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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롱숏 전략 ‘차세대 주자’ 마이다스운용 엄찬식 부장‘실적 기반 투자’ 원칙…절대수익형 ’적토마’ 재도약 주인공

이민호 기자공개 2022-12-29 10:05:40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6일 13: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엄찬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3본부 1팀 부장(사진)은 국내 운용업계가 주목하는 롱숏(Long short) 전략 차세대 주자다. 하우스 대표 절대수익 추구형 헤지펀드를 맡아 올해 하락장에서도 11%를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자신의 투자 철학인 실적에 기반한 투자를 펀드 운용에 철저하게 녹여낸 것이 주효했다.

◇성장 스토리: 서울대 ‘스믹’ 출신…롱숏펀드 매니저 변신

엄 부장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 입학했지만 진로를 꾸준히 고민했다. 전역 이후 경영대를 부전공으로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가지면서 서울대 주식투자동아리 '스믹(SMIC)'에서 활동했다.

2009년 1월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에 입사했다. 리서치에서 2년 경력을 쌓은 이후 주니어 매니저로 본격적으로 운용에 발을 내디뎠다. 당시 배정받은 펀드는 벤치마크형 펀드로 롱온니(Long only) 전략의 가치형 공모펀드와 배당형 공모펀드였다.

매니저로 활동을 시작한 2011~2012년은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당시 대우증권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에서 근무하던 동아리 선배의 적극적인 추천은 헤지펀드 시장에 관심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고 이직을 결심했다.

2014년 1월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로 이직했다. 삼성헤지자산운용의 모태가 된 부서다. 엄 부장이 본격적으로 롱숏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2019년 4월에는 씨앗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현준 씨앗자산운용 대표와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몸담을 때 인연을 맺었다. 엄 부장의 삼성자산운용 이직으로 같은 본부에서 일할 기회는 무산됐지만 박 대표의 창업으로 롱숏 전략을 구사할 매니저가 필요해지면서 러브콜을 보냈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하우스 핵심 절대수익형 상품인 ‘마이다스 적토마 멀티스트래티지 1호’를 담당할 매니저를 수소문하던 때였다. 오남훈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1본부장의 연락을 받으면서 입사를 결정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실적에 기반한 투자…’성실한 팔로업’ 수익기회 포착

엄 부장은 실적에 기반한 투자를 선호한다. 실적이 좋아질 기업을 쌀 때 사서 함부로 매도하지 않는다. 쌀 때 샀다면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한다. 계속 성실하게 팔로업하는 것이 수익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숏은 반대로 적용한다. 실적이 악화될 기업을 찾아서 비쌀 때 공매도한다. 비싸진 기업을 대상으로 실적이 악화될 포인트나 약점을 찾아본다.

엄 부장은 “기본적으로 롱 종목 30~40개, 숏 종목 40~50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만큼 비교적 종목수가 많아 펀드 기준가 변동성도 낮은 편”이라며 “펀드 내에서 롱과 숏의 비중이 비슷하더라도 숏은 더 위험한 방식으로 판단해 종목 하나당 비중을 낮춘다”고 설명했다.

엄 부장은 특히 중소형주에 관심이 많다. 대형주는 매크로 요인과 기업 개별 요인 중 매크로에 대한 노출이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중소형주의 경우 대형주에 비해 기업 개별적인 변화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

엄 부장은 롱숏 펀드에서의 롱과 숏을 합친 그로스 익스포저(Gross Exposure)는 80%를 기준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10~20% 사이에서 변화를 준다. 숏 대비 롱 비중인 넷 익스포저(Net Exposure)는 0~20% 범위에서 움직인다. 시장을 안 좋게 본다고 해서 넷 익스포저를 마이너스(-)로 가져가지 않는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꾸준하고 안정적인 운용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트랙레코드1: 주력펀드 ‘적토마’ 절대수익 매력 증명…대체 데이터 적극 활용

엄 부장이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합류 직후부터 주력으로 운용하고 있는 ‘마이다스 적토마 멀티스트래티지 1호’는 이번달 14일 모펀드 기준 연초 이후 11%가 넘는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엄 부장이 이 펀드를 맡은 이후 부진한 장세에서도 우수한 하락 방어력을 증명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기관투자자 중심 수익자들의 유입도 재개되고 있다.

