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구조조정 포트폴리오 점검]‘빅딜’의 원조 옛 대우그룹 해체의 그늘⑬M&A·청산 등 방식으로 1차 정리…여전히 완료 못한 핵심 계열사 다수
고설봉 기자공개 2022-09-02 07:19:12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은 한국 산업계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기업금융부문과 구조조정본부로 대변되는 산은의 기업금융 시스템은 경제 상황과 기업 여건 등 변화에 맞춰 모습을 달리해 왔다. 최근 몇 년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이란 숙제를 푸는데 진땀을 빼고 있다. 성공한 구조조정도 있었지만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한 기업들도 많다. 더벨은 산은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을 살펴보고 현재 남아 있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을 집중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31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최근 기업 구조조정에서 주로 활용하고 있는 자금 회수 방식은 ‘빅딜’이다. 부실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및 경영 정상화 후 경쟁업체에 매각(M&A)한다는 점에서 산업계 전반에 대한 효율화도 동반한다. 이러한 빅딜의 원조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추진한 옛 대우그룹 해체와 그 이후 진행된 기업분할 및 M&A다.그러나 산은은 1997년 이후 약 25년여간 대우그룹 구조조정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몇몇 법인들은 산은 품을 떠나지 못한 상태다. 여전히 산은은 빅딜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의 접근을 고민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옛 대우그룹 해체…굵직한 법인들 여전히 부실 진행중
옛 대우계열의 워크아웃 추진은 1997년 IMF 이후 산은이 추진해온 핵심 구조조정이었다. 자금 사정이 급속도로 나빠진 대우그룹은 1999년 4월 산은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다. 이후 산은은 1999년 8월 옛 대우그룹에 워크아웃 적용을 결정했다.
당시 산은은 빠르게 대우그룹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1999년 11월까지 실사 등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개선계획을 발표했다. 산은은 12개에 달하던 대우그룹 계열사를 분할 및 신설해 24개사로 만들고 ‘빅딜’ 방식을 통한 M&A를 추진했다. 그룹사를 해체하고 각 법인을 다른 대기업에 넘기는 구조였다.
당시 대우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덩치가 컸던 대우중공업은 대우종합기계와 대우조선해양, 대우중공업 등으로 분할됐다. 대우종합기계는 두산그룹에 매각돼 두산인프라코어로 사명을 바꿨다. 현재는 현대중공업그룹 품에 안겼다. 대우중공업은 파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아직도 산은 관리체제로 남아있다.
대우자동차는 5개 법인으로 쪼개졌다. 대우버스는 영안모자에, 대우상용차는 인도 타타그룹에 각각 매각됐다. 대우인천차와 대우자동차는 각각 청산됐다. 분할된 회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GM대우는 한국GM에 매각됐지만 경영 불안정이 계속됐다. 산은은 2018년 한국GM의 시장 철수를 막기 위해 유상증자 형태로 8000억원의 자금을 추가 수혈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반쪽짜리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우는 ㈜대우와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로 분할됐다. ㈜대우는 파산했고, 대우인터내셔널은 워크아웃 졸업 후 독자생존을 모색하다 포스코그룹에 매각됐다. 현재는 포스코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변경했다.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됐지만 경영 정상화를 이루지 못하고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 중흥그룹에 매각됐다.
쌍용계열에서 대우 계열로 편입됐던 쌍용자동차의 운명도 기구했다. 중국과 인도 등에 매각되는 과정을 반복하며 수없이 주인이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경영부실이 지속되면서 산은은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야 했다. 정상화가가 지연되는 동안 산은의 부담도 커졌다. 현재는 KG그룹에 인수돼 옛 영광 재현을 꿈꾸고 있다. 경남기업의 운명도 비슷하다. 워크아웃 종료 뒤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했지만 결국 경영부실이 누적됐다. 현재는 SM그룹 품에 안겼다.
대우통신은 대우정밀과 대우파워트레인, 대우프라스틱, 대우통신 등으로 쪼개졌다. 대우통신의 경우 워크아웃을 진행하다 파산했다. 나머지 3개 법인은 모두 M&A에 성공했지만 경영 정상화가 완전히 이뤄진 상황은 아니다.
대우자동차판매는 자일자동차판매와 대우산업개발, 대우송도개발로 쪼개졌다. 자일자동차판매는 영안모자에, 대우산업개발은 중국 풍화그룹에 각각 매각됐다. 대우송도개발의 경우 회생절차를 진행했지만 결국 정상화되지 못하고 파산됐다.
대우전자는 대우일렉트로닉스와 대우전자로 분할됐다. 대우일레트로닉스는 동부그룹에 매각됐지만 5년을 버티지 못했다. 현재는 대유그룹에 매각돼 경영 정상화가 진행 중이다. 대우전자는 파산종결됐다.
대우전자부품과 오리온전기, 대우캐피탈, 다이너스카드는 별도 분할 없이 M&A가 진행됐다. 대우전자부품은 골든브릿지컨소시업에 인수돼 현재는 우신산업 품에서 기업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오리온전기는 메틀린페터슨에 매각됐지만 결국 청산됐다.
대우캐피탈은 아주그룹에 매각돼 아주캐피탈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재는 우리금융그룹에 매각돼 우량 캐피탈사로 거듭났다. 다이너스카드는 현대차그룹에 매각 된 뒤 현대카드로 재탄생했다. 현재는 현대차그룹에서 분리돼 독자 생존할 만큼 정상화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1997년부터 추진된 옛 대우그룹 구조조정은 옛 대우그룹 해체와 분할, M&A와 청산의 과정을 거쳐 대부분 종결됐다. 하지만 성공한 구조조정이란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우량 법인 외에 민영화에 성공한 곳이 많지 않다. 또 민영화 된 법인들도 그 이후 수차례 주인이 뒤바뀌며 혼란을 겪고 있다.
◇여전히 산은 품 떠나지 못하는 기업들
현재까지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옛 대우그룹 계열사들 중 대표적인 곳은 대우조선해양이다. 한 차례 빅딜이 추진됐지만 딜이 깨지면서 오히려 혼란이 가중된 모습이다.
중간에 공중분해된 법인들에 대한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 오리온전기와 대우송도개발, 대우전자 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해당 법인들이 가지고 있던 기술력과 영업력 등 유무형의 자산도 함께 공중분해됐다.
쌍용차와 GM대우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이다. 쌍용차는 긴 터널을 지나 최근 KG그룹에 안착했다. 경영 정상화의 새 막이 오른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GM대우는 시한부 정상화가 진행 중이다. GM과 산은의 협약에 따라 2028년까지 국내에서 R&D와 일부 차종 생산이 진행되지만 그 이후는 장답할 수 없다.
산은과 함께 해당 기업들에 채권단으로 참여했던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선 과거 진행됐던 산은 주도 구조조정 과정에 대한 아쉬움도 묻어난다. 산은이 산업 합리화 및 빅딜 논리에 갇혀 다양한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접근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옛 대우그룹의 경우 산업은행의 기업 구조조정 역사와 철학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곳”이라며 “시장에서 원하는 우량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선 성공을 거뒀지만 그외 고용 집약적이고 경쟁력이 뒷쳐져 있던 기업에선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재매각과 쌍용차 정상화, GM대우 잔여지분 매각 등 남아 있는 옛 대우그룹 구조조정에 대한 산은의 전략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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