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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보험사 전략 진단]설계사 사관학교 푸르덴셜, 포트폴리오 다변화 나선다②초기 전략 고수로 높은 수익성…수요 변화, 보험금 지급 도래에 수정 모색 필요

서은내 기자공개 2022-11-08 07:10:53

[편집자주]

외국계 보험사들은 한국 시장에서 선진 금융 제도, 상품, 영업 전략을 소개하며 크고 작은 파장을 일으켜 왔다. 본사 차원의 방향, 금융 시장 환경에 따라 철수를 결정한 곳들도 있었으나 현재까지 남아 체력을 과시하는 보험사도 있다. 더벨은 회사의 성패를 가른 '전략'을 중심으로 외국계 보험사들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2일 16: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호 외국계보험사인 푸르덴셜생명은 남자 설계사의 사관학교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일명 '보험 아줌마'로 통칭됐던 기존 보험 영업의 틀을 깨고 새로운 보험 설계 이미지를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처음으로 4년제 대학 출신의 남자 설계사를 대거 채용, 엄격한 교육 기간을 거쳐 '라이프플래너'란 이름으로 시장에 선보였다.

1989년 설립 후 푸르덴셜생명의 파격이 눈길을 끈 것은 영업 뿐만 아니었다. 고능률 설계사 조직을 기반으로 보장성 보험 일종인 종신보험을 한국 시장에서 소개하고 종신보험 위주 전략을 유지했다. 저축성 보험은 쳐다보지 않았다. 상품이 생소했던 탓에 고전을 겪기도 했지만 끝까지 전략을 고수했고 높은 수익성과 건실한 체력을 만들어냈다.

시간이 흐르고 이제 상황은 바뀌었다. 종신보험 원조로서 업권에서 새 이정표를 세웠지만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하는 시점에 다다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보장성 보험 시장의 수요가 종신보험에서 건강상해보험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 통합법인이 출범하면 보험 포트폴리오 구조에 확실한 변화가 예상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 통합법인인 'KB라이프생명'이 내년초 출범한다. 현재 두 회사간 합병 절차로 분주한 상황이다. 푸르덴셜은 보장성보험 보유 계약 중 종신보험 비중이 높다. 상반기 전체 수입보험료의 80.8%는 보장성 보험에서 나오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종신보험 비중이 78%에 달한다.

종신보험은 보장 기간이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인 사망보험이다. 피보험자가 언제 어떤 경우로 사망하더라도 약정된 보험금을 지급한다. 보통 유족에게 보험금이 지급돼 유족의 생활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상품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0월 말 "합병 후 외형확대 및 보험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예상되며 KB생명 영향으로 수익성이 다소 하락할 전망이라는 점" 등을 들어 푸르덴셜생명보험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신용등급을 AAA로 부여하고, 와치리스트(Watchlist) 하향검토에 등록했다.

해당 평가보고서에서 한국신용평가는 "사망 담보 중심의 종신보험 보유 계약은 낮은 손해율 관리를 통해 위험률차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장성 수요가 건강상해보험으로 이동하고 있어 제3보험 영업기반이 부족한 것은 향후 성장성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암보험, 건강보험, 정기보험 등이 제3보험의 예다.

또 "푸르덴셜생명은 높은 종신보험 비중으로 인해 보험부채 만기가 길고 부담이율이 높게 유지되는 등 금리위험 부담이 상존한다"며 "부채 규레이션이 업계 평균 대비 길고 금리확정형 비중이 94.5%, 평균 적립이율이 5.12%"라고 덧붙였다.

◇ 종신 위주 전략 향후 성장성 발목, 합병 후 KB생명 영향 수익성 하락 예상

2020년 푸르덴셜이 KB금융에 회사를 매각할 당시 업권에서는 한국시장 철수 결정의 원인 중 하나로 종신 상품의 보험금 지급 시기 도래를 꼽기도 했다. 국내에서 푸르덴셜이 종신보험 영업을 하는 30년의 기간 동안 대규모 보험료를 수취해왔으나 피보험자들의 평균 연령을 감안할 때 이제 대규모 보험금 지급이 예상되는 시점이 됐다는 의미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의 연간 종신보험금 지급 규모 추이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2015년 2627억원을 기록했다가 2018년 3344억원, 지난해 기준 3754억원을 기록했다. 5년 사이 1000억원 이상 늘었다.

KB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을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한 외국계보험사 관계자는 "푸르덴셜 매각 당시 중요 조건 하나가 설계사 조직을 그대로 이관한다는 것이었다"며 "매년 약 1000억원씩의 순이익이 유입될 것이 기대되고 있었기 때문에 KB 입장에서도 잘한 인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푸르덴셜생명은 현재 종신보험과 변액보험 중심이며 합병시 KB생명의 저축성보험 계약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기준 푸르덴셜 KB생명의 수입보험료를 합산해보면 보장성보험은 38%, 저축성보험은 33%, 변액보험 24%, 퇴직연금 15%로 구성된다. 두 회사간 취급 상품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영업 면에서 통합이 비교적 수월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기존 종신보험 위주의 상품 전략에 현재로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시장의 수요가 달라지고 있는 점을 반영해서 종신보험 내에서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상품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 기간이 오래될수록 보험금이 늘어나는 체증형 종신보험 상품을 출시했으며 최근에는 역모기지 기능을 부가한 종신보험 상품을 런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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