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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디자인하우스 리포트]"팹리스 최강 미국 공략" 상장 기점 확장 전략 가동⑥이종민 에이직랜드 대표

김혜란 기자공개 2023-02-23 14: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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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반도체는 팹리스가 설계하고 파운드리가 위탁생산하지만 설계자산(IP)기업과 OSAT(후공정)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IP업체와 협력해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잇고 후공정까지 턴키(일괄수주) 생산을 도맡는 곳이 바로 디자인하우스다. 역량과 규모를 갖춘 디자인하우스가 뒷받침해줘야 파운드리 산업도 클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디자인하우스로 진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지금 국내 디자인하우스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생태계의 현주소와 육성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1일 11: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대만 TSMC의 디자인하우스 협력사는 '가치사슬협력자(VCA·Value Chain Alliance)'로 불린다. 삼성전자에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가 있다면 TSMC는 보다 '밸류체인'을 강조하는 명칭을 붙였다.

VCA에는 생태계와 '상생'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TSMC의 사업 파트너라면 그만큼 사업적 안정성이 보장되고 보호받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TSMC의 시장점유율은 60%에 달하지만, VCA는 전 세계에 딱 8곳이다. 에이직랜드는 8곳 중 유일한 한국 기업이다.

에이직랜드는 올해 기업공개(IPO)라는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조만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계획대로라면 오는 8월께 상장 예정이다. 증권가에서 벌써 한국에 몇 안 되는 'TSMC 수혜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에이직랜드의 이종민 대표(사진)를 만나봤다.

이 대표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유일한 TSMC의 VCA 에이직랜드가 없다면 (TSMC 공정을 이용해야 하는 국내 팹리스들은) 아쉬운 소리를 하며 대만 디자인하우스를 이용해야 한다. 에이직랜드의 존재가치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2일 경기도 수원 에이직랜드 본사에서 진행됐다.

◇'블루오션' 미국 시장 노린다

이 대표는 올해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미국에도 반도체 디자인하우스가 있긴 하지만 에이직랜드처럼 반도체 제작의 첫 단계인 설계부터 도와주는 사업 모델을 가진 곳은 없다.

이 대표는 "미국 시장에는 아직 '설계 플랫폼'을 제공하는 디자인하우스는 없고 대만 글로벌유니칩(GUC)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팹리스가 밀집한 미국 시장은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이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에이직랜드로선 올해 상장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확장 전략을 가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어 "세계적인 디자인하우스인 대만 GUC와 알칩(ALchip)과 견줄만한 디자인하우스로 클 것"이라며 "에이직랜드는 한국이라는 고정적인 시장을 확보하고 있으니 도전해볼만 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금은 국내 업체들만 고객사로 두고 있는데, 우선 국내를 다지고 지금 사업 모델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미국에서 꽤 많은 기업을 유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디자인하우스들은 대체로 대만이나 한국과 달리 팹리스나 세트(완성품) 고객과 설계 초기단계에서 아키텍처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 '레벨 제로' 서비스까지 제공하지는 않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에이직랜드는 아키텍트(설계)와 공통으로 사용되는 설계자산(IP), 소프트웨어 등 팹리스들이 공통적으로 써 재사용이 가능한 부분을 플랫폼화해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에도 이런 '레벨 제로' 서비스 수요가 많다"며 "그러나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GUC도 인력이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특히 미국은 팹리스 강국이다. 미국과 대만 간 강력한 반도체 동맹 관계도 에이직랜드에는 기회가 되고 있다. 미국과 대만의 우호적 관계를 이용하면 에이직랜드에는 많은 사업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당연히 TSMC 수혜를 생각하고 있다. 미국 팹리스들은 디자인하우스가 설계까지 해준다고 하면 너무 좋아한다"며 "TSMC VCA는 전 세계 8곳 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도 미국과 중국에서 VCA를 찾아보고 (에이직랜드에) 연락이 많이 온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국내·외 팹리스들이 이런 설계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에 대해 '가용률'로 설명했다. 팹리스가 하던 설계 영역 일부를 디자인하우스에서 담당하면 팹리스의 가용률을 높여줄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팹리스는 인력이 너무 부족한데, 비싼 인력을 뽑아 1년에 칩 하나 개발한다"며 "남는 시간이 많아 가용률이 높지 않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엔 팹리스도 일부 설계는 디자인하우스에 맡기는 식으로 글로벌 트렌드가 점차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팹리스·OSAT 생태계 성장에도 기여

일각에선 에이직랜드가 TSMC 공정 기반의 디자인하우스라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아닌 'TSMC에 좋은 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 대표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라면서 "그런데 예를 들어 TSMC 공장이 100개라면 삼성은 20개다. 어쩔 수 없이 TSMC를 써야 하는 국내 팹리스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팹리스도 TSMC를 필요로 하는데 국내 디자인하우스 중에 TSMC와의 연결고리가 없으면, 대만 등 외국 디자인하우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로 에이직랜드의 고객사이기도 한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사피온과 모빌린트, 디퍼아이가 TSMC 공정을 사용한다.

그는 "만약에 한국에 에이직랜드마저 없으면 TSMC를 이용하기 어렵다"며 "원가 경쟁력에서 크게 차이가 나고 국내에서 현장 대응이 어려운 다른 VCA에 가야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공정법이나 캐파(생산능력) 면에서 TSMC보다 아직은 부족해 국내 중소 팹리스의 주문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또 글로벌 팹리스가 밀집한 미국 시장을 공략하려면 TSMC의 VCA라는 타이틀이 유리하다. 미국은 전 세계 팹리스의 70%를 점유하고 있지만 선단공정을 가진 파운드리가 없어 팹리스가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TSMC든, 삼성전자에든 위탁해야 하고 이때 디자인하우스가 가교 역할을 해줘야 한다.

에이직랜드는 파운드리 쪽에선 TSMC와 연결고리가 공고하더라도 후공정 분야에선 국내 기업과도 협력관계가 탄탄하다. 에이직랜드는 아키텍처(설계)뿐 아니라 파운드리에서 생산된 웨이퍼를 OSAT(반도체 패키지·테스트 외주기업)에 맡겨 패키징과 검사까지 마친 칩을 다시 팹리스에 최종 납품하는 '턴키(일괄수주)' 사업을 하고 있다.

OSAT의 경우 단가경쟁력을 우선으로 해 디자인하우스가 선택하기 때문에 국내 OSAT와도 협력한다. 국내 OSAT 생태계를 키우는 데도 기여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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