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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플레이를 움직이는 사람들]창업자에서 창업생태계 '길잡이' 된 류중희 대표①올라웍스 설립해 인텔에 매각, AC 창립 씨앗…미래형 엑셀러레이팅 새길 모색

이효범 기자공개 2023-06-21 09:07:29

[편집자주]

'10년 내 인류의 삶을 바꿀 스타트업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만든다' 국내 대표적인 엑셀러레이터(AC) 퓨처플레이의 미션이다. 활발한 창업 환경을 조성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창업 취지에 따라 그동안 사업 영역을 꾸준히 넓혀왔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또 한번 도약대에 섰다. 이미 10년 뒤 미래 창업 생태계 속에서 갖춰야 할 역량과 시스템을 모색하고 있다. 퓨처플레이를 이끌어 가는 핵심인력들의 면면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9일 16: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3년 설립된 퓨처플레이가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했다. 퓨처플레이의 운용자산(AUM)은 올들어 1500억원(자기자본투자 180억원 포함)을 넘어섰다. 2018년말 기준 AUM이 284억원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몇년새 왕성하게 투자 규모를 키운 것이다. 퓨처플레이가 설립 취지에 맞게 인류 미래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품은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했다는 의미다.

퓨처플레이의 중심에는 창업자 겸 최대주주인 류중희 대표이사(사진)가 있다. 그는 퓨처플레이의 '정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벤처기업 창업과 매각을 경험하면서 창업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점을 체감했고 10년 전 퓨처플레이를 창업했다.

단순히 투자나 창업보육에 주력하는 엑셀러레이터(AC)로 인식되길 거부하는 것도 이같은 창업 취지 때문이다. 실제로 투자 뿐만 아니라 컴퍼니빌더, 오픈 이노베이터 등 창업 생태계에서 지향하는 역할은 다양하다. 류 대표는 향후 10년 뒤 미래를 내다보고 새 비전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함께 성장해 온 리더그룹과 함께 앞으로 AC의 개념을 재정립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퓨처플레이 세대교체, 자체 시스템으로 리더그룹 구축

류 대표는 1974년생으로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모두 마쳤다. 전자전산학과 공학박사 출신으로 카이스트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2005년 온라인 업로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아이콘랩을 공동창업했고, 2006년 이미지 인식기술 스타트업 올라웍스를 설립하면서 창업자의 길을 걸었다.

창업 이후 6년 여 만인 2012년 인텔코리아가 올라웍스를 사들이면서 류 대표는 인텔코리아 상무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한번은 미국 출장 때 인텔 소속 엔지니어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적극적으로 창업에 나서려는 열정을 느끼기도 했다.

류 대표는 "미국 출장 당시 인텔 구내 식당을 찾았는데 그 자리에서 뜻밖에도 언제 그만둘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앞서 인텔이 인수했던 기업의 CEO들이 모두 퇴사했다는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어떤 아이템으로 사업을 할 생각인지에 대해 호기심을 표시하고 얘기를 나누면서 적극적으로 창업을 꿈꾸는 엔지니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이와 달리 국내 엔지니어들은 상대적으로 창업에 적극성을 띄지 못했는데 이같은 차이는 국내에서 창업을 조력해 줄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퓨처플레이는 2013년 설립됐다. 류 대표를 비롯해 한재선 그라운드엑스 대표, 황성재 엑스와이지 대표, 정호석 법무법인 세움 파트너 변호사, 윤경민 세움 변리사 등이 창립했다. 2022년말 기준 최대주주는 류 대표(22.66%)다. 창업자 중 한명인 한 대표(9.44%)도 주요주주로 있다.

퓨처플레이는 '10년 내 인류의 삶을 바꿀 스타트업들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만든다'는 미션을 갖고 있다. 10년은 초기 스타트업이 인류의 삶 전반을 바꾸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을 의미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에쿼티 투자(Equity Investments)를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거나 직접 컴퍼니 빌딩(Company Building)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사업체를 만든다.

