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펀드 등장에도…레포펀드는 '빙하기' 수탁 경색에 신상품 출시 제한…증권사 수탁업 진출 기대
이민호 기자공개 2022-06-22 08:05:41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1일 14: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헤지펀드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의 레포펀드가 탄생했지만 운용사들은 울상이다. 올해 들어 수탁은행이 레포펀드 수임을 크게 제한하면서 신규 상품 출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운용사들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증권사들의 헤지펀드 수탁업 진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 인하우스 헤지펀드(사모펀드운용부)의 ‘교보증권 채권솔루션1 일반사모투자신탁 제1호’가 지난달에만 205억원을 추가로 유입하며 설정액을 1조1억원으로 늘렸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에서 단일 펀드가 설정액 1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정액이 6656억원으로 두 번째로 큰 NH헤지자산운용의 멀티전략(Multi-Strategy) 펀드 ‘NH 앱솔루트 리턴 일반 사모투자신탁 제1호’보다도 3000억원 이상 많은 규모다.
‘교보증권 채권솔루션1 1호’는 기관투자자만을 대상으로 수익자를 모집하는 레포펀드다. 레포펀드는 픽스드인컴(Fixed Income) 전략의 채권형펀드로 분류돼 헤지펀드에 포함시키기 애매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레버리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증권사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계약을 대부분 체결하고 있어 일반적으로는 헤지펀드에 포함시킨다.
레포펀드에는 안정적으로 단기 자금을 운용하려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여기에 운용 난이도가 비교적 높지 않고 하우스 설정규모를 쉽게 늘릴 수 있어 교보증권, 신한금융투자, IBK투자증권 등 증권사 인하우스 헤지펀드들과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등 일부 일반사모운용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계약고 확대를 위해 한때 PBS 증권사들 사이에서 레포펀드 수임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레포펀드는 극심한 빙하기를 맞고 있다. 레포펀드는 3개월, 6개월, 1년, 2년 등 일정 만기를 두는 상품이 대부분인데 이들 상품의 출시가 크게 줄었다. 레포펀드를 신규 설정하는 하우스 수도 크게 감소했다. 교보증권과 신한금융투자를 제외하면 레포펀드를 신규 출시하는 하우스는 사실상 전무하며 이들 두 하우스도 2020년이나 지난해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줄었다.
가장 큰 이유는 수탁은행들이 레포펀드에 대한 수탁계약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업계에 따르면 현재 레포펀드 수탁을 받아주는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그나마 우리은행도 PBS 계약 체결을 전제로 설정규모나 출시주기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하는 일부 레포펀드에 한해서만 수탁을 받아주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레포펀드 수탁을 수임했던 기업은행이 올해초 수탁 전면 거부를 선언하면서 우리은행만 남게 됐다. 운용업계에서는 ‘교보증권 채권솔루션1 1호’의 설정액이 1조원을 넘긴 것도 기존에 존재하던 레포펀드를 청산하면 새 레포펀드를 출시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존 펀드로 자금을 유치하는 상황도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수탁은행들이 레포펀드 수임을 거부하는 이유는 레포펀드 고유의 운용방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문제 때문이다. 레포펀드는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켜 일반적인 채권형펀드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해내는 것이 핵심이다. 통상적인 과정을 보면 먼저 기업어음(CP)을 매수하고 이를 담보로 국공채를 매수한다. 이 국공채를 담보로 초단기 자금시장인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에서 현금을 차입(RP 매도)한다. 이 현금으로 CP를 다시 매수하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레버리지가 물고 물린 거래인 만큼 상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롤오버(roll-over)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수탁은행들은 자금 경색으로 채권 매각이 어려울 경우 펀드 운용이 올스톱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채권금리가 상향 안정화되면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수요도 현재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레포펀드 운용사들은 증권사들의 헤지펀드 수탁업 진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NH투자증권을 선두로 다수 증권사가 헤지펀드 수탁 서비스 진출 의지를 밝힌 상태다. 특히 NH투자증권은 현재도 레포펀드에 대한 PBS 수임에 개방적인 증권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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