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봉형강 수요위축 '대형수주'로 뚫는다 [철강업 한파 대비]③가격인상 불구 판매감소 수익성 고민, 직공급 늘려 가격경쟁력 제고
강용규 기자공개 2022-11-10 10:43:22
[편집자주]
철강업에 한파가 불어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방산업의 철강재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제품 수익성도 하락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는 듯한 금리, 에너지 가격 상승에 위축되는 소비심리 등으로 한파가 언제 끝날지를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국내 철강사들의 겨울나기 준비를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7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와 함께 국내 양대 고로제철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동시에 조강 생산량 기준 국내 1위의 전기로제철회사이기도 하다. 연 매출의 약 3분의 1이 봉형강(철근 및 각종 형강) 등 전기로 생산제품에서 나온다.올 겨울 현대제철은 봉형강의 수익성을 놓고 고민이 깊은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로 가동에 투입한 에너지비용의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고는 있으나 전방산업의 수요 전망이 밝지 않다.
현대제철은 판재류의 경우 물량의 대부분을 직접 공급하지만 봉형강류는 절반가량을 유통사를 통해 판매한다. 앞으로는 봉형강사업에서 대형 수주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사업전략을 내놨다. 유통 물량의 비중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4분기 현대제철은 고로사업과 전기로사업의 수익성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고로사업의 경우는 3분기 낮은 가격으로 확보한 철광석으로 생산한 철강제품의 판매가 본격화하면서 롤마진이 개선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문제는 전기로사업이다. 10월 들어 한국전력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kWh당 최대 16.6원 인상했다. 애초 4분기 인상분으로 예정됐던 4.9원 이외에도 최근 연료비 급등에 따라 추가로 요금을 올렸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6000억원 안팎의 전기료 부담을 졌는데 이번 인상으로 연 1500억원가량이 더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제철은 2022년 3분기 실적발표회를 통해 에너지비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자동적으로 반영하는 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철근 기준가격을 10월 톤당 92만1000원에서 11월 98만4000원으로 인상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가격 인상이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봉형강의 최대 수요처인 건설업에서 충분한 수요가 발생할 것인지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10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는 9월 대비 5.7포인트 하락한 55.4포인트를 기록했다. 7월 67.9포인트 이후 3개월 연속 지수가 하락했으며 2013년 2월의 54.3포인트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연구원은 기준금리 급등 등 건설투자와 관련한 시장의 상황 역시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2023년 국내 건설수주를 올해 전망치보다 7.5% 줄어드는 206.8조원으로 내다봤다.
현대제철 측은 기존에 수주해 둔 물량이 있는 만큼 당장 철근 공급과 수요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안정적 수주물량 확보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현대제철의 2021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내수 기준으로 판재의 78.7%를 실수요 고객에 직접 인도하는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과 달리 봉형강은 49.2%를 유통사를 통해 판매했다.
유통 판매방식은 중간에 유통사가 끼는 만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제한을 받는다. 이를 고려하면 현대제철이 대형 건설사로부터 수주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것은 단순히 물량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수요자에 직접 공급하는 비중을 늘려 가격 경쟁력까지 제고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현대제철은 봉형강 유통시장에서 동국제강 및 중견 제강사들과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최근 5개년 동안 유통 비중을 지속적으로 낮춰 오는 모습을 보였다.
봉형강은 현대제철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출 기준으로 2018년 32.6%에서 2022년 상반기 37.7%로 꾸준히 커지고 있다. 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은 현대제철의 전체 실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당분간 건설경기 불황으로 봉형강 시황을 예상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형사 중심의 안정적 물량 확보를 통해 수익성도 방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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