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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기관영업 전략]혜화동부터 관악까지…서울대학교와 55년 인연⑤대표 국립대학교와 거래의 상징성…격화된 유치경쟁은 부담

김형석 기자공개 2023-07-21 07:26:16

[편집자주]

농협은행은 기관 영업 강자로 이름을 날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법원, 공공기관의 금고는 으레 농협이 맡는 게 기정사실이었다. 국내 최대 점포수를 기반으로 탄탄한 지역 네트워크를 쌓아온 덕분이다. 기관영업에서 농협은행은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기관영업에 참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각 분야별 농협은행의 기관영업 전략과 현황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0일 10: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학교 1년 예산은 수천억원에 달한다. 주거래은행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자금조달처로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고객 유치도 수월하다. 한 대학교의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면 교직원과 학생 등 수만명의 고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곧바로 사회 취업으로 이어지는 만큼 장기 핵심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 국립대학교인 서울대학교 주거래은행 유치는 그만큼 상징성이 크다. 서울대의 특성상 은행권 대학 마케팅의 상징적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데다 학생·교직원 수와 운용자산 규모도 여타 대학교보다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서울대와 50년 이상 거래를 지속하고 있는 은행은 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과거 상호금융 운영시기부터 서울대에 점포를 운영하며 서울대 교직원과 학생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분석 과정을 서울대에서 진행하는 등 다양한 산학 협력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대학 주거래은행 유치는 벅차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대형 은행들이 막대한 출연금을 기반으로 전국 대학의 주거래은행을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농협은행 입장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대학교 주거래은행 수성에도 벅찬 상황이다.

◇ 농협은행, 서울대 55년 주거래은행 주인
농협은행 서울대지점. 네이버지도 캡처.

서울대의 운영 자금과 직원·학생 규모는 국내 대학교 중 가장 큰 편이다. 서울대의 지난해 재정 규모는 1조3077억원에 달한다. 이중 대학교 운영자산인 법인회계 자산규모는 9410억원이다. 이 기간 서울대 법인의 정부출연금과 등록금 규모는 각각 5379억원, 1807억원이다. 교직원과 학생 수는 각각 6082명과 2만8264명이다. 서울대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면 3만5000명가량의 고객 유치와 1조원의 자금조달이 가능한 셈이다.

서울대와 농협은행의 주거래은행 관계는 196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농협중앙회 신용사업부는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서울대 본교에 주재소를 개점했다. 농협이 지역조합이 아닌 중앙회 직속 영업부 소속으로 서울대에 점포를 개설한 데에는 그만큼 대학교 내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대 본교 캠퍼스가 관악구로 이전하자 농협은행도 관악캠퍼스에 새로운 점포를 냈다. 이는 현재 관악캠퍼스 자하연 인근에 위치한 농협은행 서울대지점의 시작이다. 현재 농협은행은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에 서울대지점과 공과대학 출장소, 연구공원·수의과대학·포스코스포츠센터·자연대강의실험연구동·신소재공동연구소 등 총 7곳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8년에는 과거 혜화동 본교 인근에 출장소를 개소했다. 이 출장소는 현재 서울대 의학대학원이 위치한 혜화동 언건캠퍼스 내에 위치하고 있다.

50년간 서울대와의 인연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은 지난 1월 고향사랑기부금 납부를 위해 농협은행 서울대지점을 찾았다. 서울대 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타 은행 점포가 있었다. 하지만 오 총장이 기부처로 농협은행을 택한 것은 오랜 기간 서울대와 농협은행의 관계를 말해주는 사건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서울대는 국내 1위 대학이라는 인식으로 은행들의 입점과 주거래은행 유치에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는 곳"이라며 "과거 한 은행이 기부금 50억원을 내고 현금지급기(ATM) 몇 대를 관악캠퍼스에 들여놓았다가 농협의 강력 항의에 결국 자진 철수한 전력도 있을 만큼 서울대와 농협은행은 50년 이상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단과대학별로 주거래은행을 선정하는 흐름이 지속되면서 캠퍼스 내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입점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울대에서 농협은행의 입지는 절대적"이라고 덧붙였다.

◇ 국립대 위주 영업 전략…출연금 확대는 부담

서울대와의 지속적인 인연을 맺어온 농협은행이지만 전체 대학 유치 현황을 보면 농협은행은 타 은행 대비 열세다.

신한·우리·농협·국민·하나은행 등 5대 은행 중 농협은행이 주거래은행으로 입점한 대학교는 40여곳에 불과하다. 농협은행이 입점한 대학은 서울대를 비롯해 공주대, 충북대, 부산대, 제주대 등 대부분 국립대다.

핵심 대학인 수도권 주요 대학 40곳으로 줄여서 보면 농협은행의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열세다. 농협은행은 서울대를 제외하면 협약을 맺은 곳이 없다. 반면 우리은행은 연세대, 성균관대와 서강대, 서울시립대, 중앙대 등 12곳에서 주거래은행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0곳과 6곳을 유치했다. 과거 대학 기관영업을 진행하지 않던 국민은행도 세종대 등 2곳에서 주거래은행을 맡고 있다.

농협은행이 대학 주거래은행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데는 출연금 부담 때문이다. 대학 주거래은행 유치 경쟁이 격화되면서 시중은행이 대학에 지급해야 하는 출연금을 확약해야 한다. 현재 4대 은행이 매년 대학에 지급하고 있는 출연금 규모는 1000억~2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3000억원을 넘었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적은 수치다. 금융당국이 출연금을 제한한 영향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출연금 외에도 건물 건립과 기부금, 장학금 등을 포함하면 출연금의 2~3배가량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대 은행 대비 자산 규모와 실적이 떨어지는 농협은행 입장에서는 출연금 부담을 키우며 적극적으로 대학을 유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과거 농협중앙회 신용사업 시절부터 각 공공기관과 지자체 시금고를 다수 맡아온 전력을 활용해 국립대 중심으로 주거래은행을 유지해왔다"면서도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시중은행들의 대학교 유치 경쟁이 격화될수록 농협은행이 대학 영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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