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105억 조달' 티로보틱스, 투자자 우위 발행 배경은①실적 부진에 운영자금 부담 가중, 만기 이자 3% ·리픽싱 주기 7개월 제시
정유현 기자공개 2022-11-22 08:13:02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8일 14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로봇 제조업체 '티로보틱스'가 실적 부진을 떨치고 반등하기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 내년 수주 물량에 대응하고자 전환사채(CB)를 찍어 105억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채권 시장 경색과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인만큼 투자자 우위의 조건을 제시하며 자금을 무리없이 조달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로보틱스는 105억원 규모 5회차 CB를 발행했다. 5년 만기에 전환가액은 6263원으로 설정됐다. 전환청구는 내년부터 가능하다. 헤지펀드운용사, 증권사, 신기술조합 등 10곳의 기관이 참여해 CB를 인수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사업 구조나 재무 상태가 탄탄한 기업의 경우 투자자 측이 먼저 컨택해 발행사 우위 조건으로 CB 발행을 제시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3분기 들어 레고랜드 사태를 시장으로 자금 시장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반전됐고 전반적으로 CB 시장이 매수자 우위의 시장으로 전환됐다.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되며 티로보틱스의 발행 조건도 대체적으로 '투자자 우위'로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표면이자율은 0%를 걸었지만 만기이자율은 3%를 제시했다. 로봇 시장의 성장성은 기대되나 영업적자 상태로 투자 리스크가 있는만큼 만기 이자율을 제시하며 하방 안정성을 보장한 것으로 보인다.
티로보틱스는 리픽싱 '상·하향' 조건 삽입과 더불어 주기도 7개월로 설정했다. 지난해 12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증발공)'이 개정되면서 전환가액 상향 조정 조건이 의무화됐다. 이에 따라 리픽싱 조건을 넣지않고 발행되는 CB가 다수 있었다. 하향 조건을 넣으면 상향 조건도 넣어야 하기 때문에 둘 다 넣지 않고 불확실성을 차단한다는 이유다.
티로보틱스는 리픽싱 조항을 넣었지만 전환 주기를 늘리는 카드를 꺼내 투자 매력을 높였다. 증발공 개정 전에 발행되는 CB의 리픽싱 주기는 보통 3개월이었다. 티로보틱스는 투자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픽싱 주기를 7개월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CB 만기가 5년임을 감안하면 리픽싱 기회는 최소 8번 정도다.
리픽싱 주기가 투자자에게 유리한 것은 주기가 길수록 대응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전환가액 조정일이 도래했을 때 새로운 전환가액은 조정일 이전 일정 기간 동안의 주가로 결정된다. 주기가 길수록 전환 타이밍을 찾아서 엑시트에 나설 수 있다. 전환가액이 하향 조정된다고 해도 시가가 적정 수준까지 오를 때까지 기다려 다음 상향 조정일 직전에 전환 후 매도할 수 있는 것이다.
티로보틱스가 자금난을 겪는 상황은 아니지만 내년 신사업을 위해서 운영자금이 필요했다.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으로 CB를 발행했지만 유동성을 확보해 사업 확장의 기회를 얻은 만큼 불리하다고 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티로보틱스는 지난 5월 수주받은 '자율이송로봇'과는 별개로 내년에 수주받은 신제품 물량 대응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티로보틱스는 2020년 물류로봇 제조업체 모션디바이스의 지분 86%를 인수해 물류 로봇 제조 기술을 확보한 바 있다. 아마존·쿠팡 등이 물류센터에 로봇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물류 로봇 등의 주문 물량을 소화하는 데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티로보틱스 관계자는"주력 사업인 디스플레이 쪽에서 예상외로 실적이 부진해 자금 조달을 계획하게 된 것으로 내년에 수주받은 로봇, 장비 등의 신제품 물량 대응하는데 자금을 활용할 예정"이라며 "처음에 제로 금리로 발행을 제안했으나 자금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며 리스크 방지 차원에서 만기이자율을 설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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