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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M&A 전략을 묻다]삼성이 샌디스크와 NXP를 샀다면⑥보스턴나이내믹스 등 전방위로 빅딜 매물 검토했으나 모두 불발

김혜란 기자공개 2022-11-11 11:13:45

[편집자주]

반도체 기업 간 인수·합병(M&A)은 다른 섹터에서 이뤄지는 딜에 비해 난이도가 높다. 장벽 높은 반독점심사, 조 단위에 이르는 위약금. 이런 특성 탓에 원매자가 인수 의지가 있어도 함부로 뛰어들기가 어렵다. 그러나 M&A가 취약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매우 유리한 전략임은 분명하다. 'K-반도체' 역시 해외 기업 인수를 통해 생태계를 넓혀왔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전쟁'이 심화되며 M&A 환경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선택할 전략과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9일 11: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에 '빅딜'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삼성전자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끊임없이 M&A 시장에서 매물을 들여다보고 인수를 타진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좌초되며 M&A 기회를 흘려보내는 사이 매물이 경쟁사로 넘어가거나 몸값이 크게 뛰었다. 이제는 주요국에서 자국 반도체 기업을 안보 자산처럼 관리하면서 반도체 기업 간 M&A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삼성전자의 '실기'는 트라우마나 핸디캡이 되기도 하지만, 새 경영진이 미래 전략을 다시 짜는 데 참고해야 할 지침서가 되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놓친 딜은 무엇일까. 그 과정에서 놓친 것은 없었을까.

◇밸류에이션 눈높이 격차로 무산, 실기였을까

삼성전자가 과거 인수 의지가 있었던 딜 중 규모가 큰 딜을 꼽으면 미국 플래시메모리 업체 샌디스크와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회사 NXP가 있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두 기업을 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면,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지적한다.

두 딜 모두 매도자와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후 샌디스크는 경쟁사인 미국 메모리기업 웨스턴디지털이 사들였고, NXP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삼성전자와 샌디스크 간 협상이 오갔던 시점은 2008년이다. 쟁점은 역시 밸류에이션이었다. 협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며 10조원대에 달했던 샌디스크의 시가총액은 3조원대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당시 샌디스크 총 주식(2억2500만주)을 주당 26달러, 총 58억5000만달러(약 6조5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샌디스크는 지난 52주간 최고가격을 기준으로 희망가격을 제시하며 삼성전자가 불황기에 회사 가치를 저평가하고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M&A 밸류에이션 협상은 경기 침체일 때 오히려 매도자와 인수자 간 타결점을 찾기 어렵다. 인수자는 현재 상황이 좋지 않고 단기간 회복 가능성이 안 보이면 보수적으로 평가하지만, 매도자는 미래 회복될 때 가치를 따져 매도가를 제시하기 때문에 평행선을 달리기 쉽다.

결국 양사 간 협상은 무산됐다. 잠재 매물로 표류하던 샌디스크는 2016년 웨스턴디지털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웨스턴디지털의 샌디스크 인수가격은 주당 86.50달러, 총 190억달러(당시 약 21조6000억원)였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생산라인 내부 사진(출처:삼성전자 뉴스룸)

◇NXP·보스턴다이내믹스 등 전장·로봇-반도체 시너지 관심

삼성전자는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NXP 인수 기회도 여러 차례 엿봤으나 매도자와의 눈높이를 좁히지 못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2016년께 삼성전자는 NXP의 적정가치를 약 30조원으로 책정해 NXP 측과 협상했는데,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인수를 포기했었다"며 "현재 NXP의 기업가치가 크게 치솟아 지금은 삼성전자가 사고 싶어도 못 산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 탓에 NXP 기업가치는 8일 기준 약 57조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상황 등을 감안하면 실제 거래에서 몸값은 더 높게 책정될 수 있다.

앞선 관계자는 "샌디스크와 NXP를 샀다면 지금 삼성이 지금보다 훨씬 입지가 넓어졌을 것"이라며 "NXP의 경우 아날로그 반도체 기업이긴 하나 삼성전자가 가려는 자율주행 분야 고사양칩을 만드는 데 NXP 기술이 있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NXP 주가 흐름. (출처:구글 금융)
삼성전자와 NXP 간 최대 쟁점도 역시 밸류에이션이었다. 인수자와 매도자 측 모두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점쳤다. 양측 모두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면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 가치가 더 크게 뛸 것이라고 봤기에 가격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NXP와 손잡은 건 미국 팹리스 퀄컴이었다. 반독점 심사에서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되긴 했으나 삼성전자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딜 기회를 잡은 셈이다. 퀄컴이 2016년 NXP 인수 계약 당시 제시한 금액은 470억달러(약 53조8000억원)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20년 인수한 글로벌 로봇 개발 전문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도 삼성이 눈독들였던 매물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과 로봇 분야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당시 보스턴다이내믹스 딜에 관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낵믹스도 삼성전자가 사고 싶어 했으나 물밑협상 과정에서 현대자동차로 넘어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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