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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IB 10년의 발자취]"어림없다" 평가받던 ECM, '빅3' 넘어 최강자 '우뚝'③양질의 DCM 인력, ECM 부서로 점진적 이동…최근 3년간 유상증자 건수 1위

김슬기 기자공개 2023-05-11 07:27:58

[편집자주]

KB증권이 2022년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쿼드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그동안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던 DCM과 ECM 동시 석권을 비롯해 M&A 금융자문, 인수금융까지 사실상 모든 IB부문에서 왕좌에 올랐다. 그 비결의 중심에는 따라올 수 없는 '커버리지' 경쟁력이 있다. 그리고 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수 없이 개척해온 결과다. 지난 10년간 KB증권 IB의 발자취를 더벨이 따라 가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4일 13: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채자본시장(DCM) 강자인 KB증권은 주식자본시장(ECM)에 안착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렸다. 시장에서는 'KB증권이 아무리 DCM을 잘 해도 ECM은 어림없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특히 기업공개(IPO) 영역은 빅3 하우스의 균열을 깨기 어려웠다. 빅딜 경험은 커녕 실패의 쓴맛을 보면서 인력도 많이 유출됐다. 인고의 시간을 버텼다.

2017년 현대증권 합병을 기점으로 체질을 바꿨다. DCM 핵심인력을 ECM 쪽으로 이동시켰고 김성현 대표와 박성원 IB영업총괄 부사장을 필두로 IPO 프로세스부터 뜯어고쳤다. 실무자들은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자신감을 키웠다. 카카오뱅크,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굵직한 IPO를 성공시키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KB증권은 ECM의 또 다른 핵심 비즈니스인 유상증자에도 공을 들였다. 첫 대형 딜인 현대상선 유상증자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등 전 기업군을 아우르는 하우스로 성장했다. 딜 소싱(발굴)부터 딜 익스큐션(실행), 신디케이션에 이르기까지 만능 IB로 거듭났다.

◇ IPO 발판 스팩·코넥스에 씨앗 뿌렸다

KB증권은 더벨 리그테이블 집계 이후 유례없는 성과를 냈다. 바로 DCM 10년 연속 1위뿐 아니라 ECM까지 1위를 차지하면서 IB 만능 하우스로 거듭났다. 특히 IPO 주관실적 1위를 차지하면서 시장의 부러움을 샀다. 지난해 KB증권은 IPO 주관실적 3조4389억원을 기록, 전체 시장의 20.94%를 차지했다.


KB증권이 처음부터 IPO 시장에서 빛이 났던 것은 아니었다. 옛 KB투자증권 시절 대표주관사로 선정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당시 가장 공을 들였던 파트가 바로 스팩과 코넥스 상장이었다. 2009년 처음으로 ECM팀이 만들어졌고 2015년 본부로 승격됐다. 그럼에도 인력 유출 등으로 사업을 키우기 쉽지 않았다.

KB증권 관계자는 "예전부터 DCM 분야는 워낙 강했지만 ECM에서 강점을 보이진 못했다"며 "특히 IPO의 경우 기업에 있어서 평생 한 번 밖에 없는 중요한 일이어서 트랙레코드가 중요했고 아무리 영업을 열심히 해도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스팩과 코넥스 상장을 통해서 여러 기업과 접점을 늘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스팩 설립이 허용됐다. 코넥스는 2013년에 만들어졌고 코스닥에 비해 진입 문턱과 공시부담을 낮췄다. KB증권은 해당 시장에 집중, 한국거래소에서 선정하는 '코넥스시장 우수 IB'로 2015년, 2016년 2년 연속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KB투자증권 시절 코넥스에 상장시킨 곳만 총 15곳이었다. 스팩 상장의 경우 여전히 업계 톱3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올 4월까지 총 24개사의 스팩을 설립했고 이중 14개사의 합병 상장을 진행했다.

◇ DCM 성공 DNA, IPO에도 이식…빅딜 하우스로 자리매김

2017년 통합 KB증권이 탄생한 이후에는 IPO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이전에는 대형 IPO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당시 미래에셋대우) 등 빅3 하우스가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KB증권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인력 구성부터 바꿨다. 특히 대기업과 인맥이 두터운 심재송 전무(현 IB1 총괄본부장)가 2019년 ECM본부장으로 낙점되면서 대형 IPO에서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심 전무는 DCM 뿐 아니라 구조화금융 등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본부장 뿐 아니라 직원들도 DCM 인력을 IPO 파트로 발령을 냈다.

