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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적격' 구현모 KT 대표, 왜 경선 제안했나 탁월한 경영 성과 자신감, '외풍' 부담…투명한 경선 거쳐 지배구조 안정 추구

이장준 기자공개 2022-12-14 14:10:26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3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연임 적격 판정을 받았다. 디지털 플랫폼 회사(디지코, DIGICO) 전환에 박차를 가하며 KT의 체질 개선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아직 구 대표가 내년 초 주주총회에 올라갈 CEO 후보로 확정된 건 아니다. 이미 차기 CEO 자격을 갖췄음에도 먼저 이사회에 경선을 제안하면서다.

이는 '외풍'의 영향을 인지하고 선임 과정에서 잡음을 제거하고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투명한 경선을 통해 다른 후보보다 뛰어난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담겨 있다.

◇구현모 대표, 연임 적격 불구 CEO 경선 제안

KT 이사회는 13일 대표이사후보 심사위원회로부터 구현모 대표의 연임이 적격하다는 심사 결과를 보고 받았다.

본래는 이번 적격 심사 이후 구 대표가 최종 후보자로 결정돼 내년 3월 주주총회 결의에 부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구 대표가 차기 CEO 자리를 놓고 경선을 벌일 것을 제안하고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절차가 추가됐다. 구 대표가 단독 후보로 올라갈 수 있는 혜택을 스스로 내려놓은 것이다.


KT 측은 "구 대표는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 가능성을 검토 요청했다"며 "이사회는 이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추가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는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공개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강화를 선언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주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소유 분산 기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KT의 최대 주주(10.35%)라는 점에서 부담이 상당했으리란 관측이다. 물론 의결권 싸움을 통해 구 대표가 선임될 가능성도 충분하지만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지 않았다.

정부와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는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외풍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무언의 압박'에 물러나는 대신 경선을 자처하면서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만약 그가 다시 한번 최종 후보자가 된다면 KT 지배구조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도 기대된다.

◇구현모 대표, 차기 CEO 후보 확정 가능성은

그렇다면 구 대표가 차기 CEO 최종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사실 KT 안팎에서 구 대표의 성과로 봤을 때 연임 자격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리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는 KT 지휘봉을 잡은 이후 통신사(텔코, Telco)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 회사(디지코, DIGICO)로 변신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디지코 KT는 견조한 재무 성과를 거뒀다. 2019년 별도 기준 3분기 누적 서비스 매출은 11조1700억원 수준이었는데 올 3분기에는 12조10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탁월했다는 평가가 따랐다. 지난 9월 약 9년 2개월 만에 시가총액 10조원을 달성했다. 구 대표가 디지코 전환을 선언한 2020년 10월 이후 KT 주가는 55%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3년간 이어온 KT그룹 리스트럭처링 작업도 성과를 냈다. 미디어나 금융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사업에는 힘을 싣고 성장성이 크게 기대되지 않거나 다른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계열사는 정리하는 식이다.

KT는 작년 6월 무전기 전문 자회사 KT파워텔을, 올 1월에는 브랜드 택시 운영하는 오토피온을 매각했다. 최근에는 LS전선에 KT서브마린을 매각하면서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했다.

동시에 작년 1월에는 미디어·콘텐츠 사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KT스튜디오지니가 출범했다. KT스튜디오지니 산하에 지니뮤직, KT시즌, 스토리위즈 등 계열사를 배치해 자체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이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히트작을 내놓으며 브랜드를 리뉴얼한 ENA 채널이 2049세대 시청률 1위에 오르는 등 결실을 거뒀다.

금융 부문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가 지난해 가입자와 여신액, 수신액이 3배가량 증가하며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BC카드도 작년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고 디지털 금융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동안 보여준 성과가 탄탄한 데다 경선 과정을 거친다면 다른 무수한 후보가 난립할 수 있어 구 대표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점쳐진다.

KT에 정통한 관계자는 "구 대표가 경선을 자처한 건 그동안 보여준 성과는 물론 다른 어떤 후보가 오더라도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할 수 있고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직 추후 경선 일정이나 방식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KT는 연내 모든 과정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예정대로 CEO 최종 후보자를 선임하더라도 임직원 인사는 불가피하게 내년으로 밀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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