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25일 16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그룹이 주식교환을 통해 혈맹 관계를 강화한다. 양사는 수십 년째 끈끈한 동맹을 이어가면서 서로가 어려울 때 도움을 줬던 사이다.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과 소버린 사태 등 위기 때마다 하나금융이 '백기사'로 나섰다.

동맹의 기저에는 두 그룹 전·현직 회장 간의 친분이 자리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고려대 동문인 김승유 초대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지냈다. 그 시작은 선대 고(故) 최종현 회장 시절 하나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맞으면서부터다. 하나금융은 김 전 회장이 물러난 뒤 김정태, 함영주 순으로 CEO가 바뀌었지만 SK와의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최태원·김승유, 고대동문·SK네트웍스 워크아웃 과정서 신뢰 형성

SK그룹이 하나금융그룹과 인연을 맺은 때는 고 최종현 회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투자금융'이란 단기금융회사에서 시작한 하나은행은 1991년 은행업 인가를 받고 지금의 사명으로 출범했다. 그 이듬해 1992년 SK그룹의 주거래은행으로 낙점되면서 두 회사가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끈끈한 동맹은 대를 이어갔다. 최종현 회장의 뒤를 이은 최태원 회장(1960년생)은 17년 터울인 김승유 초대 하나금융지주 회장(1943년생)과 고려대 동문이기도 했다. 재계와 공식행사 때 두 사람의 친분은 자주 회자됐던 이슈다.


두 회장 간의 친분은 사업적 협력으로 확대됐다. 2002년 10월부터 시작된 SK사태로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에 수십 년간 쌓여온 부실과 분식회계가 터지면서 4조원의 자본이 한 번에 빠져 잠식상태가 됐다.

결국 2003년 3월 하나은행 주도로 채권단 공동관리절차가 개시됐고 3년 6개월 만에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다.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김 전 회장은 최 회장의 SK네트웍스 회생의지에 공감해 직접 채권단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펼쳤다. SK네트웍스의 기업회생 사례는 지금도 금융과 기업이 상생한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채권은행과 워크아웃 기업으로 만나는 것은 '악연'인데 이후 김 전 회장과 최 회장은 그룹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사이가 된 것을 보면 기업회생 과정에서 서로의 신뢰가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소버린 사태, SK C&C 지분매각 등 어려울 때마다 우군역할

2003년 말에는 외국계 자산운용사 소버린이 최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자 하나은행이 SK㈜ 지분 1.88%를 매입하며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다. 이후 2011년에 최 회장이 상속세 납부와 소버린 사태 때 차입금 등을 상환하기 위한 용도로 SK C&C 지분 4%(200만주)를 처분했을 때 이를 인수한 게 하나은행이었다.

당시 SK C&C는 SK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지분 31.8%를 보유하고 있는 최상위 지배기업으로 최 회장의 지분율이 떨어지면 그룹 전체 경영권이 불안해질 수 있었다. 하나은행이 2800억원에 이를 매입하면서 최 회장에 자금을 공급하고 우군 역할도 나섰다.

하나금융 역시 SK그룹의 도움을 받았다. 2009년 11월 설립된 하나카드는 후발주자였다. 이미 시장은 옛 LG카드를 인수한 신한카드를 비롯해 대형사들이 쥐락펴락했다. 이 시장을 혼자 뚫기 어려운 처지였던 하나금융이 손을 내민 곳은 SK텔레콤이다. 당시 2600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SK텔레콤의 도움을 받아 시장점유율 5%를 넘어서며 반기 흑자를 달성했다.

SK텔레콤은 2000년 초부터 통신 고객과 OK캐쉬백을 기반으로 카드사업 진출을 시도했다. 같은 시기 현대와 롯데가 각각 다이너스클럽과 동양카드를 인수해 현대카드, 롯데카드를 설립했지만 SK는 실패했다. 여러 차례 인수 시도가 무산된 후 2009년 5월 하나은행과 합작 논의를 시작해 2010년 하나SK카드로 신용카드업에 간접 진출했다. 이번에 하나카드 지분을 매각한 것은 카드업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떨쳤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