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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밸류 분석]엔씨소프트, 주가향방 TL '북미' 반응에 달렸다'과금 완화' 모델 우려 시선…'북미 CBT' 이후 비즈니스모델 수정 가능성 잔존

손현지 기자공개 2023-07-10 13:19:54

[편집자주]

게임업계는 패러다임 변화의 과도기에 있다. 블록체인, 메타버스, AI 등 4차산업 기술 최전선에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가능성에 비해 기업가치는 저평가된 상태다. 올해는 저마다 신작 공세로 다시 한번 K-게임의 저력을 다지고 있다. 게임사 밸류 판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들을 다각도로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6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6년 만에 20만원대로 떨어졌다. 글로벌 기대작인 'TL(Throne and Liberty)'의 비즈니스모델(BM)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투심이 약해진 탓이다.

TL은 과금 유도 모델을 완화한 점이 특징이다. 엔씨소프트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리니지 IP가 높은 과금 모델로 탄탄한 팬덤을 만들었던 것과는 정반대 시도다. 리니지를 기대했던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 혹평이 이어지면서 주가도 영향을 받았다.

관건은 북미 유저들의 반응이다. 당초 비즈니스모델 손질이란 파격 시도에 나선 것도 북미·유럽을 아우르는 글로벌 보편성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해외에서도 혹평이 이어질 경우, 최종 BM을 수정할 가능성은 열려있는 셈이다.

◇CBT 이후로…크래프톤에 내준 시총 1위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초 주가가 20만원선으로 밀려나면서 게임업계 시총 1위 자리를 크래프톤에 내줬다. 5일 엔씨의 시가총액은 5일 6조4655억원으로 크래프톤(8조6327억원)에 이어 2위다. 국민연금도 엔씨소프트 지분을 8.4%에서 6.3%까지 줄였다.

양사 순위가 역전된 건 TL의 국내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가 발단이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엔씨소프트는 국내에서 지난 5월 24일부터 30일까지 약 일주일간 TL의 베타테스트를 진행했다.


TL 베타 테스트 대상자는 1만명에 달했다. 정식 서비스에 준하는 플레이 경험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다. TL의 세계관과 스토리, 날씨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심리스 월드와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지는 내러티브, 이용자가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이용자 대전(PvP) 시스템 등을 공개했다.

이전 사내에서 폐쇄적으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일반인들이 참여하면서 비교적 솔직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여러 커뮤니티에 올라온 테스트 평가를 종합하면 그래픽 부분에선 대체로 호평일색이었다. 빛 색감과 밤낮 구분, 날씨 변동, 물속 구현 등이 섬세하게 표현됐다는 것이다.

특히 '시즌 패스'를 적용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스킬이나 아이템 구성을 확대할 수 있는 요소였다. 뽑기 시스템 등 지나친 과금 유도를 지양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TL은 당초 리니지처럼 과금 유도 구조를 선호하는 유저들과, 과도한 현금 지출은 지양하는 무소과금 사용자 사이의 '중간' 층을 타깃으로 삼고 개발했다. 일부 과금요소를 적용시키면서도 적당히 컨트롤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다소 타깃층이 애매해진 부분도 있지만, 보편적인 타깃층을 공략한다는 점에선 의미가 컸다.

이는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둔 시도다. 구체적으론 북미·유럽 등 '서구권'을 겨냥하기 위한 전략이다. 과금요소를 완화해 '글로벌 보편성'을 살리고자 했던 의도가 컸다.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MMORPG로 만들겠다는 엔씨소프트의 의지가 담겨있다. 서구권에서 콘솔 플랫폼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처음으로 콘솔 플랫폼도 도전한다. 이를 위해 경험이 많은 아마존게임즈와 손도 잡았다.

다만 엔씨의 새 BM을 두고 호불호가 갈렸다. 앞선 리니지의 이미지를 기대했던 유저들은 높은 과금 유도가 가능한 게임이 아니기에 '불호' 의견을 내비쳤다. 그렇다고 현금 지출을 지양하는 무소과금 사용자의 호응을 얻은 것도 아니다. 어느 한 쪽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증권업계 시각도 엇갈렸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TL은 CBT 평가를 통해 충분한 무소과금 유저의 호응을 얻지 못했고 높은 과금 유도가 가능한 설계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긍정 전망 의견도 있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TL베타서비스 후기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가 있었지만, 아직 정식 버전과 정확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며 "추측성 반응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TL 공격시스템에서 무빙 공격 불가 등을 보완하고 코덱스 및 던전 등 컨텐츠를 보강하면 기존 리니지 게임보다 넓은 유저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BM 혁신, 왜 중요한가

TL은 'Play for All'을 표방한다. 엔씨소프트 성장의 밑거름이자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IP인 리니지와는 완전히 다른, 비교적 가벼운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한 것이다.

TL이 잘 하던 것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건 내부적으로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아온 IP인 이유도 있다. 지난 2021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TL 중간 개발 성과물을 점검하며 '넥스트 해리포터'라며 극찬한 것으로 알려진다. 길드워 엔진을 기반에서 언리얼엔진4로 기반 엔진으로 교체하는 등 방향성도 수정했다.

이젠 실패해선 안될 명분들이 추가되고 있다. 처음으로 아마존과의 협업 시너지까지 가미됐다는 점, 모바일게임 메인 차기작 '아이온2'의 제작 공정, '디아블로4' 등 경쟁작 등을 고려하면 그룹의 사활을 걸어야 할 시점이다. 엔씨가 블레이드앤소울 이후 무려 12년 만에 선보이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이기도 하다.

TL 개발 책임자인 최문영 수석개발책임자(PDMO)는 최근 개발자 노트에서 "TL BM이 우려지점인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BM 또한 글로벌 시장 이용자가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하겠다는 것이 개발진의 의지"고 말했다.


◇북미 CBT가 주목되는 이유

다만 근원적 스토리를 살펴보면 TL 역시 리니지와 무관하진 않다. TL의 약자는 'The Lineage', 리니지의 명맥을 잇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타이틀이다. TL은 본래 2016년 개발이 중단됐던 '리니지 이터널'을 개발자가 최 PDMO가 다시 핸들링하면서 발전시킨 IP다.

업계 안팎으로는 '사업성' 등을 고려해 BM이 수정, 보완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여전히 내부적으로는 리니지 라이크 BM을 이어가길 원하는 세력과, 아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글로벌 보편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견이 상충한다.

당초 TL 출시일을 두고 내부적으로 논쟁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최 PDMO가 이끄는 신규 개발 조직은 상반기 출시를, 김택헌 수석부사장 등 일부 사업조직은 하반기 연기를 주장했던 것이다.

관건은 아직 진행 전인 북미 지역에서의 TL CBT(비공개베타테스트)다. 현재 유저들 모집 단계에 있다. 북미 CBT는 아마존게임즈가 전담해 진행한다. 하반기 정식 출시까지 기간이 남은 만큼 북미 유저 피드백을 반영해 TL BM을 변경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최 PDMO는 "이번 테스트의 BM이 완성된 모습은 아니며 피드백을 통해 정식 서비스로 완성된 모습을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도 "TL은 전세계 BM을 일원화해 출시할 예정"이라며 "TL이 글로벌 진출을 위해 개발한 IP인 만큼 북미 CBT 피드백이 최종 BM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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