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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안티­ESG 경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3-06-15 09:12:30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5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플로리다 주 의회가 지난 5월 말 지금까지 중 가장 강력한 안티-ESG 법을 통과시켰다. 론 드산티스 주지사는 새 법률을 바로 발효시켰다.

ESG 조류가 본격화 된 이래 ESG에 회의적인 미국 여러 주가 이른바 안티-ESG 법을 제정해서 시행하고 있다. 아칸소, 아이다호, 노스 다코타, 유타, 캔자스, 켄터키, 몬태나, 웨스트버지니아 등이다.

이번에 플로리다가 제정한 법은 다른 주들의 법률에 비해 ESG에 부정적인 맥락에서 가장 앞서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플로리다 주 연기금(자산 규모 1800억 달러), 지자체, 주 정부의 CFO 등이 투자 대상을 선택하거나 투자하고 있는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을 행사할 때 '금전적 요소'(pecuniary factors) 단 한 가지에만 기초해서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플로리다에서는 주 정부와 지자체의 ESG 채권 발행도 금지된다.

동 법에서 금전적 요소는 사회적, 정치적, 이념적 이해를 촉진하는 배려를 포함하지 않는다. 이 법률은 환경적 요인이 그에 포함되는 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아칸소나 몬태나 주의 법률이 ESG 요인도 경우에 따라서는 금전적 요소에 포함될 수 있다고 규정하는 것과 대비해 보면 조금 더 보수적인 방향으로 진전된 것이다.

플로리다의 새 법률은 투자 결정에 ESG 평가의 반영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투자 결정자들의 입장에서는 향후의 법률적 책임 문제 발생 가능성 때문에 투자 결정에 있어서 ESG 요소는 사실상 배제하는 쪽으로 실무가 정비될 것이다.

1821년 미국이 스페인으로부터 500만 달러에 넘겨받은 플로리다 주는 미국 정치와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 미국의 주 별 인구는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뉴욕 순이고 GDP는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욕, 플로리다 순이다. 한반도의 약 80% 면적, 약 2천 만명 인구의 플로리다 경제 규모는 멕시코, 인도네시아와 비슷하다.

플로리다는 각종 선거에서 이른바 경합주로 분류되어 왔는데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플로리다 주 재검표로 부시가 고어를 물리친 사례가 유명하다. 그러나 최근 공화당 편향으로 바뀌었다고들 본다. 2022년 주지사 선거에서 드산티스는 상대 민주당 후보를 무려 19.4% 차이로 물리쳤다. 트럼프도 바이든을 3.36% 격차로 눌렀다. 현재 상하원 구성은 공화 대 민주가 각각 28 대 12, 84 대 35다.

드산티스는 최근 트럼프에 많이 밀리고는 있지만 강력한 공화당 차기 대통령 후보다. 이탈리아계인데 예일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나오고 네이비실 경력(법무장교)과 이라크전 참전 경험으로 강력한 정치지도자 스펙을 자랑한다. 트럼프의 후원으로 정치에서 입지를 굳혔으나 지난 5월 차기 대통령 선거 도전을 선언했다.

드산티스는 선거를 의식해서 그런지 ESG 문제에는 다소 어정쩡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안티-ESG 법률의 신속한 공포가 보여주듯이 태도가 바뀔지도 모른다. 드산티스는 19인으로 구성된 공화당 주지사연합회 의장이기도 하다. 다른 주들이 플로리다의 선례를 따라 안티-ESG 법령의 강도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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