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06일 07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어느덧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가 됐다. 이를 무시하는 기업은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자금 조달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발행된 한국물의 약 42%가 ESG채권일 정도다.SK하이닉스는 지난달 국내 일반기업 가운데 최초로 지속가능연계채권(SLB)을 발행했다. 한국물 시장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순간이다. SLB에는 탄소절감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미달일 경우 마지막 이자 지급일에 75bp를 추가로 지급하는 '스텝업' 조항이 포함됐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할 경우 금리 혜택을 받는 '스텝다운' 조항은 제외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국물 ESG채권에 대한 '그린워싱'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그린워싱은 반 ESG 기업이 친환경적인 것 처럼 위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물에 그린워싱 꼬리표가 달린건 2020년부터다. 한국전력이 그린본드를 발행하고도 베트남 석탄발전소에 신규 투자한 것을 놓고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 결과다. 당시 한전 채권을 펀드에서 제외시키겠다는 기관투자자들까지 나왔다. 국내 대표 이슈어중 하나라는 점에서 충격은 컸다.
이듬해 SK E&S는 호주 바로사(Barossa) 해상 가스전 개발에 투자하며 SK그룹의 ESG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중립 차원에서 가스전과 유전에 신규 투자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대규모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이로 인해 그린워싱에 대한 지적 또한 불가피했다.
이런 의미에서 SK하이닉스의 SLB 발행 성공을 두고 이른 축포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목표 달성에 자신 있다는 의미겠지만 무려 75bp 스텝업 조항에는 투자자들의 테스트 의도가 크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SLB는 사후관리가 까다로운 만큼 섣불리 나섰다가 자칫 한국물의 위상을 흔들 수 있다.
한국물은 지난해 흥국생명 사태로 다시 한번 평판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한 이슈어의 순간의 선택이 시장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이번에 발행된 SLB는 2028년 1월에 만기 도래한다. SK하이닉스에서 이번 발행을 담당한 이들 가운데 과연 몇 %가 그때까지 해당 부서에 남아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SK하이닉스의 이번 결정이 단순 최초라는 타이틀과 ESG의 후광을 노린 것인지 아니면 ESG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한국물에 대한 그린워싱 우려를 말끔히 씻어낼지 아니면 현실화할지 5년 후에 결정된다는 점이다. 한국물의 위상을 짊어진 SK하이닉스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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