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의 새이름 낙점, '퍼스트보스톤' 어떤 곳? 미국 월가 전설적 투자은행, IB사업 독립·강화 의지 표현
김경태 기자공개 2022-10-28 08:14:57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7일 16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레디트스위스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제기된 위기설을 불식시키기 위해 자본확충과 더불어 투자은행(IB) 독립과 사업 강화를 내세웠다. 특히 IB 부문에 퍼스트보스톤(First Boston) 브랜드를 적용시키기로 하면서 주목된다.퍼스트보스톤은 1930년대 탄생한 미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IB다. 현재 세계 투자업계를 주도하는 인물 중 하나인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회장 역시 퍼스트보스톤 출신이다. 퍼스트보스톤이라는 이름은 크레디트스위스와 한 몸이 되면서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그룹의 전환점에 IB 사업을 공고히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하기 위해 부활하게 됐다.
◇퍼스트보스톤, 미국 주름잡던 전설적 IB…글로벌 금융 거물 다수 배출
퍼스트보스톤은 약 90년 전에 탄생한 IB다. 당시 미국의 상업은행들은 투자은행 사업부문을 분사하기 시작했다. 보스톤 지역의 시중은행이던 퍼스트내셔널뱅크 오브 보스톤(First National Bank of Boston)도 흐름을 따라 IB를 독립시켰다.
1929년 대공황 이후 미국에서는 상업은행이 증권사업을 매각하도록 규정한 글래스스티걸(Glass-Steagall)법 제정이 추진된다. 이 법은 1933년 제정됐다. 퍼스트보스톤 상업은행과 증권사업은 1934년 분리됐고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그 후 퍼스트보스톤은 대규모 채권 발행,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자문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을 주름잡았다. 1970년에는 월스트리트의 모든 IB 중 연간 주식 인수 물량이 최초로 100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한 IB업계 고위관계자는 "퍼스트보스톤은 당시 아이비리그의 학생들, 글로벌 시장에서 IB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며 "톱티어의 위상을 갖고 있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퍼스트보스톤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생긴 시점은 1978년이다. 당시 모간스탠리와 JP모간이 미국을 넘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퍼스트보스톤도 이런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애초 CS는 미국 소형 IB 화이트웰드(White Weld&Co)와 '5대5'의 지분구조로 영국 런던에 합작사를 설립했다.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가 변수가 생겼다. 당시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화이트웰드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CS가 영국에 만든 합작사도 정리됐다.
CS는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던 퍼스트보스톤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손을 잡았다. 1978년 양사가 런던에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이라는 합작사를 설립했다. 당시 CS는 퍼스트보스톤의 지분 일부도 취득했다.
CSFB는 독립성을 갖추고 사업을 펼쳤다. 때로는 스위스의 CS 본사, 미국의 퍼스트보스톤과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CS 본사에서는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최종적으로 퍼스트보스톤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CS는 1988년 미국 퍼스트보스톤의 지분 44%를 전격 인수했다. 기존에 보유한 25%에 더해 지분율이 69%가 되면서 확고한 최대주주가 됐다. 공개매수를 진행해 상장폐지 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또 런던 CSFB의 지분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월스트리트의 글로벌 버지 브라켓(Bulge bracket·일류 투자은행)이 외국계에 넘어간 최초의 사건이었다.
◇'전설 소환' CS그룹, IB부문 강화 의지 선언
퍼스트보스톤의 이름은 잠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호랑이가 죽어 가죽을 남기듯 퍼스트보스톤은 수많은 인재를 남겼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불리는 블랙록의 창업자 래리 핑크가 대표적인 퍼스트보스톤 출신이다. 그는 1976년 퍼스트보스톤에 입사했다. 채권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채권부문장에 올랐고 경영위원회 위원이 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CS그룹이 퍼스트보스톤 브랜드를 부활시킨 것은 IB 부문에서 기업금융(Capital Markets)과 자문(Advisory)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CS그룹은 이날 새로운 전략 방향 발표를 통해 IB부문에서 증권화상품(Securitized Products)은 재편해 익스포져를 축소하기로 했다.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CS그룹의 위기설이 불거지며 한국지점의 IB사업을 예의주시하는 시선이 있었다. 이날 글로벌 본사의 발표에 따라 그간의 우려를 떨치고 한국에서의 IB사업도 공고하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비상경영체 돌입' SKT, 유심 사태 수습 '총력전'
- 위메이드 "위믹스 해킹 늑장공시 아니야…DAXA 기준 불분명"
- [Market Watch]DN솔루션즈 이어 롯데글로벌까지, 대형 IPO '휘청'
- [롯데글로벌로지스 IPO]흥행 실패 우려, 결국 상장 철회로 귀결
- [AACR 2025]제이인츠 'JIN-001', 독성 최소화한 '저농도' 효능 입증
- [Financial Index/SK그룹]주가상승률 50% 상회, SK스퀘어 'TSR' 그룹내 최고
- 금호타이어, 분기 '최대 매출'…영업이익은 '주춤'
- 유지한 SKC CFO "트럼프 관세, 위기보다 기회"
- [i-point]신테카바이오, 'K-BioX 글로벌 SUMMIT 6' 참여
- 간추려진 대명소노그룹 선택지, '티웨이'에 집중
김경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HB그룹은 지금]알짜빌딩에 세종 신사옥까지, 그룹 안전판 '부동산'
- [IR Briefing]삼성전자, '자사주 또 소각' 주가반등 사활
- [Company Watch]'예상 밖 선방' 삼성전자, MX사업부 '압도적 기여'
- [HB그룹은 지금]종합엔터 거듭난 HB엔터, '중국자본 동행' 기대감
- HPSP, 예스티 상대 소극적권리심판 항소
- 트럼프 시대, 삼성에 필요한 단어 '그룹'
- [HB그룹은 지금]HB테크놀러지·솔루션, 신성장동력 가시화 언제쯤
- [IR Briefing]LG전자, 조주완 승부수 '적중'·인도법인 IPO '느긋'
- [IR Briefing]'저점 확인' 삼성SDI, 신성장동력 '만반의 준비'
- 삼성전자 미국법인, 인하우스 로비스트 활동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