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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시장 생태계 유지의 대전제 [thebell note]

이돈섭 기자공개 2022-08-26 08:27:37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5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많은 국내 타깃데이트펀드(TDF) 중 연초 이후 현재까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단 하나도 없다. 23일 현재 TDF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9.4%. 자산배분 전략을 구사하는 까닭에 매크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상반기 성과 부진은 TDF 맹신 풍조에 브레이크를 걸기에 충분했다는 주장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TDF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최적화된 비히클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올 상반기 국내외 증시 부진 속에서도 전체 설정액을 1조원 이상 늘렸다. 젊었을 때 위험자산에 적극 투자해 적립금 규모를 불린 뒤 은퇴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해 리스크를 줄여나간다는 콘셉트가 연금 가입자 설득에 성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올 상반기 너나 할 것 없이 수익률이 고꾸라지자 은퇴를 곧 앞둔 시점 증시 상황이 나쁠 경우 적립금 규모가 쪼그라들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입자들이 본인의 은퇴 시점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시기 장이 망가지면 자산 증식이 어려울 수 있다. 시장 대비 초과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더 그렇다.

최근 만난 금융회사 임원은 차라리 알채권을 매수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으로 만기 1년 반짜리 회사채 쿠폰금리가 4%대로 올라서는 등 채권 매력도가 높아진 점을 강조했다. 단기물이 부담스럽다면 5년 만기 공사채 투자를 반복하면서 적립금을 꾸준히 불려 나가는 것도 충분히 매력적인 대안이라고 소개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 평균 근속연수는 7년이다. 20대 후반 사회에 진출해 60대 은퇴를 맞이할 때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직장 생활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장기간 적립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한다고 하지만 수십 년간 적립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근로자는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시장은 TDF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달 디폴트옵션 제도가 시행되고 적정상품으로 TDF가 주목받으면서 연금 가입자 비히클 선택지가 TDF로 좁혀지는 형국이다. 일부 금융지주 소속 퇴직연금 사업자는 계열 운용사 TDF로 가판대를 채우려는 움직임이 관찰되면서 대형사 위주 시장이 형성될 기미도 보인다.

퇴직연금 가입자 대다수가 적립금 운용에 큰 관심을 쏟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운용 비히클은 다양하게 제공해야 하는 게 맞다. 300조원에 육박하는 퇴직연금 시장이 TDF 위주로 형성되면 전체 근로자 노후자금이 TDF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생태계가 장기간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무엇보다 종의 다양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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