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26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교직원공제회(이하 교공)가 기금운용 우수 협력사를 선정했다.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중에서는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이하 크레센도)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크레센도가 교공을 흡족하게 한 결정적인 투자로는 아이텍스트(iTEXT)가 지목된다. 지난해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이뤄졌고 호평을 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교공은 이달 24일 '기금운용 파트너스 데이'를 개최했다. 교공은 금융투자, 기업금융, 대체투자부문에서 총 8개사를 파트너사를 선정했다. 기업 바이아웃(경영권 거래) 등 PEF 투자를 맡고 있는 기업금융 부문에서는 크레센도와 글로벌 운용사 스텝스톤이 낙점됐다.

이 사안에 밝은 관계자는 "크레센도가 교공 파트너사로 선정된 건 아이텍스트 투자 건 덕분"이라며 "크레센도가 투자 이후 급성장세를 기록했고 지난해 글로벌 PEF 운용사가 보유한 기업에 매각하면서 큰 수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아이텍스트는 PDF 솔루션기업으로 과거 한글과컴퓨터 계열사였다. 한글과컴퓨터 종속사 씽크프리NV가 아이텍스트 지분 100%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아이텍스트는 PDF 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한컴그룹의 해외지사 역할을 맡았다.

그러다 크레센도는 2018년 11월 한글과컴퓨터가 보유하던 씽크프리NV 지분(44.32%)를 291억원에 매입했다. 씽크프리NV가 아이텍스트를 관리하는 법인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아이텍스트를 겨냥한 투자였다는 분석이다.

크레센도는 2호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했다. 교공은 2호 블라인드 펀드의 주요 출자자(LP)다. 당시 크레센도와 한 식구나 다름없는 투자사들도 함께 참여했다. 크레센도는 '페이팔 대부'로 불리는 피터 틸 회장의 스폰서십으로 탄생했다. 피터 틸 회장이 후원하는 또다른 투자사 타이탄(Titan), 리븐델(Rivendell)도 씽크프리NV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크레센도는 2017년 한글과컴퓨터에 5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쌓은 신뢰를 기반으로 해당 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크레센도는 특정 분야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 투자해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아이텍스트는 크레센도가 인수한 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부문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가치제고에 나섰다. 또 글로벌 기업들의 문서 디지털화 트랜드가 확산되면서 성장에 탄력이 붙었고 전세계 1위 B2B PDF 출력 소프트웨어 업체로 거듭났다.

엑시트는 작년에 진행됐다. 글로벌 PEF 운용사 토마브라보가 보유한 캐나다 업체 PDFTron이 인수자로 나섰고 지난해 4월 거래가 타결됐다. PDFTron은 시장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주된 전략으로 사용했고 아이텍스트 인수로 이어졌다. 아이텍스트를 품은 뒤 석 달이 지나서는 독일의 경쟁사 PDFlib GmbH를 인수했다.

크레센도의 아이텍스트 투자가 국내 주요 LP에 호평을 받을 정도로 큰 성과를 거두면서 일각에서는 아이텍스트를 일찌감치 매각한 한글과컴퓨터가 아쉽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레센도 관계자는 "토마브라보와 성공적인 협상을 통해 아이텍스트 매각이 결실을 맺었다"며 "해당 투자 건 수익률이나 구조 등 세부 사항은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