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13일 07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프리IPO를 성사시켜 1조2000억원에 가까운 투자자금을 유치한 것을 놓고 기업가치에도 이목이 쏠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게 있어서 이번 프리IPO는 글로벌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실탄을 확보했다는 점 외에도 11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프리IPO에 시간을 들이며 신중을 기한 배경이다. 프리IPO에서 인정받은 몸값이 향후 IPO(기업공개)를 진행할 때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기대했다. 그러나 시중 유동성이 메마르는 등 투자심리가 악화하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비록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조 단위' 투자를 유치한 것을 놓고 선방했다고 평가한다.

◇신주 발행 후 기업가치 11조3000억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이번 프리IPO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11조3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 PIF와 싱가포르 유한책임회사 피랩인베스트먼트 펀드를 대상으로 각각 226만1677주씩 총 452만3354주를 보통주로 발행할 예정이다. 신주 발행가액은 25만5116원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말 기준으로 총 주식 수가 3976만8463주다. 여기에 새로 발행하는 신주를 합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총 주식 수는 4429만1817주로 늘어난다. 이번 신주 발행가액을 적용해 계산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11조3000억원 정도의 몸값을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주식가치는 2021년 말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와 같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10월 25일 유희열씨 등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신주 발행가액을 25만5116원으로 산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추산한 당시 몸값은 약 10조원이다.

다시 말해 발행 주식 총 수가 늘어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가 높아지긴 했지만 주당 가치는 2021년 말과 비슷하는 의미다.


◇카카오엔터, 기업가치 양보…업계는 "선방" 평가

기업가치에 대한 시각 차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프리IPO를 진행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을 들인 배경이기도 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투자 유치로 산정된 기업가치가 향후 IPO에 가이던스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해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이려 애를 썼다.

그러나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약 20조원의 밸류를 바라볼 정도로 눈높이가 높았다”며 “그러나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현금흐름 등 이슈로 애를 먹었던 점을 고려해 무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 유치를 놓고 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에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시국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조 단위 자금을 확보한 것은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프리IPO로 최대주주인 ㈜카카오의 지분율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의 지분율은 73.6%다. 그러나 이번 유상증자로 452만3354주를 새로 발행하고 나면 카카오 지분율은 66.1%로 떨어진다. 유상증자 후 PIF와 피랩인베스트먼트 펀드의 지분율은 각 5.1%로 총 10.2%가 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이번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유치하는 투자자금은 모두 1조1540억원이다. 납입은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351만8166주를 발행한 데 따라 2월 20일 8975억원, 100만5188주 발행에 따라 7월 20일 2564억원이 납입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스토리, 미디어, 뮤직 등 일단 세 부문으로 나눠 글로벌사업에 조달자금을 투자하겠다는 방향성만 설정했다”며 “IP 확보와 M&A(인수합병)에 적극 나설 계획이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