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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 평가손익 해부]한화생명, 추가 손실 '6조' 어떻게 피했나①매도가능·만기보유증권 가치 9.5조 하락…3조 평가손실 자본에 반영

고진영 기자공개 2023-04-03 11:02:06

[편집자주]

주식과 채권의 가치는 대개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 변동에 따라 돈이 움직이는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2022년은 두 자산이 동시에 급락한 이례적인 해였다. 유가증권의 위기는 기업들이 가진 금융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미국 SVB 사태가 유가증권자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 준 대표적 사례다.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유가증권의 공정가치는 얼마나 등락했으며 재무제표에는 어떻게 인식됐을까. 손익계산서에 나타나지 않는 미실현 손익까지 THE CFO가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3일 09:2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채권 가치가 떨어지면서 3조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신종자본증권 상환까지 겹쳐 자기자본 급감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자산 재분류로 공정가치 평가를 피해간 부분까지 합치면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었다. 하마터면 자본잠식에 빠질 뻔했던 가슴 철렁한 위기다.

◇순이익 났는데…자기자본 4조 증발 '왜?'

2022년 말 별도 기준으로 한화생명의 자산총계는 약 127조원을 기록했다. 이중 특별계정 보유분을 포함한 금융자산이 109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자산 대부분은 유가증권으로 이뤄졌는데 채권(채무증권)이 62조원, 주식(지분증권)이 18조원 등이다.

유가증권은 다시 당기손익금융자산과 매도가능금융자산,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나뉘어서 분류된다. 차이는 평가손익이 재무제표상 미치는 영향과 시가평가 여부에 있다. 당기손익금융자산은 평가이익이나 손실이 당기 순손익에 잡히는 반면 매도가능금융자산은 자본에 직접 반영된다. 또 만기보유금융자산은 공정가치가 오르거나 내려도 이를 평가하지 않는다. 원리금 회수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즉 매도가능금융자산에서 평가손실이 나도 순손익만 봐서는 알 수 없고, 만기보유금융자산의 경우 아예 손실 여부를 재무제표에 표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난해처럼 금리가 올라 채권 가치가 타격을 받는 시기에는 이런 미실현 손실도 커지게 된다.

한화생명 역시 작년 손익계산서에 나타나지 않은 대규모 손실이 있었다. 수년간 자기자본이 쭉 10조원대 안팎을 등락했는데 2022년 돌연 6조3155억원으로 급감했다. 당기순이익(3543억원)이 흑자를 유지했으니 손익계산서에서 출혈이 생기진 않았다. 이밖에 예견됐던 다른 손실을 보면 신종자본증권 5000억원을 상환하면서 그만큼 자본이 줄었고 신종자본증권 배당(이자)으로도 888억원이 더 빠졌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매도가능금융자산의 가치 하락에 있다. 지난해 한화생명은 매도가능금융자산에서 2조8965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대부분 국공채와 특수채다. 이 손실은 기타포괄손익 명목으로 자본에서 그대로 깎여 나갔다.


◇자산 재분류로 피해간 손실 6.6조

더 주목할 부분은 기타포괄손익에도 인식되지 않은 감춰진 손실이다. 한화생명의 매도가능금융자산 규모는 2021년 62조5397억원에서 2022년 26조1541억원으로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다. 자산 수십조원이 계정에서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채권 28조5108억원을 매도가능금융자산에서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옮겨놨기 때문이다. 사실상 시가 평가에 따른 자본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볼 수 있다.


이 28조원과 관련된 손실은 어디에 반영됐을까. 재분류 시점인 2022년 1월 이미 발생했던 손실은 1200억원 수준이다. 재분류와 동시에 '만기보유금융자산 평가손익'으로 잡혀 자본에서 감산됐다. 원래 공정가치 손실을 따지지 않는 만기보유금융자산에서 지난해 평가손실이 생긴 것은 그래서다.

그러나 재분류 시점 이후에 떨어진 채권 가치는 어디에도 인식되지 않았다.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계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재분류된 유가증권의 장부금액은 2022년 말 기준 약 29조원. 하지만 이 자산의 공정가치는 22조원 수준에 그쳤다. 무시된 채권가치 하락의 규모가 약 6조6000억원에 이른다. 앞서 매도가능금융자산에서 발생한 평가손실과 합치면 9조5000원이다.


다시 말해 재분류를 안했을 경우 7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이 자본에서 더 깎일 뻔했다는 의미다. 작년 말 자기자본이 6조원 수준이니 여기서 6조6000억원이 추가로 줄었다고 가정하면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상태인 완전자본잠식이 된다. 한화생명은 유가증권자산 절반에 대해 시가 평가를 피함으로써 자본잠식을 비껴간 셈이다.

◇달라진 회계 기준, 한화생명 "킥스 비율 양호"

하지만 올해부터는 재분류한 자산에 대해서도 공정가치 평가가 이뤄진다. 분류체계 변경에 따라 만기보유금융자산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제 유가증권 자산은 전부 평가손익을 인식해야 하고 당기손익에 넣을 것인지 기타포괄손익으로 처리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채권 가치의 등락이 무조건 자기자본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또 한화생명은 내달 10억달러(한화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해야하는 문제도 있다. 콜옵션 행사를 지난해 말 이미 공식화했고 외화자산을 현금화해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자본으로 잡혀 있던 신종자본증권을 차환없이 갚기 때문에 자본이 줄어드는 부담이 생긴다.

긍정적인 부분은 올해부터 보험사에 적용되는 건전성 지표가 RBC(지급여력비율)에서 킥스(K-ICS) 비율로 바뀐다는 점이다. 한화생명의 RBC는 2022년 말 기준 162.2%로 전년(184.6%) 대비 나빠졌다. 자기자본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그러나 킥스 체제에선 금융자산뿐 아니라 부채도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금리로 인한 변동성이 낮아진다.

물론 킥스 적용에 따른 영향은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한화생명은 준비를 마쳤다고 자신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을 갚아도 킥스 비율을 180%까지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모든 채권을 시가 평가한 채권평가손실이 약 9조원이지만 이는 자산 부분에 대해서만 조명한 것이고, 올해 새로운 회계제도(IFRS17)에서는 보험부채 평가이익까지 포함해서 고려해야 한다"며 "신종자본증권 상환 이후에도 킥스 비율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차환 발행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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