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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우려' 전한 EU, 대한항공은 어떻게 설득할까 "무산은 없다" 배수진 친 대한항공, 추가 슬롯 내놓고 물밑협의 계속

허인혜 기자공개 2023-05-22 07:35:28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8일 16: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자문을 위해서만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최근 1년 사이에만 650억원을 투입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3년째 신년사에 양 항공사의 결합을 숙원사업으로 적고 있다. 합병 승인을 위해 각 국가별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100여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때문에 대한항공은 '배수의 진'을 쳤다. 합병 무산은 시나리오에 포함도 하지 않았다는 게 내부의 이야기다. 이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이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중간 의견서를 내놨다. 대한항공은 슬롯 이전을 포함해 EU의 요구조건을 최대한 수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EU와 물밑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U, 대한항공에 '경쟁제한 우려' 의견서 발송

유럽연합(EU)은 17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과 관련해 예비조사 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를 내놨다. 두 항공사의 결합이 시장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간 4개 노선에서 승객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또 유럽과 한국 사이 모든 화물 운송 서비스의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EU는 양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두고 2단계(최종) 심사를 진행 중인데 SO는 중간 평가서의 개념이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부터 EU와 2년간의 사전 협의를 거쳤고 올해 1월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EU는 약 한달여간 1단계 심사를 진행한 뒤 2단계 심사가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SO에서 짚은 내용들은 사실 이전에 EU가 내놓은 견해와 큰 차이는 없다. EU는 1단계 심사에서도 인천발 프랑크푸르트와 파리, 바르셀로나, 로마 등의 4개 노선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봤다.

대한항공이 1단계 심사 이후 별도의 공식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단계 심사가 확정된 상황에서 1단계를 소명하기보다 2단계에 집중하는 게 시간 단축에 효율적이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단계에서 시정조치안을 제출하면 시간이 단축된다는 계산 아래 시일을 앞당기기 위해 2단계를 집중적으로 준비했다"며 "SO는 2단계 심사의 중간 결과로 TF와 EU의 협의도 다 마무리 된 것이 아니라 입장 변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답했다.

대한항공은 EU의 발표 이후 "정해진 절차에 의해 중간심사보고서를 발부하되 대한항공과의 시정조치 협의 또한 지속하겠다는 게 유럽 당국의 입장임을 참고해달라"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내놨다.


◇"복수의 항공사 협의 중…슬롯 이전 등 요구사항 수용할 것"

중간 보고서가 대한항공이 마련하고 있는 경쟁완화 대응책에 큰 변화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6월까지 경쟁제한 우려에 대한 시정조치 방안을 EU에 제출하는 한편 SO에 대한 답변서도 별도로 제출해야 한다.

EU는 SO를 통해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노선의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고 적었는데 네 개 국가는 이미 대한항공도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독점하고 있는 유럽 노선이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로마,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네 곳이라서다.

대한항공은 4개국을 포함한 항공사들을 설득해 슬롯을 이전하는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영국에서도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대한항공이 슬롯 일부를 영국 버진 애틀랜틱에 넘긴 바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시정 조치안에 포함된 대부분의 내용이 네 곳의 국가에서 경쟁 제한성을 조정하라는 취지"라며 "영국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대한항공이 17개 중 7개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조건부 승인을 받았던 만큼 협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부연했다.

대한항공은 EU 경쟁당국과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8월 3일 최종 결론이 내려지지만 그 전에도 대한항공의 TF와 EU가 지속적으로 접촉해 협의점을 찾아간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결론 당일 '깜깜이 결론'을 받아드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대한항공은 각국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위해 TF를 구축한 바 있다. 각 TF장은 본부장급 이상으로 구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5개팀에 100여명이 넘는 인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고 경영진들은 직접 미국과 EU의 경쟁 항공사에 방문해 노선 신규진입을 설득하고 있다. 남은 국가는 미국과 일본, EU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최근 2년간 합병을 위해 로펌과 자문사에 사용한 금액만 1000억원이 넘는 데다 합병 준비 기간도 예상보다 크게 길어져 벌써 3년차"라며 "대한항공으로서는 EU에서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합병 무산보다는 요구조건을 들어주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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