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자인하우스 리포트]"2030년 매출 1조, 1등 목표 삼성 파운드리와 함께 달린다"⑧박준규 에이디테크놀로지 대표
김혜란 기자공개 2023-02-27 12:30:48
[편집자주]
시스템 반도체는 팹리스가 설계하고 파운드리가 위탁생산하지만 설계자산(IP)기업과 OSAT(후공정)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IP업체와 협력해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잇고 후공정까지 턴키(일괄수주) 생산을 도맡는 곳이 바로 디자인하우스다. 역량과 규모를 갖춘 디자인하우스가 뒷받침해줘야 파운드리 산업도 클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디자인하우스로 진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지금 국내 디자인하우스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생태계의 현주소와 육성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3일 14: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2030년 매출 10억달러(약 1조원)를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삼성전자가 정한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등' 달성 시점과 같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협력사 에이디테크놀로지는 한 팀으로 움직이니 성장궤도도 같이 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8년여 뒤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면 세계 1위 디자인하우스 대만 글로벌유니칩(GUC)과도 1, 2위 자리를 놓고 다투게 될 것으로 박준규 에이디테크놀로지 대표(사진)는 예상했다. 그때는 삼성전자도 충분히 세계 1위 파운드리 대만 TSMC와 지금보다 격차가 훨씬 줄어 1위를 노릴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초격차 기술력은 판도를 한방에 뒤집을 무기다. 삼성전자는 3나노미터(㎚·1㎚=10억분의 1m)부터 차세대 공정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했으나 TSMC는 3나노에서 기존 핀펫(FinFET)을 적용하고 2나노부터 GAA를 적용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삼성은 기술에서 과감한 투자를 잘하고 꾸준히 하는 기업이고 저희도 그걸 믿고 가는 것"이라며 "글로벌 팹리스들은 기술적 우위에 있는 기업을 선택한다. GAA가 자리 잡으면 삼성이 언제든 역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파운드리가 얼마나 첨단공정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디자인하우스의 영업활동에 직결되는 문제다.
에이디테크놀로지도 기술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와 일하기 시작한 해부터 라이브러리 등을 개발하는 조직을 만들어 지금까지 3년 정도 투자해 운영하고 있다"며 "제품의 경쟁력과 특성을 좋게 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16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에이디테크놀로지 본사에서 진행됐다.
◇최첨단 파운드리 삼성과 TSMC 노하우 모두 경험
에이디테크놀로지는 TSMC와 15여년간 끈끈하게 협력한 덕에 TSMC 공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이는 삼성전자 DSP로서의 역할 수행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박 대표는 디자인하우스의 일에서 중요한 차별화 요소 중 하나로 '셀 라이브러리'를 꼽았다. 반도체 설계자산(IP)과 라이브러리, 소프트웨어(SW), 코어가 한 장의 웨이퍼에 합쳐져야 하나의 칩이 된다. 이 중 라이브러리는 코드를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설계 블록을 말하는데, 얼마나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가 다양한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느냐가 반도체의 품질을 좌우한다.
예를 들어 TSMC의 경우는 저전력과 초소형,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라이브러리 등 다양한 형태를 구비하고 있다. 다만 삼성 파운드리는 라이브러리가 다양하지 못한 것이 경쟁력에서 밀리는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다.
TSMC의 에코시스템에는 주로 미국과 유럽이 주축인 IP, 라이브러리 회사들이 잘 형성돼 있다. 디자인하우스들이 필요하면 TSCM 공정에 맞춰진 IP와 라이브러리를 구매해서 쓰면 되나 삼성 주변엔 이런 회사들이 아직 부족하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TSMC 생태계 안에서 일해봤기 때문에 삼성 파운드리가 어떤 점이 부족한지 파악했고 자체적으로 보완하려고 노력 중이다.
박 대표는 "예를 들어 어느 고객은 배터리로 들어가는 제품을 구동한다면 파워가 중요하고, 어떤 부분은 전기 코드를 꽂아 쓰는데 빨리 동작해야 한다면 파워보다는 퍼포먼스가 좋아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라이브러리를 갖는 게 중요한 것"이라며 "삼성 파운드리가 어느 정도 라이브러리가 축적되기 전까지는 우리가 이걸 준비해줘야겠다고 생각해 비용을 투입해 자체 개발 조직을 만들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 전략 가속화…"올해 신규 개발비 확 늘기 시작"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0월 독일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기업 비디안티스(Videantis)와 첨단 자율주행 시스템온칩(SoC) 개발 계약을 맺었다. 에이디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오토모티브용 AI 플랫폼에 팹리스 비디안티스가 만든 영상처리 칩을 합쳐 자율주행 레벨4까지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를 만든다. 이후 이를 삼성전자 5나노 공정에서 양산하기로 했다.
비디안티스는 지금까지 TSMC 공정을 이용하다 이번에 처음 삼성 파운드리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디테크놀로지가 해외 고객사 유치에 성공한 덕이란 점이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다.
박 대표는 "파운드리를 선택할 때 TSMC 대신 삼성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역량은 또 디자인하우스가 갖고 있다"며 "삼성 파운드리가 준비가 덜 돼 있어도 '에이디테크놀로지가 만든 라이브러리 등을 가지고 삼성 파운드리 기술과 조합하면 TSMC의 장점을 커버하거나 더 나은 것으로 바꿔줄 수 있다'라고 설명하면 업계에서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게 있다"라고 설명했다.
해외 고객사들이 TSMC냐, 삼성이냐를 두고 파운드리 공정에서 얼마나 작게, 파워 소모를 적게 만들 수 있는지 기본 특성과 경쟁력을 보고 선택하지만, 디자인하우스의 역량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TSMC와 오래 일해봤기 때문에 TSMC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 해외 영업에서도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단 점도 에이디테크놀로지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적극적으로 해외 고객사 유치에 나서고 있다. 현재도 고객사 10곳 중 60%가량이 해외 비중이다. 독일 뮌헨에 지사를 설립했는데 적극적으로 유럽 영업에 나서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유럽에 오토모티브와 AI 테마가 잘 확산돼 있어 삼성 파운드리 수주를 목표로 영업하려고 빠르게 법인을 세웠다"고 부연했다.
◇"확 늘어난 개발비 주목" 외형 성장 자신감
물론 공고한 TSMC와의 관계를 끊고 삼성을 선택할 때는 단단히 각오를 해야했다. 기존 고객사와의 관계가 끊기기 때문에 한 번은 고비가 올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작년과 올해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고 했다.
디자인하우스의 매출 구조는 개발비와 양산 매출 두 가지로 나뉜다. 작년부터 기존 TSMC와는 더 이상 개발을 안 했기 때문에 개발비 매출이 사라졌다. 기존에 양산하고 있던 고객들의 양산 매출로 2021년 매출 약 3221억원을 올렸으나 작년부턴 양산 매출이 꺾이기 시작했다. 대신 삼성전자와의 신규 개발비가 생겼다. 박 대표는 "이는 새로 유치한 신규 고객사가 많아졌다는 의미"라며 "내년부터 양산으로 전환되면 양산 매출이 급격하게 올라가겠다는 시그널"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삼성 파운드리가 굉장히 빠르게 공정 노드를 진행하면서 거기에 파생되는 공정으로 고객들이 과제를 진행하다 보니 (TSMC와) 큰 차이는 안 날 것 같다. (삼성과 TSMC의 4나노) 기술력 차이는 크게 못 느낀다"고 말했다. TSMC가 관리하는 팹리스들을 삼성 파운드리와 에이디테크놀로지의 기술력을 합쳐 충분히 뺏어올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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