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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 Tracking]현대제철 가이던스 20년, 전망치 제공 '뒷걸음'①한때 예상 매출·영업익 공개, '실적 격차'에 판매량으로 한정

박동우 기자공개 2023-02-08 07:30:40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1일 17:2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은 주주 친화적 관점에 입각해 가이던스를 20년 넘게 제공해왔다. 사업 전망치나 목표액을 제시하면 시장 관계자들의 투자 의사결정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시행 초기만 하더라도 정보 전달의 폭이 넓었다. 한때 매출, 영업익, 생산량 예상 규모, 차입금 관리 목표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실적과 가이던스의 격차 해소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망치 제공 수준이 후퇴했고, 현재는 연간 예상 판매량만 안내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가이던스 기틀을 다진 인물은 강학서 현대자동차그룹 고문이다. 강학서 고문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대표까지 오른 인물이다. 2000년대 재경본부장으로 활약하면서 연례 전망치를 공개하는 기조를 확립했다.


가이던스 제시는 현대차그룹 오너였던 정몽구 명예회장의 방침과도 맞닿아 있었다. 계열 분리 이래 정몽구 명예회장은 '대외신인도 상향'과 '주주가치 제고'를 꾸준하게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투자자 소통(IR)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현대제철(당시 INI스틸) 역시 그룹 기조에 동참했다.

처음으로 가이던스를 제시한 시점은 2002년 10월이다. △매출 △영업이익 △경상이익 등 그해 4분기 실적 전망치를 공개했다. 2003년에는 사업 계획을 공시하면서 생산량, 판매량, 투자비까지 추가로 공개했다. 특히 '긴축 경영' 방향을 설정하면서 차입금 감축 목표액을 제시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강학서 고문의 주도 아래 전망을 공개하는 수준이 한층 심화됐다. 단순히 연간 생산량 가이던스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제강과 압연으로 나눠 양산 예측 규모를 공시했다. 2005년부터는 분기·반기 전망도 알리기 시작했다.

전망치를 도출한 근거까지 간략하게 발표하는 등 숫자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데 매진했다. 2005년 2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공개할 당시 현대제철은 건설 지표의 증가세가 뚜렷하고 성수기에 진입했다는 대목을 함께 거론했다. 2006년 1월에는 예상 매출액을 공개하면서 연말 환율이 달러당 950원에 형성될 거라는 관측도 덧붙였다.

가이던스 공개 대상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축소됐다. 제강과 제품으로 나눠 제시하던 연간 생산량 전망치가 자취를 감췄다. 세계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면서 철강 수요 변동성이 심화되자, 시장에 공급량 목표를 미리 알리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전망치 제공 범위를 좁히는 흐름은 계속 이어졌다. 2014년에 재경본부장으로 부임한 송충식 전 부사장은 가이던스 공시 항목을 판매량으로만 한정짓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2015년부터 매출 전망 공개를 중단했다.

실적과 크게 괴리되는 가이던스 안내가 시장 관계자들의 투자 의사결정을 오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서다. 실제 사업 성과와 전망의 갭(gap)을 해소하기 여의치 않다는 판단도 영향을 끼쳤다.

2013년 사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해 1월 내놓은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13조4000억원이었다. 이후 7월과 10월 잇달아 가이던스를 고치면서 예상액은 12조9000억원까지 낮아졌다. 실제 집계된 매출은 12조8142억원으로, 최종 가이던스와는 1000억원가량 오차가 발생했다. 2014년 매출도 전망치(16조3000억원) 대비 2700억원 적게 나타났다.

송충식, 김점갑, 서강현 CFO를 거쳐 현재 김원진 재경본부장에 이르기까지 최소한의 가이던스만 제시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월 말에 현대제철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IR북을 통해 공개한 '영업실적 전망' 내역에 따르면 2023년 판매량 1958만6000톤만 기재됐다.


철강업계 경쟁사와 견줘봐도 현대제철이 알리는 가이던스 정보 범위는 제한적이다.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새해 연결기준 매출 전망액으로 85조8506억원을 명시했다. IR 프리젠테이션 자료집에는 '2023년 재무 목표' 항목도 삽입했다. 페이지에는 △투자예산 11조원 △순차입금 11조원 등의 숫자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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