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8월 31일 07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화 '인턴'의 핵심 플롯은 70세의 벤(로버트 드 니로)이 신입사원에 도전하는 모순적 구성이다. 실리콘밸리 신데렐라 사장이 실존 인물인 줄스(앤 해서웨이)보다 희끗한 머리의 은퇴자가 겪을 얘기에 이끌린 관객이 더 많았을 듯하다. 노장이 혜안을 드러내는 뻔한 스토리가 예상되다가도 인생의 경험이 진하게 묻은 대사가 영화를 단조롭지 않게 만든다.NH투자증권에서도 스크린에서 볼만한 시도가 감행되고 있다. 국내 자산관리 시장의 최일선에서 '시니어 프라이빗뱅커(PB)'라는 이름으로 중년의 신입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금융업에 몸을 담았던 은퇴자 가운데 업력이 출중한 전문가를 선별해 새내기 PB로서 프리미엄 점포에 투입하고 있다.
50대인 인력 3명이 시니어 PB로 선출돼 이미 현장을 누비고 있다. 이들의 이력은 화려하다. 신한은행, 외국계 은행 등에서 자산관리와 컨설팅 전문가로 인정을 받아온 금융계 베테랑이다. 시장 트렌드를 읽는 데 능숙하고 각자 개별 네트워크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수십 년의 사회 생활에서 터득한 사람을 대하는 노하우는 초고액자산가(VVIP)를 상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시니어 PB라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 가장 큰 이유가 하나 더 남아있다. 바로 인생의 2막이 지닌 무게감이다. 사회 초년생이 등을 떠밀려 구직에 나서고 고개를 돌릴 틈도 없이 세월이 흐르는 것과 결이 다르다. 100세 시대에 두 번째 라운드를 PB로 치르겠다고 숙고 끝에 결정한 이들이다. 지천명 나이에 세운 결심인 만큼 일에 대한 자세와 의지가 남다르다.
시니어 PB는 자산관리 시장에서 '1세대 PB 여왕'으로 불리는 이재경 전무의 작품이다. 삼성증권의 첫 여성 전무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그는 지난해 입사 10여 년만에 친정을 떠나 NH증권에 합류했다. 새 거처에서는 VVIP 전용 센터인 프리미엄블루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SNI(Samsung & Investment)의 중흥을 이끈 인사이기에 프리미엄 점포를 이끌 적임자로 낙점받았다.
이 전무는 신출내기 PB부터 시작해 증권가 최고위직에 올랐다. 그만큼 PB의 본질과 수익 매커니즘, 국내 생태계에 대한 식견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MZ세대인 PB가 젊은 감각으로 '핫'한 상품을 좇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고액자산가처럼 영속성을 중시하는 고객이라면 후대까지 미래를 공유할 만한 신뢰 관계를 쌓는 게 핵심이다. 이 대목에서 시니어 PB의 풍부한 인생 경험이 강점으로 발휘될 것으로 봤다.
인턴의 마지막 씬(scene)은 줄스가 CEO를 계속 맡겠다는 결심을 벤에게 전하고자 뛰어가는 장면이다. 공원에서 태극권을 수련하던 벤은 줄스를 잠시 멈춰 세운다. 그리고 말을 섞지 않고 나란히 태극권을 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반평생 동안 스스로를 완성시켜온 시니어 PB는 오히려 VVIP 입장에서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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