엄 부장은 자신의 투자 철학인 실적에 기반한 투자를 이 펀드에 철저하게 녹여내고 있다. 특히 실적 변화를 효율적으로 감지하기 위해 이른바 ‘대체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수출 데이터와 신용카드 데이터다. 엄 부장은 올해 성과가 우수했던 업종으로 기계, 방산, 음식료를 꼽는데 이들 업종에서 매수 기회를 찾는 데 수출 데이터와 신용카드 데이터가 큰 역할을 했다.

엄 부장은 “숏 포지션에서 IT와 인터넷 업종의 높았던 수익 기여도도 이런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라며 “연초에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통해 대형 플랫폼 업체들의 결제 흐름에서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을 포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2: 지수선물 숏 편입 지양…하락 방어 주효

엄 부장이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에 몸담고 있던 2017년은 롱숏 펀드의 운용을 처음으로 책임지게 된 시기였다. ‘삼성 H클럽 Equity Hedge 1호’를 포함해 엄 부장이 맡은 펀드들의 합산 사이즈는 1조원이 넘었다. 당시 반도체 업종이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있었다. 엄 부장도 반도체 업종에 높은 비중으로 베팅했다.

롱과 숏의 비중에 균형을 가져가는 상황에서 펀드 사이즈가 워낙 컸기 때문에 숏 포트폴리오에서 지수선물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종목 숏으로만 비중을 전부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 강세가 코스피 지수도 끌어올리는 시장 상황이 연출되자 반도체 롱 포지션에서의 높은 수익에도 지수선물이 함께 오르면서 펀드 수익률을 크게 갉아먹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펀드 수익률이 지수 수익률에 비해 저조했다. 펀드에서의 고객 이탈도 불가피했다.

엄 부장은 이런 경험을 통해 지수 숏의 위험성을 절감하게 됐다. 이후 숏 포트폴리오는 종목으로만 구성하려고 한다. 올해 같은 하락장에서도 숏 포지션에서 방어에 성공한 데는 숏 포트폴리오를 종목으로만 구성했던 게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엄 부장은 “지수는 대형주들의 주가와 연동되는 만큼 중소형주 하락률은 지수 하락률보다 일반적으로 더 높게 나타난다”며 “롱 포트폴리오에서는 중소형주 익스포저가 높을 수밖에 없어 지수선물로 숏을 하면 지수가 빠지는 구간에서도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적토마’ 자금유치 시동…채권 활용 확대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내부에서도 엄 부장에 대한 기대는 크다. ‘마이다스 적토마 멀티스트래티지 1호’는 2014년 10월부터 운용하고 있는 하우스 대표 헤지펀드다. 이 펀드 설정액은 2019년까지만 해도 1000억원을 웃돌았지만 이후 신규자금 유입 부진과 기존자금 유출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500억원을 밑도는 수준을 유지해왔다. 엄 부장 영업은 이 펀드 재도약의 계기로 평가하고 있다.

강봉모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마케팅담당 대표는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의 운용 특성상 시장 변동성과 관계없이 꾸준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관건인데 엄 부장은 냉철한 성격뿐 아니라 실적 등 논리적 근거를 중시해 이런 방식의 운용에 적합하다”며 “향후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가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첨병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 부장은 내년에 ‘마이다스 적토마 멀티스트래티지 1호’의 운용규모 확대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이 펀드의 현재 운용규모는 500억원에 소폭 못 미치지만 엄 부장이 펀드 운용을 책임진 이후 준수했던 지난해와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2000억원까지 키울 예정이다.

애초 이 펀드의 목표수익률은 연 6~8%였다. 하지만 현재 10%로 높아졌고 내년에는 10% 이상으로 잡을 계획이다. 높아진 정기예금 금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펀드 수익률 제고를 위해 유휴자금을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엄 부장은 “통상적으로 펀드자산의 30~40% 정도 유휴자금이 발생하고 이를 공모주와 채권 등으로 운용해왔다”며 “주식에 대한 그로스 익스포저를 높이는 것은 변동성 관리에 불리한 만큼 유휴자금 운용에 쿠폰금리가 높아진 채권을 이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롱숏 전략 구사에 우호적인 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엄 부장은 금리가 이미 많이 올라온 만큼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에서 금리에 대한 민감도는 낮아진 상태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실적이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엄 부장은 “수출 데이터를 보더라도 반도체 업종을 포함해 당분간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당장 지수 급반등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 상승이 둔화되면 금융시장도 안정돼 실적이 좋아질 기업을 자신있게 살 수 있는 만큼 실적이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이 혼재하는 시장에서는 롱숏 전략을 구사하기 유리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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