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렉스 파산, 재계약 안한 업비트의 선견지명 양사, 오픈 초기 오더북 공유하며 성장…2019년부터 업비트 자체 생태계 구축
노윤주 기자공개 2023-05-15 10:32:26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2일 10: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 유명 가상자산거래소 비트렉스가 미국서 파산을 신청했다. 비트렉스는 과거 업비트 제휴사로 국내서도 잘 알려진 곳이다. 한때 글로벌 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한 대형 거래소였지만 경쟁사의 등장으로 영향력이 축소됐다.업비트는 2017년 말 개장 후 2019년 하반기까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마켓에서 비트렉스와 오더북을 공유했다. 개장 초반부터 100종이 넘는 가상자산을 지원할 수 있었던 것도 비트렉스 제휴 덕이 컸다. 비트렉스의 사업 리스크가 부각한 시점에서 자체 생태계 구축을 선택한 업비트의 선견지명이 화자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가상자산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해외 기업과의 사업 제휴가 조심스럽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형 거래소, 미국 규제당국 제재에 백기
현지시간 지난 8일 비트렉스는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 법원에 챕터 11 파산을 신청했다. 챕터 11은 파산법원 감독하에 구조조정을 거쳐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다. 계열사인 비트렉스 몰타, 몰타 홀딩스 등도 함께 파산신청을 제출했다.
비트렉스는 지난 4월 미등록 증권 거래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기소를 당하고 현지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채권자는 약 10만명이다. 채권자 명단에는 비트렉스를 이용하고 가상자산을 예치해 둔 고객도 포함돼 있다. 자산과 부채는 각 5억~10억달러(약 6600억~1조3000억원)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렉스는 고객 예치금 100%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산 절차에 돌입하면 고객은 자신이 예치한 가상자산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
◇비트렉스와 연동 일찍이 중단한 업비트의 판단력
비트렉스는 과거 업비트와 제휴한 바 있다. 업비트는 개장 초기 비트렉스와의 오더북 호가 공유를 통해 100종 이상의 가상자산 거래를 지원했었다. 당시 빗썸 등 경쟁사의 상장 종목 수는 20여개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국내서 가장 많은 종목을 지원하면서 업비트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급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원화마켓은 자체 운영하고 코인간 마켓은 비트렉스와 연동해 비트렉스에 상장되는 종목을 그대로 가져오는 형태였다. 거래량이 많지 않은 코인간 마켓이지만 해외 거래소와 오더북을 공유하면서 호가를 채웠다.
그러나 업비트는 2019년 10월 비트렉스와 연동을 종료했다. 이에 따라 운영 중이던 이더리움 마켓은 폐쇄했다. 코인간 거래는 비트코인, 테더 두 가지 마켓만 남겨뒀다. 이 두 마켓 역시 업비트가 자체 검수한 코인만 상장 유지하는 것으로 개편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당시 비트렉스와 계약 기간이 종료되던 시점"이라며 "운영 중이던 코인간 마켓을 개편해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휴 중단을 결정했다"고설명했다.
계약 만료가 다가오던 시점, 비트렉스는 이미 위기를 겪고 있었다. 비트렉스는 뉴욕주 금융서비스국에 사업자 면허 일종인 '비트라이선스'를 신청했지만 반려당했다. 고객확인(KYC) 및 자금세탁방지(AML)이 미비하다는 이유였다.
◇해외 사업자와의 제휴 '신중론' 대두
업계서는 업비트의 빠른 판단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되면서 상호 고객 신원 확인이 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더북 공유를 할 수 없게 됐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및 거래 투명성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업비트는 비트렉스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독자적 생태계를 꾸리기 시작했다"며 "전략적 판단이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줄였다"고 말했다.
미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면서 해외 사업체와의 제휴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규제, 은행파산 등 여파로 미국 사업을 중단하는 가상자산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피해를 보는 국내 기업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FTX, 제네시스캐피탈 사태로 피해를 본 엑스플라, 고팍스 등이 대표적"이라며 "시장상황이 급변하고 규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해외 기업과의 사업 연계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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