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0월 28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극심한 ‘펀딩난’을 겪고 있다. 블라인드펀드가 없는 중소형 PEF 운용사들은 하반기부터 사실상 투자에 손을 놓은 곳도 많다. PEF 운용사 사람들을 만나면 으레 “많이 바쁘시죠?”라고 묻곤 했지만 요즘엔 이 인사말을 건네기가 겸연쩍다.블라인드펀드가 없는 PEF 운용사들은 프로젝트펀드에 투자할 기관투자자(LP)를 모집해야 한다. 하지만 주요 금융기관들은 자금 경색으로 올해 PEF 투자를 위한 ‘북(Book)’을 일찌감치 닫았다. 연기금·공제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PEF 운용사들도 LP가 투자에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여러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LP의 PEF 투자 기조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점이 불만이다. 올 하반기 기준으로 프로젝트펀드를 모집해 클로징된 딜은 손에 꼽는다. 이대로 가면 중소형 PEF 운용사 대부분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 어린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주요한 요인으로는 LP 출자 인력들이 수익보다 손실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국내 LP는 PEF 운용사와 달리 투자 성과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는 곳이 거의 없다.
반면 투자 손실에 따른 문책은 대부분 존재한다. LP 출자 인력 입장에서는 최근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모험을 감수한 투자를 시도해야 할 동기부여가 줄어들 수 밖에 셈이다.
PEF 운용사들 사이에서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LP 성과급제를 대대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성과에 따른 보상이 있다면 투자심의위 등을 설득해서라도 모험 투자에 나설 LP 출자 인력이 늘어날 수 있다.
최근에는 LP들 가운데서도 성과급제 도입의 필요성에 수긍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모험 투자 활성화 외에도 우수 인력 확보에 성과급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LP들은 PEF 운용사와 임금 격차로 인해 우수 인력 유출 현상을 지속적으로 겪고 있다.
그동안 LP 성과급제의 도입을 막은 주된 논리는 부실투자 확대였다. 성과급을 제공하면 LP들이 높은 수익률을 쫓아 고위험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하지만 국내 LP들은 그동안 풍부한 투자 경험을 통해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장치를 여럿 마련했다. 성과급제 도입을 통해 우수 인력이 늘어난다면 투자의 안정성은 오히려 높아질 개연성도 크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LP 성과급제가 활용되고 있다.
LP의 역량이 강화되면 PEF 운용사도 더 나은 딜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 LP 성과급제 도입이 단순히 위기에 처한 PEF 운용사 구제책을 넘어 모험 투자 전반의 수준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흔히들 기회는 위기의 순간에 찾아온다고들 말한다. 자본시장에 찾아온 이번 위기가 LP성과급제 도입으로 이어진다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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