여기에 김성현 사장, 박성원 IB영업총괄 부사장의 지원사격까지 더해졌다. 김 사장과 박 부사장이 '빨간펜 선생님'을 자처했고 실무자들이 경쟁 프리젠테이션(PT)를 준비할 때 수치나 오탈자까지 꼼꼼하게 체크했을 뿐 아니라 영업에도 적극 참여했다. KB증권 만의 밸류에이션 방법론을 만든 것도 주효했다.

그 결과 2021년 카카오뱅크 IPO는 크레디트스위스(CS)와 대표주관사에 선정됐고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모간스탠리와 함께 대표주관사로 선정됐다. 발행규모만 각각 2조5526억원, 12조7500억원인 초대형 딜이었다. 성공적으로 IPO를 진행하면서 국내 빅3 일색이었던 업계에 균열을 가져왔다.

KB증권만의 IPO 프로세스가 빛을 발했다. 피어그룹 선정부터 에퀴티 스토리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리서치센터의 도움을 받아 기업 분석 정보를 활용했고 글로벌 세일즈와 해외 현지법인을 통한 해외 마케팅도 힘을 썼다. 홍콩, 싱가포르 네트워크 뿐 아니라 글로벌 IB인 제프리스와의 파트너십으로 해외 기관투자자 유치도 수월해졌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경쟁 PT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타사들의 경우 기업가치를 100조원까지 써서 냈지만 KB증권은 PT에서도 70조원을 제시했다. LG그룹은 오버 슈팅하는 하우스보다는 합리적인 곳을 선호했고 그 결과 KB증권이 대표주관사로 선정될 수 있었다. 상장 당시 밸류에이션 역시 70조원이었다.

현재도 LG에너지솔루션은 발행사와 주관사, 투자자가 모두 만족스러운 IPO로 꼽힌다. 공모가 30만원이었지만 현 주가는 50만원대 후반으로 상장 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시가총액은 133조원대다. 현 상황에서 IPO가 철회되거나 연기됐지만 현대오일뱅크, 한화종합화학,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의 주관사 목록에 올랐다.

단시간 내에 ECM본부의 인력들이 다양한 기업들을 커버하면서 그간 고질적으로 제기됐던 '대형 IPO 경험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제는 대기업 계열 IPO에서도 지지 않는 하우스로 거듭난 것이다. 또 커버리지 강점이 있는만큼 그룹별로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 됐다.

◇ 미미했던 유상증자 실적, 이제는 최강자…대기업부터 SME까지 섭렵

ECM 내 주요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는 유상증자 역시 통합 전에는 쉽게 규모를 키우지 못했던 사업 중 하나다. 2016년만 하더라도 KB투자증권과 옛 현대증권의 유상증자 시장점유율은 양사를 합산해도 3%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이후에는 확 달라졌다. 그 해 유상증자 실적 5710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3위 자리에 올랐다.

과거 KB투자증권 시절 유증은 또 하나의 산이었다. 2012년 한솔홈데코 유증(100억원)이 그나마 큰 딜이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2017년 현대상선 유증을 시작으로 시장을 키웠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DCM 커버리지 강점을 살리면서도 중소중견기업(SME·Small & Medium Enterprise) 금융본부 등을 신설, 투트랙으로 시장 장악력을 넓혔다.


최근 3년간 유상증자의 사이즈도 확 커졌다. 2020년 유상증자 9632억원을 기록, 전체 3위였다. 2021년 3조5358억원, 2022년 2조2414억원으로 각각 1위, 2위를 차지했다. 2020~2022년 유상증자 건수는 각각 13건, 22건, 17건이었다.

KB증권 관계자는 "KB증권이 회사채도 잘하지만 SME 커버리지를 체계화하면서 증자 건수 기준으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며 "중소·중견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은 증자와 메자닌 뿐인데 이를 촘촘하게 관리해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가산, 판교, 인천, 부산, 대구, 천안 등에 만들어진 기업금융 특화 복합점포인 CIB센터 역시 타사와 차별점을 만들고 있다. 과거 합병 전만 하더라도 유상증자 딜 수임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었다. 이제는 대한항공, 삼성바이오로직스, 한화솔루션, 삼성중공업 등 조 단위 빅딜에도 빠지지 않는 하우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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