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08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의 메시를 능가하는 건 10년 전 메시 그 자신 뿐이다"

두가지다. 메시는 축구의 신이라 절대적인 존경의 뜻과 메시도 이제 노쇠하고 있다는 씁쓸함의 표현이다. 이런 메시와 비교된 인물이 프랑스의 음바페다. 포지션과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지만 축구의 신 메시의 상대로 충분했다.

두 스타의 격돌에 축구팬들은 더 흥분했다. 메시의 아르헨티나, 음바페의 프랑스를 놓고 우승팀 맞추기는 카타르 월드컵의 '정수'였다.

축구 전문가들은 프랑스로 기우는 듯했다. 절정을 향해가고 있는 음바페의 기량은 물론이고 프랑스의 조직력이 워낙 탄탄했기 때문이다. 지단이 이끌던 이전 세대를 능가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 역시 결승전이 개최되기 전 가졌던 저녁 자리에서 우승팀 맞추기를 했다. 모 기업 대표 두명과 임원 등 총 4명이 모인 자리였다. 공교롭게 기업의 대표 두명은 아르헨티나를, 임원과 나는 프랑스에 표를 던졌다.

근거도 비슷하게 엇갈렸다. 한쪽은 프랑스의 조직력을 근거로 들었다. '골고루 갖춘 기량에 빈 틈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고개를 끄덕인 쪽이다.

다른쪽 두명은 메시가 절대적이라고 평가했다. 개인기는 줄었으나 이 한명이 주는 안정감과 신뢰, 그래서 11명 모두에게 전달되는 순기능은 어마무시하다는 것이다. 그 커리어와 더불어 큰 경기에서의 경험은 다른 모든 선수들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뛰어나거나 노련한 한 조직원이 전체 조직에 미치는 파급력은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는 조직운용 경험에서 나온 베팅이었다.

이 분석과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테크니션맨들로 뭉친 프랑스 선수들은 결승전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긴장감을 찾을 수 없는 메시가 풀어내는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프랑스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위기일수록, 그리고 중요한 경기일수록 노련미가 진가를 발휘한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물론 이 경지까지 오르는 조직원은 많지 않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그 분야 톱(top)의 자리에 우뚝 서 본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화제를 좀 돌려 보면 경기 침체를 빌미로 모든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구조조정의 잣대는 나이다. 주민번호 앞자리가 '6'이냐 '7'이냐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나이 많은 임원들은 비용 측면에서 기업에겐 큰 부담이다. 하지만 그 비용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을 만한 효용가치가 있는 임원들은 분명히 있다. 오로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게 오히려 더 큰 비용일 수 있다. 우리 경제가 혹은 우리 기업들이 위기라고 외치는 지금 이 시기, 메시 같은 경험 많은 스타 임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승팀을 맞췄던 앞선 기업의 대표중 한명은 증권사 사장이다. 이 사장이 최근 도입한 임금 체계 개편이 그래서 주목된다. 이 증권사는 기존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연봉제로의 전환은 구조조정의 빌미로 읽히면서 노조의 반대가 심한 편이다. 하지만 반대로 해석해 보면 나이가 많아도 성과가 좋으면 인센티브를 파격적으로 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이가 많아도 성과가 출중하면 후배 직원들의 존경을 받으며 계속 직장을 다닐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동안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겠지요"

월드컵 우승팀을 맞추었듯 이 제도의 결과 역시 의도한 바대로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기업에는 조직을 살리는 메시가 한명 쯤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