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08일 07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종합상사는 꿈의 직장이었다. 수출의 첨병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상사맨들은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해외 왕래가 어렵던 시절 전세계를 누빌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로 여겨졌다.하지만 외환위기에 더해 제조사의 직수출 증가, 온라인 거래 활성화와 같은 대외 무역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전성기는 빠르게 끝났다. 자연스레 취업시장에서 종합상사의 인기도 사그라들었다.
놀랍게도 일본에서는 아직도 종합상사가 인기 직장으로 분류된다. 최근들어 선호도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한다. 그럼에도 대학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취업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하면 10위 안쪽에서 종합상사 1~2곳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규모가 큰 종합상사에 다니는 직원은 엘리트라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 종합상사가 아직도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종합상사들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기업들의 발 빠른 사업 다각화가 있었다. 기존 트레이딩 사업에 더해 투자를 주업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 무려 1990년대다. 자원개발은 물론 소비재, 유통, 곡물·식량, 인프라·신재생에너지, 헬스케어, 핀테크 등 폭넓은 분야의 밸류체인 곳곳에 투자를 실시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워런 버핏으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냈을 정도로 일본 종합상사들의 새로운 사업모델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우리나라 상사업체들은 다소 늦은 전환기를 맞았다. 상사업의 성장성 한계에 직면한 기업들은 일본 종합상사처럼 투자사업을 늘리고 있다. SK네트웍스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각각 2020년 말, 2022년 7월 사업형 투자사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LX인터내셔널도 포승그린파워, 한국유리공업을 인수하며 활발한 투자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도 사업목적에 '신기술사업회사 및 벤처캐피털 등에 대한 투자 및 관련 사업’을 추가하며 투자사 전환을 위한 포석을 깔았다.
상사업체들의 재도약을 위한 도전을 응원한다.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취급했고 물건을 팔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던 종합상사의 초심을 기억한다면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도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어쩌면 취업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 상사업체의 이름이 다시 등장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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