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7월 28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장을 위해 승부수를 던지는 중견기업들은 쉽게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기존 사업으로 탄탄한 기반을 다진 이후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변화를 꾀하지만 승부수가 때론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대유위니아그룹의 상황이 딱 그렇다. 위니아(옛 위니아딤채)와 위니아전자(옛 동부대우전자)를 한데 묶어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14년 말 당시 위니아만도를 인수해 가전업체로 사업을 확장한 지 9년 만이다.
M&A 초기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으로 사세를 키운 대유위니아그룹은 스마트저축은행과 골프장을 사들인 데 이어 김치냉장고 브랜드로 유명한 ‘딤채’의 위니아까지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M&A가 ‘득’이 아닌 ‘독’이 된 이유는 전략적 접근의 부재가 꼽힌다.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자동차 부품사업에서의 핵심 기술과의 시너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 치명타였다.
당시 딜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박영우 회장이 둘째 딸인 박은진 대유에이텍 상무에게 단순 제조업이 아닌 종합가전사를 승계해주기 위한 목적도 강했다고 입을 모은다. 2018년 동부대우전자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인수한 스마트저축은행을 되팔아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할 만큼 의지는 강했다.
하지만 물리적 합병으로서의 M&A의 문제는 금세 수면 위로 올라왔다. 기존 위니아딤채와 이후 인수했던 동부대우전자와는 시너지가 아닌 냉장고, 에어컨 등에서 영역이 중복되는 문제를 낳았다. 게다가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각오로 ‘대우'라는 브랜드를 내세웠지만 상표권 계약이 만료되면서 2020년 위니아대우에서 지금의 위니아전자로 사명을 바꿔야만 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려던 계획도 공염불로 만들었다.
이처럼 박 회장의 청사진은 무리한 M&A로 빛이 바랬다. 위니아전자는 인수 후 장기간 적자에 시달려왔고 지난해에는 재무구조 악화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위니아도 지난해 7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결국 대유위니아그룹으로서는 매각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야심차게 가전 업계에 출사표를 냈지만 결국 9년 만에 백기를 든 이유다.
신성장 동력은 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M&A는 성공의 과실이 너무나 유혹적이어서 부작용은 쉽게 간과된다. 대유위니아그룹의 사례는 외연 확장의 수단으로써 M&A가 기업의 흥망성쇠에 미치는 영향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바둑 격언에 ‘아생연후살타(我生然后杀他)’라는 말이 있다. 내 돌들이 미생(未生)인 상황에서 상대방을 무리하게 공격하다가는 도리어 내 돌이 위험해지는 것을 경계하라는 의미다. 따로 분리된 돌들을 살리는 방법은 두 가지 '각자도생'과 '연결' 뿐이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사업을 완생시키든 아니면 미생인 사업을 완생인 사업과 연결시키는 방법, 그렇지 않으면 결국 대마는 죽는다. M&A를 고려하는 중견기업이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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