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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부품 우회로 '러시아 리스크' 돌파 '차량용 반도체' 체코법인 등 이관 라인 가동, 장재훈 사장 "상황 쉽지 않다"

유수진 기자공개 2022-07-25 14:09:15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1일 16: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현대자동차가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러시아는 한때 연간 30만대 가까이 판매할 정도로 북미, 유럽 등 다음으로 '잘나가는' 시장 중 하나였으나 대외적 변수로 수개월째 현지 생산과 판매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만큼 아직 별다른 미래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대신 차량용 반도체 등 러시아공장으로 갈 부품을 다른 지역으로 돌려 최대한 리스크를 완화하고 있다. 이같은 전략이 현대차가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는데 숨은 공신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가 21일 진행한 실적발표에 따르면 올 2분기 러시아권역 판매량은 도매 2만대, 소매 1만8000대로 전년 대비 각각 66.8%, 7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까지 권역으로 묶어 산출된 숫자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3월부터 공장 가동을 멈추고 판매를 중단한데 따른 것이다. 1분기 판매실적은 도소매 3만7~8000대 수준으로 지금보다 훨씬 사정이 나았다.

현대자동차 2분기 지역별/글로벌 판매량. <출처:현대차 IR 자료>

러시아권역은 중국권역과 함께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실적이 전년대비 도매 5.3%, 소매 11.2% 줄어드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판매량 감소 폭은 러시아가 사드와 코로나19 봉쇄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는 중국보다 더 컸다. 올 2분기 중국권역 판매량은 도매 3만7000대, 소매 4만4000대로 전년 대비 각각 60.9%, 52.4% 줄었다.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연 23만대 생산이 가능한 공장이 있다. 연초까지 쏠라리스와 크레타, 기아의 리오 등을 생산해왔다. 하지만 지난 3월 이래 가동 중단 상태고 언제 재개할지는 미정이다. 현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사실상 판매도 중단했다.

일부 판매 실적이 잡히는 건 공장 셧다운 전 만들어 놓은 재고를 처분하는 정도로 보는 게 적절하다. 기존에 수천대 정도의 재고가 남아있었고 현재는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올해 러시아법인(HMMR)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2월까지는 매달 내수 1만4~5000대, 수출 2000대 안팎을 팔았지만 3월부터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5월까지 내수 1000~2000여대, 수출은 수백대 판매에 그치더니 지난달 내수에서 딱 1대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지역으로의 수출은 861대로 집계됐다.

당초 현대차는 기아와 합쳐 올해 러시아권역 판매목표를 45만5000대로 잡았었다. 작년 43만대보다 5.8% 높인 목표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전쟁 상황을 맞닥뜨리며 목표달성은커녕 시장 철수 등 현지사업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글로벌 생산기지와 주요시장 중 한곳에 문제가 생긴 만큼 현지 분위기를 주의깊게 살피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러시아 리스크를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쇼티지 상황을 고려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 현지 직접 생산은 어렵지만 부족한 반도체를 타지역, 다른 공장으로 보내 생산 공백을 만회하는 모습이다.

최근 체코법인 등의 판매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것을 두고 러시아 물량을 이관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현대차는 어느 지역으로, 얼만큼 물량을 돌렸는지 등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전략은 실적개선에 적잖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당 손익을 따져보면 러시아 현지 생산보다 더 나은 경우가 있단 얘기가 나올 정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물량 중 일부를 다른데로 돌려 어느정도 상쇄를 했다"면서도 "다만 러시아에서 판매량이 줄어든 수준에는 못미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리스크 헤지는 2분기 실적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2분기 제네시스와 SUV 중심의 판매믹스 개선에 우호적 환율효과 등이 더해지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 35조9999억원, 영업이익 2조979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18.7%, 58% 증가했다. 이전까지 매출은 작년 4분기 31조265억원, 영업이익은 2012년 2분기 2조5372억원이 최대치였다.

다만 현대차는 아직 러시아 관련 향후 계획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서강현 기획재경본부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계속 불확실한 요인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앞서 장재훈 사장도 지난달 러시아 현지 대응과 관련해 "상황이 여러가지로 쉽지 않다"며 "지금 말씀드릴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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