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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프렌드십 포커스]자사주 소각하면 주가 오른다? 삼성물산의 선택은③2015년 합병 이후 주가 30% 하락, '소각' 요구에 '주주가치 제고 노력' 회신

유수진 기자공개 2022-08-24 07:40:34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2일 14: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변화를 위한 첫 걸음은 바로 자사주 전량 소각이다. 이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특정한 누군가를 위해 쓰이도록 마련해 뒀던 곳간을 비우고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일이다."

삼성물산은 올 초 한통의 주주서한을 받았다. 발신인은 당시 지분 0.15%(27만3439주)를 보유하고 있던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주식농부'란 별명으로 유명한 그는 증권사 펀드매니저를 거쳐 20년 넘게 전업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7년새 30% 빠진 주가, 높아지는 자사주 소각 요구

박 대표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주가 저평가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다. 그는 "2020년 3월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에서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한 말을 기억한다"며 "그 일환으로 주주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서한 내용은 주식 커뮤니티 등에 공유되며 수많은 주주들의 지지를 얻었다. 회사 측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회신을 보냈다.

실제로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이후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물산은 2015년 9월 제일모직이 옛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해 새출발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했다. 상장 첫날이었던 9월15일 종가는 16만3000원이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기준으로 삼는 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30% 안팎이 떨어졌다. 박 대표가 서한을 보낸 날(2월15일) 주가는 10만8000원이었고 현재(19일 종가)는 12만원이다. 재상장 첫날 대비 각각 34%, 26%가 빠졌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긴 했지만 경영진과 주주 모두 주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주주는 물론 증권가에서도 자사주 활용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를 소각해야 중장기적으로 확실한 주가 부양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자사주 소각 여부가 주주환원정책의 가장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산법 위반 해소 위해 대규모 매입, 상장·합병 거치며 13.23%

삼성물산은 6월 말 기준 자사주 2471만8099주(보통주)를 보유하고 있다. 발행주식총수 대비 13.23%로 상당히 많은 편이다. 지분율로 따지면 개인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3388만220주·17.97%) 바로 다음이다. 2·3대 주주인 KCC(9.1%)와 국민연금공단(7.05%)을 한참 앞선다.


2012년 삼성에버랜드 시절부터 꾸준히 매입해온 결과다. 당시 '금융산업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3.64%)을 취득했다. 삼성꿈장학재단(4.12%)과 CJ(2.35%), 한솔케미칼(0.53%), 한솔제지(0.27%), 신세계(0.06%) 등 범삼성가 지분을 함께 사들였다. 인수가격만 4000억원에 육박했다.

이듬해 한국장학재단 보유분을 매입하고 상장을 위한 액면분할, 합병 등을 진행하며 2020년 3월 기준 2623만주 수준까지 불어났다. 그러자 삼성물산은 바로 다음달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보유하게 된 280만2962주(보통주)를 소각했다.

주총에서 소각안을 올려 주주들의 의견을 물었더니 99.9%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상정된 안건 중 찬성률이 가장 높았다. 삼성물산 측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의 소각"이라고 밝혔다.

◇필요시 경영권 방어에 활용 가능

실제로 자사주 매입·소각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친화책으로 손꼽힌다.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 증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미국 등에선 주주친화 측면에서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더 높게 쳐주기도 한다. 주가 부양과 관리에 더 효과적이라는 이유다.

국내 분위기는 좀 다르다. 매입은 하더라도 소각을 망설이는 기업들이 많다. 각자 이유가 있지만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 보유량이 많을 수록 기존 주주의 의결권이 강화된다. 대주주 입장에선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일 경우 우호세력에 넘겨 우호의결권을 확보할 수도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자사주 소각에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최대주주로 있으면서 삼성전자를 포함해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한다. 그만큼 경영권 방어가 중요하다.

과거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을 받았던 전례도 있다. 박 대표가 서신에서 언급한 '특정한 누군가'가 이 부회장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현재 최대주주 지분율이 33% 이상인데다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KCC(9.1%)도 있어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사주를 사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삼성물산은 자사주 활용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나 소각 등 주주가치가 제고되는 방향으로 활용하겠다는 방향성은 정해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다양한 방면에서 여러가지 방법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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