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20일 07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 참석차 방문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추웠다. 150여년만의 폭우라는 날씨도 그랬지만 3년만의 대면행사치고는 예년만 못한 참석자수가 혹한기 바이오 업계를 대변해주는 듯 했다.현장에서 만난 주최측 코멘트를 빌자면 공식적으로 등록된 참석자는 8600명, 1만명 이상이던 과거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돈 많은 빅파마들도 참여인력을 줄였다고 하니 K-바이오에게 JPM 행사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을 수 있다.
매년 행사에 참석하다 올해는 포기했다는 한 바이오텍 대표는 그 이유를 '돈' 때문이라고 했다. 고환율·고물가에 한두명 체류비 대는 것도 버겁다는 얘기다. 딜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한 지금은 비용을 절감하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에 모인 이들은 한파를 헤치고 온 만큼 조금의 성과라도 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 이러한 의지는 회사규모는 물론 지위고하를 막론한 공통된 생각이었다. 중대형 제약사 오너도 이름표를 달고 행사장에서 파트너사를 만났고 대기업 바이오 계열사 대표들도 직접 경쟁사 발표를 경청했다. 실무진들은 정장 차림에 큰 배낭을 메고 분주하게 움직였고 투자사들은 업계 동향 파악을 위해 끊임없이 미팅에 나섰다.
제약사·바이오텍·의료기기·대형병원, 오너·창업주·임원·실무진·전문가들. 현장에서 만난 모든 이들은 적군이나 경쟁자가 아닌 'K-바이오'를 위해 단 한발짝이라도 더 전진하기 위해 모인 동지였다. 그래서 이들은 협업을 얘기하고 서로를 응원했다.
현장에서 만난 HK이노엔의 CTO(최고기술책임자)는 핵심제품인 케이캡과 경쟁약물로 등장한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를 경쟁자가 아닌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표현했다. 동아에스티의 CSO(최고과학연구책임자)는 경쟁 제약사의 오너 및 임원들에게 전통제약사간에도 협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서로가 갖고 있는 기술을 공유하고 신약개발이라는 공통된 화두를 어떻게 풀어낼 지에 대한 뜨거운 논의가 이어졌다. 성과를 내기 위해선 혼자 연구에만 몰두하면 되는 시대가 지났다는 걸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힘들 때 함께 모여 헤쳐가야 한다는 전우애도 보였다. 지금은 선의의 경쟁보다도 발전 가능한 파이프라인이나 플랫폼을 발전시켜 더 큰 경쟁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투자사들과 바이오협회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바이오 투자 큰손 장덕수 DS운용 회장에게 물었다. 요즘 상장길도 막혔는데 아직도 바이오에 관심이 있느냐고. 그의 답은 어려운 K-바이오 업계에 조용한 위안이 될 것 같다. "바이오 아니면 뭘 투자해? 이게 꿈이고 미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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