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자인하우스 리포트]후발주자 세미파이브, M&A로 키운 '디자인플랫폼'③2019년 설립 후 약 1700억원 투자 유치 성공…자본시장 관심 한몸에
김혜란 기자공개 2023-02-20 12:41:03
[편집자주]
시스템 반도체는 팹리스가 설계하고 파운드리가 위탁생산하지만 설계자산(IP)기업과 OSAT(후공정)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IP업체와 협력해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잇고 후공정까지 턴키(일괄수주) 생산을 도맡는 곳이 바로 디자인하우스다. 역량과 규모를 갖춘 디자인하우스가 뒷받침해줘야 파운드리 산업도 클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디자인하우스로 진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지금 국내 디자인하우스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생태계의 현주소와 육성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6일 15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미파이브는 적극적 인수·합병(M&A) 전략을 구사해 규모의 경제를 키우고 인재를 끌어모았다. 2019년 설립한 스타트업이지만 자본시장에서 소프트뱅크벤처스와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으로부터 유치한 자금만 지금까지 1700억원이 넘는다.세미파이브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국내 디자인솔루션 파트너(DSP) 4곳 중 하나로 삼성 파운드리 공정에 맞춰 공정 도면을 설계하는 기업이다. 2~3년 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성장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본시장의 뜨거운 관심…창업 3년 만에 1700억 조달
세미파이브의 조명현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대학원에서 반도체 설계 분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글로벌 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2019년 세미파이브를 창업했다.
세미파이브는 자본시장에서 투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한 덕에 M&A를 통해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국내 디자인하우스 세솔반도체와 다심, 하나텍을 잇달아 품었고 2021년 말에는 미국 반도체 설계자산(IP) 회사 아날로그 비츠(Analog Bits)를 인수해 빠르게 스케일업했다.
조 대표는 국내 디자인하우스가 역량을 갖춰야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탄탄하게 지탱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봤다. 조 대표가 창업 이후 공격적인 투자로 회사 규모와 역량을 키우는 데 사활을 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에서 제대로 된 규모와 인재 풀을 갖춘 디자인하우스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거목' 하나가 우뚝 선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거대한 숲이 조성돼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조 대표의 확고한 생각이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워낙 큰 자본과 기술 투자가 들어가고 개발 기간이 오래 소요되기 때문에 밸류체인 내에서 협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만 사례를 보면 훨씬 명확해진다. 대만은 반도체와 전자기기 업계가 생태계를 지탱하며 동반성장했다. 대만 파운드리 TSMC와 '혈맹관계'를 맺은 디자인하우스 글로벌유니칩(GUC)은 TSMC 팹(Fab·공장)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팹리스뿐만 아니라 에이수스(Asus), 에이서(Acer) 등 자국의 세트(완성품)업체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를 통해 파운드리와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전자기기 업계 모두 상생할 수 있었다.
조 대표는 "반도체는 우리나라에 전 세계 1등 업체가 하나 있다고 성공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라며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TSMC라고 해도 일일이 중소형 팹리스를 챙겨줄 여력은 없다. 가치사슬협력자(VCA·Value Chain Alliance)가 대신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이유다.
세미파이브같은 삼성 파운드리 기반 디자인하우스가 규모의 경제를 키우고 대응 능력을 더 갖춰 중소형 팹리스를 커버해준다면 삼성 파운드리 고객이 늘고 세미파이브도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삼성 파운드리도 양적 성장이 가능하고 삼성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 전반에 활기가 돌 수 있을 것이다.
조 대표는 "대만의 경우 TSMC라는 거목이 필요한 토양을 다른 생태계가 지원해주고, 거목은 다른 생태계가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줬던 것"이라며 "한국에도 이런 식으로 숲을 조성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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