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2월 08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김없이 모피아는 등장한다. 벌써부터 특정 금융회사 수장 자리를 놓고 관료들끼리 경쟁이다.

'관치금융'이라며 노조는 반대하지만 내심 기대하는 쪽도 있다. 특히 외풍에 많이 시달리는 곳이 그렇다. 고시를 거친 기획재정부 출신은 어느 정도 검증된 인재일테고 전현직 선후배들간의 네트워크가 엄청난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낙하산과 비교하면 그나마 양질이다.

마피아에서 따온 용어이다보니 모피아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이다. 하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봐준다고 하면, 그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그들만의 규율이 작동, 능력 위주로 인재를 추천한다는 점, 그리고 '나라를 위하는 충심'이 모피아 리그의 기본 전제라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기재부 선후배들끼리 챙기는 건 외부에서 보면 안 좋게 보이겠지만 그럼에도 그중 능력이 없으면 챙겨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나랏일에 대한 로열티가 있지 않으면 끼지도 못합니다"

부동산 대책반장, 야전침대를 꺼내라던, 그래서 밤 세워 과천청사를 밝히던 그 관료들의 이야기를 꺼내는 건 너무 올드한 이야기인가. 자아발전이라는 개인적인 목표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그 중심에는 국가를 위한 일이라는 왠지 모를 의무감과 자부심이 자리잡고 있었으리라.

요즘은 어떤가. 솔직히 모피아라고 말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힘이 많이 빠졌다는 게 중론이다. 모피아의 수장이라 불리던 세대의 노쇠화와 세대교체 시기의 공백기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총대를 메는 사람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아니면 더 큰 권력 앞에 숨죽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현직들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모두가 숨죽이고 있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려는 관료들이 많지 않다는 전언이다. 각 부처가 합동으로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모피아의 순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흥국생명 콜옵션 사태, 레고랜드 사태를 비롯한 최근 금융시장을 둘러싼 대응이 그랬다. 흥국생명 콜옵션 사태는 부처간 소통이 안된 대표적인 케이스다. 국제금융 부처와 보험사 담당 부처간 조율이 되지 않아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며 (흥국생명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다'는 희대의 사고(?) 문구를 보도자료에 써넣었다. 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레고랜드 사태에 대한 대응 역시 다르지 않았다. 한동안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어 이를 보다 못한 몇몇이 어영부영 대응책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다 보니 디테일이 부족했다. 다행히 그렇게 내놓은 대책이라도 어느 정도 먹혀 들어 채권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다.

시대의 문제일까, 사람의 문제일까. 자리 싸움에 혈안이 돼 있는 듯한 용어로 인식되는 모피아, 그보다는 가진 능력으로 안팎과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나라의 일을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그런 '모피아'가 그리워지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