현재 류 대표를 제외하면 나머지 창업자들은 퓨처플레이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지는 않다. 류 대표는 "퓨처플레이의 세대 교체기"라며 "10여년 만에 훌륭한 리더십 팀을 만들었는데 이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퓨처플레이가 리더십 팀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퓨처플레이는 지난해 10월 권오형 각자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하고 류 대표와 권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리더그룹은 두명의 대표 뿐만 아니라 이원규 CFO(최고재무책임자), 최재웅 인베스트먼트 그룹 리드(Investment Group Lead) 디렉터, 안지윤 이노베이션 컨설팅 그룹 리드(Innovation Consulting Group Lead) 디렉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짧게는 2019년부터 길게는 2015년부터 류 대표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 가운데 다른 AC나 벤처캐피탈(VC)과 달리 퓨처플레이 입사 전까지 투자 경력을 가진 인물은 없다. 특히 VC 업계에서는 통상 공개 채용보다 업계에서 경력을 갖춘 심사역들을 영입하는 채용 방식이 주를 이룬다. 이와 비교하면 퓨처플레이는 전략적으로 사뭇 다른 경력의 인재들을 뽑은 셈이다. 채용 시스템도 정착했다. 특정 조건을 두지 않는 공개채용을 기본 방식으로 한다. 다만 채용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다.

예컨데 심사역을 선발해야 한다면 지원자들을 심사역이라고 가정하고 투자 의사결정과 관련된 인터뷰를 실시한다. 또 채용 과정에는 꼭 프레젠테이션(PT)을 포함시키며, 채용하려는 직책의 두단계 위에 있는 직책자들이 모두 면접에 참여한다. 더욱 까다로운 점은 면접에 참여한 평가자들 전원 동의가 있어야 채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처음으로 채용된 인물이 권 대표와 이 CFO다. 이들은 모두 등기임원이자 주주인 파트너다.

류 대표는 "퓨처플레이 설립 이후 공동 창업자 중 한명이 시스템으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공개채용 방식이 시작된 것"이라며 "스타트업에서 인맥을 통해 좋은 사람을 뽑는게 쉽지 않은데 시스템을 통해 채용한 인력들을 통해 훌륭한 리더그룹을 꾸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기존 투자자들과 다른 개념으로 접근하려고 했던게 지난 10여년간 성장 동력"이라고 역설했다.


◇창업 생태계 선구자 역할 주력, AC 개념 재정립 포부

퓨처플레이는 일반적인 AC나 VC와 다른 길을 걸어왔다. AC 자격을 취득한 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방안 중 하나를 이행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었다. 특히 류 대표는 퓨처플레이를 단순히 AC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AC의 개념 자체도 재정립 할 필요가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퓨처플레이는 투자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에 대한 컨설팅을 비롯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가교 역햘로 오픈 이노베이터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올해 창립 10년을 맞은 가운데 류 대표는 퓨처플레이의 재도약을 위해 향후 10년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비전을 마련해야 할 시기로 보고 있다.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하면서 류 대표 자신은 이같은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항상 새길을 개척해 온 퓨처플레이의 정체성 자체를 강화하는 쪽으로 비전을 그리고 있다.

퓨처플레이가 그동안 처음 시도하는 일은 적지 않다. 엑셀러레이터라는 개념이 생긴 것도 퓨처플레이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이 주무부처에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또 AC로서 처음으로 2015년 혁신모험 및 엔젤계정 출자사업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외에 오픈이노베이션 역시 퓨처플레이가 선도해 나갔다.

이노스페이스는 퓨처플레이의 투자 성향을 보여주는 극명한 투자 사례다. 국내 우주 스타트업으로 지난 3월 독자 개발한 엔진 검증용 시험 발사체 '한빛-TLV' 발사에 성공했다. 퓨처플레이는 2019년 이노스페이스 첫 투자사로 시드 투자를 집행했다. 이를 비롯해 전체 투자 금액 가운데 딥테크 분야에 투자한 비중은 65%를 상회한다.

퓨처플레이가 이처럼 새로운 시도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류 대표의 성향과도 무관치 않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엔지니어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업'이라는게 그의 지론이다. 마찬가지로 류 대표 자체도 그동안 없었던 것으로 새로 만들거나 개척하는데 강박을 갖고 있다고 얘기할 정도다.

특히 국내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학위를 취득한 인재들이 왜 창업에 소극적이라는 데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어떤 창업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엑셀러레이터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굳이 투자회사가 아니더라도 미래 지향적인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할지가 그가 떠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다.

류 대표는 "엑셀러레이터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투자 역량 보다는 정부 지원을 받아 스타트업 보육에 집중하는 플레이어로 인식되기도 한다"며 "퓨처플레이는 이와 달리 투자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AC 뿐만 아니라 웬만한 VC보다 투자규모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중독돼 있는 일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미래를 보고 일어날 일들을 남들보다 빨리 실체화하는 것"이라며 "퓨처플레이를 AC나 VC로 규정하기 보다 퓨처플레이로서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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