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 IPO]달라진 두산, 크레딧 회복보다 '성장동력' 베팅전액 신주모집, 공모구조 강수…조달 빅이벤트에도 투자 무게
양정우 기자공개 2023-08-09 07:58:03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7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레딧(부채상환능력) 회복에 올인했던 두산그룹이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간 ㈜두산은 물론 그룹 계열사마다 자산 매각을 통한 재원 확충에 나섰으나 이제 신성장동력에 과감한 베팅을 준비하고 있다.㈜두산의 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공개(IPO)는 그룹 입장에서 자금 조달의 '빅 이벤트'다. 하지만 모회사의 재원 확충으로 이어지는 구주 매출을 제한하고 두산로보틱스가 모든 자금을 거머쥐는 신주 모집으로 공모 구조를 짜는 방안이 유력하다. 로봇 섹터에 선제적 투자를 벌이려는 이번 시도를 감행할 수 있는 건 ㈜두산의 펀더멘털 회복이 뒷받침된 덕이다.
◇상장 예심청구 후 승인 대기…100% 신주모집 '해외투자'
IB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공모주식 전량을 신주로 모집하는 방안으로 IPO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후 승인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그룹 기대주로 부상한 두산로보틱스가 신주 모집 100%로 공모 구조를 설정한 건 그간 두산 계열 전반이 고수해온 스탠스와 사뭇 다르다. 지난 2020~2022년 사이 ㈜두산, 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최대한 많은 유동 자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 과정엔 상징적 자산인 두산타워와 계열사(옛 네오플럭스 등) 매각 등 강도높은 조치가 포함됐다.
하지만 당분간 최대 규모 조달 이벤트로 여겨질 두산로보틱스 IPO에서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모회사가 공모 금액 일부를 거머쥐면서 그룹의 조달 카드로 쓰는 방안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이 계열사의 몸값은 1조5000억원에서 2조원 수준이다. 상장 이후 주가에 타격이 없는 선에서 구주 매출(10% 안팎)에 나섰을 때 ㈜두산이 1000억~2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거둘 수 있는 기회였다.
무엇보다 글로벌 로봇 섹터가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게 전액 신주 모집에 나서는 이유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규모가 2022년 2조2000억원에서 2025년 6조45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 예측한다. 같은 기간 국내 시장 규모는 1600억원에서 4800억여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런 고속 성장과 보폭을 맞추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수다. 현재 두산로보틱스 매출액의 70%가 해외에서 창출되는 가운데 최근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향후 공모 자금을 토대로 유럽에도 법인을 신설할 것으로 관측된다. 협동로봇의 수요가 높은 독일과 영국 등 주요 국가의 판매 채널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데 사력을 다할 방침이다.
◇모회사 ㈜두산, 크레딧 지표 개선 추세…주력 계열, 캐시플로우 정상화
두산로보틱스의 신주 모집 강수가 소화될 수 있는 건 단연 ㈜두산을 비롯한 핵심 계열사의 달라진 펀더멘털 덕분이다. 수년째 조달 총력전을 벌인 끝에 순차입금 구조가 뚜렷하게 개선됐고 주력 비즈니스에서 현금 창출력이 강화되고 있다. 크레딧업계에서 진단하는 신용도의 기류가 서서히 바뀌고 있는 이유다.
최근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에서 ㈜두산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0'로 평가했다. 아웃룩은 수년 간 고수해온 신용등급의 상향도 기대해볼 수 있는 '긍정적'으로 책정됐다. 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의 크레딧은 자체 펀더멘털뿐 아니라 계열 전반의 이익 창출력, 재무 안정성 등과 직결돼있다.
주력 계열사의 영업 실적이 호전되면서 계열 전반의 재무 건전성이 향상되고 있다. 대대적 자구안을 감행하면서 10조원을 상회하였던 그룹 순차입금(두산 연결기준)이 지난 3월 말 5조6000억원 안팎으로 감소했다. 대규모 자본 확충을 수반한 덕에 부채비율(156%)과 차입금의존도(29%)도 한층 안정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 크레딧 책정 지표인 '순차입금/EBITDA(두산 별도기준, 지난 3월 말)'도 1년 새 10.5배에서 8.9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중장기적으로 두산밥캣의 호실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도 사업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소형원전, 연료전지 등 계열마다 투자 지출이 예정돼있으나 개선된 현금흐름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IB업계 관계자는 "기록적 금리 인상 추세에 앞서 두산그룹이 선제적으로 부채상환능력을 개선했다"며 "크레딧이 우려될 당시엔 당연히 두산로보틱스의 구주 매출이 절실했으나 현재 IPO가 임박한 시점에서 전액 신주 매출을 감당할 수 있는 여건으로 탈바꿈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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