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6월 16일 08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 수소기업 협의체인 'H2 비즈니스 서밋' 2차 총회가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렸다. 17개 회원사 중 16개 회원사가 참석했다. 단일기업 CEO는 물론이고 기업집단의 오너 회장들까지 나서 수소사업의 현황과 전략을 공유했다.참석자들은 대체로 '미래를 위한 투자'를 당위성으로 제시했다. 다만 기업별로 수소사업의 진척도가 다른 만큼 몇몇 기업들은 더욱 진보된 관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가장 세련된 관점을 보여줬다는 인상을 받았다.
고려아연은 5년 전부터 호주 자회사를 통해 그린수소 생산을 준비해 왔으며 올해 생산설비를 완공할 예정이다. 때문에 고려아연에게 청정수소는 미래의 자원이 아니라 눈앞의 자원이다. 최 회장은 "얼마만큼의 수소를 생산할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만큼의 수소를 쓸 것이냐에서 기회가 생겨난다고" 언급했다.
자원은 소모량이 적다면 생산량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다. 수소와 관련한 최 회장의 접근법은 이미 친환경성을 넘어 정밀한 경제성을 따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을 처음으로 열고 3500GWh 규모의 전력을 사들일 예정이다. 입찰 전력은 2027년 생산돼 공급된다.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지만 규모가 마뜩잖다.
최 회장에 따르면 국내에 160만톤 규모의 그린수소 도입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정부 입찰 시장의 50%에 해당하는 양이다. 고려아연 이외에도 청정수소 생산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고려아연만으로 국내 그린수소 소요물량의 절반에 대응할 수 있다면 남는 수소는 어디로 가야 하나.
지금까지의 글로벌 자원시장에서 국가별 불균형이 발생한 것은 석유와 가스 등 생산지역이 제한적인 화석연료가 주요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소는 다르다. 기술만 있다면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다. 자급자족의 여지가 크다는 특성은 수소가 세계경제의 게임 체인저로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남는 수소를 해외로 운송해 거래 대상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중요한 경제활동이다. 그러나 생산지역의 제한성이 낮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수소 운송의 시장이 화석연료 운송 시장보다는 적은 기회를 창출할 것임을 의미한다.
최 회장의 발언을 통해 국내 수소시장에서는 자급과 관련한 인프라가 점차 갖춰지고 있으나 자족 인프라가 자급 인프라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이러한 불균형은 기업과 정부 어느 한 쪽의 책임이 아니다. 양쪽의 보폭이 맞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수소의 경제성을 정밀하게 따질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기업도 머지않아 이 단계에 들어선다. 그 때가 되면 인프라 불균형의 문제는 수소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기업 단위의 협의체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함께 소통하는 자리도 더 많이 필요하다. 수소는 우리 경제가 지하자원 미보유국의 페널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커다란 기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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