 50%를 초과해 편입할 경우 반드시 폐쇄형 구조를 취하도록 제도가 개편된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매일 기준가에 가격 변동분을 반영할 수 없다면 투자자 보호에 민감한 공모펀드에는 치명적이다.
파생상품 투자에 높은 수준의 제한이 부여되는 점도 공모펀드 형태로 운용하기 어려운 한 가지 요인이다. 멀티전략의 경우 주식투자분에서 숏 포지션을 가미해 헤지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숏을 병행하면 하락장에서도 수익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대부분 숏 포지션은 주식 차입 매도나 인버스 ETF 매수 외에도 주식 관련 장내 및 장외 파생상품 매도 방법을 이용한다. KOSPI200지수 선물이나 옵션을 매도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자본시장법에서는 파생상품의 매매에 따른 위험평가액이 일정 기준을 초과해 투자하는 행위를 각 경우에 따라 세부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공모펀드 출시를 위해서는 정량적인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통과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이런 요건을 모두 고려하다보면 보수적인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절대수익 추구가 어려워지는 주요 원인이 된다는 것이 운용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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