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코스포를 움직이는 사람들]'IT 전문가' 구태언 변호사, 리걸테크 '백기사' 변신④사이버범죄 수사 1세대 검찰 출신, 스타트업-법조인 '중재자' 역할 자처

김진현 기자공개 2023-04-21 08:34:01

[편집자주]

2016년 출범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지향하는 목표는 '스타트업하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코스포는 스타트업을 위한 사회적, 정책적 환경을 고민하고 공론화하기 위해 창업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발족했다. 출범 첫해 50여개로 출발한 코스포 회원사는 현재 2000개를 돌파했다. 더벨이 국내 스타트업들의 얼굴이자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코스포의 핵심 인력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8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리걸테크협의회장은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그룹리더 겸 최고전책임자(CVO·사진)가 맡고 있다. 그는 국내 사이버 범죄 수사 1세대 검사 출신이다. 컴퓨터수사부, 첨단범죄수사부 등에서 일하며 오랜기간 관련분야 경험을 축적해왔다.

이후 변호사로 변신한 그는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IT전문 분야에서 활동했다. 2010년대 벤처붐이 불며 테크 스타트업이 대거 출연하면서 그는 관련 분야에서 전문 법률 자문을 할 수 있는 기술법 전문 법률사무소를 설립했다.

이후 10년 넘게 테크, 디지털 관련 스타트업의 법률자문을 담당해온 그는 현재는 코스포에서 리걸테크 기업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리걸테크의 발전이 법조인을 위협하는 게 아니라 법조인을 위한 것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꾸준히 업계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인터넷기업협회 고문변호사 활동, 코스포 합류 계기

1969년생인 그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3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와 기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연스럽게 인터넷, IT, 테크 분야와 맞닿아 있는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검사 재직 시절 컴퓨터수사부, 첨단범죄 수사부 등에서 일하며 오랜 기간 IT, 디지털 범죄와 관련한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했다. 이후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IT, 지적재산권, 디지털포렌식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그가 스타트업들을 위한 변호사가 된 건 아이폰의 등장 이후였다. 아이폰의 등장이 마치 요즘 챗GPT의 등장 만큼 충격이었다고 한다.

구 협의회장은 "우리나라에 아이폰이 들어온게 2009년 11월경인데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기술 기업, 특히 스타트업이 대거 등장했다"며 "이러한 회사를 위한 일을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법률사무소를 창업하고 기술기업과 함께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앤장을 나온 그는 2011년 '혁신가들의 로펌'이란 슬로건을 앞세워 테크앤로 법률사무소를 창업했다. 비슷한 시기 인터넷기업협회 고문변호사로 활동도 시작했다.

당시 인터넷기업협회에서 일하며 현재 코스포를 이끌고 있는 최성진 대표를 만났다. 최 대표는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이었다. 최 대표가 스타트업 대표들과 함께 코스포를 만들게 되면서 함께 활동 영역을 옮겼다. 인터넷기업과 같은 큰 기업보다는 스타트업에게 자신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8년 코스포가 사단법인으로 정식 발족하면서 등기이사로 활동해왔다. 이후 2020년 리걸테크산업협의회가 출범하면서 당시 임영익 인텔리콘 대표와 함께 공동의장으로 선임됐다.

2년 임기가 지난 후 로앤컴퍼니와 함께 공동의장을 맡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구 협의회장이 리걸테크 기업들을 위한 발이 돼 주고 있다.

리걸테크기업이 법조인들의 사업 영역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켜 혁신을 추구하는 만큼 법조인들과 갈등이 큰 상황이다. 실질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의 대표들이 전면에 나서는 대신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기이사기도 한 구 협의회장이 전면에 선 것이다.

◇국내 리걸테크 초기 단계, 투자 위축 우려

그는 리걸테크가 구조적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리걸테크 기업의 소비자는 법을 다루는 법조인이다. 법조인들은 개인들에게 법률 자문, 소송 자문 등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B2B2C라는 독특한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법조인과의 원활한 소통이 해당 산업 분야 부흥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됐다. 구 협의회장은 이러한 부분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전하고 중재를 하는 데 노력을 쏟고 있다.

그는 "리걸테크 기업과 함께 공동 협의회장을 맡은 이유도 리걸테크 산업이 법률 전문가와 기술 기업이 함께 발전시켜나가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며 "대한변호사협회(변협)나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등과 소통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리걸테크 기업과 변호사 단체는 갈등을 겪고 있다. 리걸테크협의회 회장사인 법률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톡은 변협과 서울변회와 2015년 이후 수년째 대립 중이다. 서울변회가 로톡을 '변호사가 아닌 자'가 '법률 사무를 중개, 알선'한다는 이유로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고소하며 갈등이 촉발됐다.

해당 고소건이 무혐의로 결정되자 변협은 협회 규칙 중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변호사의 광고에 관한 규정은 변협이 정하게 돼 있다. 이후 개정된 광고 규정에 따라 로톡에서 탈퇴하지 않은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구 협의회장은 몇 차례 변협과 서울변회와 대화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친분이 있는 선후배를 통해 대화 창구를 열어보려 했지만 번번히 자리가 마련되지 못했다. 리걸테크 기업과 변협, 서울변회가 서로 고소, 고발 등 소송을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대화는 언감생심이었다.

구 협의회장은 대화의 창구가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그는 "협의회에서 소통의 창구를 먼저 제안을 했고 항상 열려있다"며 "법률 분쟁이 그간 계속 지속 됐기 때문에 일단락되고 소통으로 넘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 협의회장은 법률 플랫폼 기업과 변호사 단체와의 갈등 해결만큼 중요한 게 다양한 리걸테크 기업이 성장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법률 플랫폼 이슈로 인해 다른 리걸테크 기업들이 많이 묻혀버렸다"며 "투자사들이 보기엔 변호사 단체가 어느 서비스 영역까지 반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해당 이슈의 영향을 받아 투자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톰슨로이터(Tomson Reuters)의 리걸테크 분석 자료를 기초로 국내에도 다양한 형태의 리걸테크 기업이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 리서치 분야에서 법률 문헌, 판례를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케이스노트', '엘박스' 등 기업 뿐 아니라 소송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로탑', 온라인 분쟁 해결을 목표로 하는 '화난사람들'과 같은 다양한 기업이 국내에도 존재한다. 문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텔리콘, 법률문저 자동작성 플랫폼 아미쿠스렉스(로폼) 등도 국내 대표적인 리걸테크 기업이다.

구 협의회장은 "대기업을 예로 들면 엄청나게 많은 계약서가 있는데 이를 보관하고 잘 찾기 위해서 캐비넷에 파일링을 해서 저장하곤 했다"며 "이러한 것들을 디지털화 해서 간편하게 찾고 보관할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과 같은 것들도 리걸테크의 한 종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리걸테크는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초기다 보니 톰슨로이터 분류로 보면 빈 영역도 많은 게 한국의 리걸테크 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 협의회장은 "법무법인도 디지털화된 디지털로펌으로 발전해나가는 게 글로벌 동향이다"며 "법조인들이 리걸테크를 적극 활용하고 받아들여 로펌 자체도 리걸테크 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리걸테크 기업들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면서 이들을 위한 법률 자문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