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6월 20일 07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자산운용 업계에 새롭게 등장한 키워드 중 하나는 ‘손익차등형’ 펀드다. 2월 VIP자산운용이 내놓은 ‘VIP 더 퍼스트’ 펀드를 시작으로 마스턴자산운용, 타이거자산운용 등 다수 운용사들이 속속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올초 신규 펀드 설정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판매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손익차등형 펀드는 수익증권을 선순위와 후순위로 분리해 손실과 수익을 차등적으로 분배하는 상품이다. 후순위 수익자의 경우 손실이 발생하면 먼저 떠안지만 일정 수익률을 넘어가면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선순위 투자자는 일정 구간까지의 손실을 회피할 수 있다. 통상 선순위는 일반 리테일 고객이, 후순위는 기관 혹은 펀드 운용사가 들어간다.
손익차등형 상품의 인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코로나 직후 폭락기에도 같은 구조의 손실차등형 펀드가 인기를 끌었다. 상황은 지금과 비슷했다. 증시 폭락기 직후 손실회피 성향이 강해진 고객들 사이 인기를 끌면서 자금이 크게 몰렸다. 이번에도 지난해 코스피가 25% 가까이 폭락한 이후인 올 초부터 손실을 피할 수 있는 손익차등형 펀드가 줄지어 결성되고 있다.
언뜻 봤을 땐 운용사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듯 보인다. 작년 대부분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올해 운용업계는 신규 펀딩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손익차등형 펀드는 신규 설정 펀드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판매사들의 러브콜로 빠르게 자금이 모이면서 올해만 6~7개의 손익차등형 펀드를 조성한 운용사도 등장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이번 돌풍이 긍정적인 현상인지엔 물음표가 찍힌다. 올해 조성되는 손익차등형 펀드 대부분은 펀드를 만든 운용사가 직접 후순위권자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운용사 자기자본으로 고객 자금의 손실을 보장하는 구조인 셈이다. 책임운용을 통한 신뢰는 긍정적이지만 절대수익이라는 헤지펀드 목표와는 상충된다.
시장 전체적 관점에서도 오히려 전체 파이를 잡아먹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일정 수준까지 손실을 보전해주는 컨셉트의 펀드가 많아진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실 위험이 있는 기존 펀드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손익차등형 펀드로 당장 수익자 모집은 쉬워질 수 있지만 결국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상반기 증시 반등에 아직까지 대부분 손익차등형 펀드들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시장을 관찰하는 입장에서 고객에 대한 손실 보장이 주요 전략인 펀드가 인기를 끄는 현 상황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롱숏, 메자닌, 비상장 등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보다 다양한 전략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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