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9월 19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오롱그룹은 회사명 '코오롱(KOLON·KOrea+nyLON)에서 드러나듯 섬유 사업을 그룹의 모태로 하고 있다. 1957년 나일론 섬유 생산 이후 나일론·폴리에스터 등 섬유 소재를 시장에 내놨다.

1970년대까지 섬유 기업으로 인식되던 코오롱이 지금의 산업자재·화학 소재 기업으로 발돋움한 시기가 1980년대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석유화학을 비롯해 필름·비디오테이프 등으로 사업을 넓히며 종합소재 기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구미, 경산 등 경상권에 집중됐던 공장을 처음으로 수도권에 추가로 준공한 시기도 이때다.

현재 코오롱그룹은 모빌리티, 수소 등 신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거 화학소재 사업의 시작점을 함께했던 인천공장이 매각되며 그 토대로 활용될 예정이다.

◇정밀화학 소재 담당한 인천공장…신소재 연구개발도

코오롱그룹의 첫 석유화학 공장은 1976년 울산에 지어졌다. 종합화학회사를 목표로 설립된 코오롱유화는 울산공장에서 점·접착부여제, 도료, 접착제 등 산업 자재의 소재인 석유수지계열 제품을 생산했다.

이후 1986년 인천에 추가 공장이 들어선다. 1970년대부터 가동된 구미, 울산 등 경상권 공장에 이어 지어진 처음이자 마지막 수도권 공장이다. 이곳에선 폴리염화비닐(PVC) 안정제 생산을 시작으로 접착테이프·아스팔트첨가제 소재인 폴리우레탄수지(PU)와 전선피복 소재인 열가소성 폴리우레탄수지(TPU) 등을 생산했다.

당시 코오롱유화의 사업군은 석유수지, 하이레놀수지, 고흡수성수지, 정밀화학 등 4개 부문으로 구분됐다. 이중 인천공장 제품은 정밀화학 부문으로 분류됐다. 정밀화학·기타 부문 매출은 2000년까지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했고, 2005년까지도 두자릿수 비중을 차지했다. 이후 매출 비중이 점차 떨어졌지만 이는 의약품과 같은 신사업 제품군이 정밀화학·기타에 포함되며 매출 기여도가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인천공장은 PVC안정제와 TPU 제품 생산을 비롯해 의약품중간체, 원료의약품 등 신제품 개발도 담당했다. 1983년 지어진 울산 기술연구소가 1987년 인천공장으로 확장 이전하며 코오롱유화의 신사업 연구개발 역할까지 맡게 됐다. 1990년대 인천기술연구소 주요 연구개발 실적은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핵심 제품군인 타이어코드용 페놀수지와 동박접차제용 페놀수지 등이 있다.



◇인천공장 정리, 신사업 투자재원 마련에 활용

인천공장은 코오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코오롱유화→㈜코오롱→코오롱인더스트리 등으로 소속이 변경됐다. 2007년 ㈜코오롱과 코오롱유화가 합병되며 ㈜코오롱 소속이 됐고, 이후 2010년 코오롱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코오롱의 사업부문이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분할돼 소속이 재차 변경됐다.

과거 코오롱그룹 신소재 사업의 기반이 됐던 인천공장은 이제 매각을 통해 그룹의 신사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주요사업 투자재원 조달을 목적으로 인천공장 토지 매각 안건을 가결했다.

이후 회사는 인천공장 토지를 매각예정비유동자산으로 분류해 그 규모를 318억원으로 반기보고서에 기재했다. 매각 대상자는 부동산 개발 사업 목적의 지오앤케이피에프브이(PFV)로, 이곳은 ㈜코오롱이 지난해 말 신규 출자해 관계기업으로 편입한 곳이기도 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입장에선 현재 인천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매출이나 생산능력이 크지 않아 울산, 김천 등 경상권을 비롯한 주력 공장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첨단소재 신사업 전환에 속도를 낸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분할 이후 인천공장의 생산실적을 별도로 기재한 2010~2017년 자료를 살펴보면 인천공장 생산실적은 2011년 200억원을 기록한 이후 그 실적이 점차 줄어 2017년에는 135억원에 불과했다. 이 기간 평균가동률도 70.1%에서 54.1%까지 떨어졌다.

인천공장 매각 예정 자산인 300억원은 당장의 투자에 활용하기에는 크지 않은 규모다. 다만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코오롱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그룹 차원에서 자산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향후 5년간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4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코오롱그룹의 계획 가운데 42%(1조7000억원)가 첨단소재 사업을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담당이다. 기존 아라미드 소재 사업뿐 아니라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까지 첨단소재 투자로 묶여 투자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