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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 성일하이텍은 왜 대기업과 손을 잡았나

박상희 차장공개 2022-12-19 08:54:30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6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니어 기자 시절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중견·중소 기업의 오너 대표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시장의 투자자들은 단순히 기업의 매출이 얼마나 되느냐보다 매출액 대비 얼마나 많은 마진을 남기는가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인다. 그래서 영업이익률이나 이익 구조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질문을 자주 했는데, 열에 아홉은 난색을 표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제조업체의 경우 대부분 대기업 계열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다. 아무래도 고객사나 거래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익구조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소위 '납품가 후려치기'를 당할까봐 우려한다.

10년도 훨씬 전의 이야기다.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상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착한 기업’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그럼에도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의 현실은 이상과는 거리가 있을 터였다.

와중에 들은 성일하이텍과 삼성 계열사와의 협업 스토리는 미묘한 울림을 줬다. 성일하이텍은 올해 시장에서 가장 '핫'한 업종으로 꼽혔던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선두주자다. 리튬 배터리에서 니켈과 코발트 리튬 등을 뽑아내는 리사이클링 업체로는 처음으로 상장하며 주목을 받았다.

성일하이텍이 폐배터리 재활용업체로 거듭난 것은 삼성SDI와의 인연이 계기였다. 당초 귀금속 재활용 사업을 하던 성일하이텍은 지금은 사라진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 TV에 도포된 은을 회수하는 사업을 했다. 주요 거래처가 바로 삼성SDI였다. PDP TV가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삼성SDI도 해당 사업을 접었다. 성일하이텍으로선 큰 고객을 잃은 셈이었다.

2차전지 배터리 사업을 준비하던 삼성SDI는 폐배터리를 재활용 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연구해보자고 제안했다. 성일하이텍의 생산을 총괄하는 정철원 제조부문장은 이를 두고 성일하이텍의 운명을 바꾼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어렵게 군산 새만금산업단지에 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지만 자금이 부족했다. 이번에는 삼성물산에서 나섰다. 전략적 투자자(SI)로 나서 성일하이텍의 지분 10%를 취득했다. 성일하이텍은 주력 제품군인 코발트, 니켈 제품에 대해 삼성물산과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윈윈하는 구조다.

정 제조부문장은 "보통 어음 결제는 30~60일 가량 걸리는데, 삼성물산 같은 대기업은 3~5일이면 결제가 되기 때문에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엔 현금 유동성이나 여신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성일하이텍이 이번엔 SK그룹과 손을 잡았다. 내년 SK이노베이션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2025년부터 폐배터리에서 양극재용 금속을 회수하는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이나 삼성SDI 등 대기업을 전략적 투자자(SI)로 유치한 적은 있지만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건설 중인 3공장에만 2000억원 넘는 자금이 들어가는데 추가로 4공장을 단독으로 건설하기엔 재무적인 부담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SK이노베이션과 손을 잡은 배경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온은 배터리 셀을 제조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거래처 확보라는 장점도 있다.

이 역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시혜나 수혜가 아니라 양사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다. 물론 여기엔 성일하이텍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습식제련 공장을 통해 리튬 배터리에서 코발트·니켈·망간·구리·탄산리튬 등 5대 금속을 모두 회수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선도업체라는 점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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