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딜레마, '양날의 검' 된 산금채 [단기자금시장 긴급 점검]코로나19, 시장 경색 해소 '구원투수' 잇단 등판…재원 조달 선택지 적어
이지혜 기자공개 2022-11-01 13:10:24
[편집자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가 국내 단기자금 시장을 풍전등화로 몰아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50조원+α'의 컨틴전시 플랜을 발표했으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지켜봐야 한다. 그중 가장 취약한 부문으로 지적받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심각한 유동성 미스매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벨이 직면한 단기자금 시장 현안과 위기 극복 방안을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31일 08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KDB산업은행이 구원투수로 다시 한 번 등판했다. 예견됐던 일이라는 평가다.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직후부터 산업은행은 CP(기업어음)와 회사채 시장이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금융지원책을 쏟아냈다. 이번에도 그렇다. 당장 증권사 CP를 매입하는 데에 2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의 등판을 놓고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교차한다.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나선 것은 좋지만 산업금융채권 발행 규모가 크게 증가한 탓이다. 앞에서는 기업을 돕지만 뒤에서는 회사채 시장에 수급부담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기관투자자의 투자여력이 크기 않은 상황에서 산금채가 투자수요를 잠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산업은행도 산금채 외에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정책금융기능이 중심인지라 예수부채 조달 비중이 크지 않다. 수신 기능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지원용 산금채 급증…시장 수급부담 가중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이 최근 정부가 내놓은 시장안정조치에 따라 27일부터 증권사 CP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모두 2조원 규모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이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단기자금 시장의 경색을 풀기 위해 각종 금융지원책을 내놓은 데 따른 조치다. 이 정책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회사채와 CP 매입 프로그램을 종전 5조5000억원 규모에서 10조원 규모로 늘려 가동한다.

산업은행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다시 한 번 등판한 셈이다. 자본시장에서 산업은행의 존재감은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할 때부터 부각되기 시작했다. 현재 산업은행은 항공, 해운 등 코로나19 관련 취약업종을 지원하기 위해 1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2025년까지 디지털, 그린 관련 산업에 20조원, 중소·중견·벤처기업 등에 5조원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의 역할론이 부각될수록 산금채 발행도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코스콤(KOSCOM)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코로나19에 따른 금융시장안정조치를 취한 2020년 사상 최대 규모로 산금채를 발행했다. 무려 60조9800억원에 달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이 기업 지원을 이어가면서 산금채 발행 규모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올 들어 발행된 산금채는 56조6300억원이다. 아직 연말까지 두달 가량 시간이 남아있는데 벌써 지난해보다 5000억원가량 산금채를 더 찍어냈다. 역대 최대 수준에 버금간다.
문제는 산금채 발행 증가로 회사채 시장의 어려움이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산금채처럼 신용도 높고 안정성 좋은 채권이 높은 금리에 대량으로 풀리다보니 일반 회사채를 눈여겨보는 투자자가 대폭 줄었다”며 “가뜩이나 기관투자자의 씨가 마른 상황에서 산금채가 대량으로 발행되면 회사채 시장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가장 최근 찍은 3년물 산금채는 19일 발행된 것으로 표면이율이 5.4%를 기록했다. 스프레드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27일 나이스P&I 기준 산금채와 국고채의 스프레드는 3년물이 88.2bp를 기록했다.
◇“정부 요청에도 산금채 발행 줄이기 힘들 것”
산업은행도 산금채 발행에 따른 시장 영향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금채 발행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는 없다”면서도 “23일 발표된 50조원+α의 금융시장 지원정책 용도로 산금채를 추가 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산금채 등 발행을 최소화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산금채 발행을 줄일 수 있을지를 놓고서는 업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산금채를 제외하면 산업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선택지가 많지 않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예수부채 비중은 21.3%로 지방은행이나 시중은행보다 한참 낮다. 반면 선순위 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 비중은 47.1%로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이 산금채 발행을 줄이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을 뿌리치기 어렵기에 산업은행이 이번 정책을 명분으로 산금채를 발행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돈에 꼬리표가 붙은 게 아니기에 다른 명분으로 산금채의 대량 발행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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