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11일 07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라는 조직이 있다. 과거 정치적인 사태와 삼성의 고초, 그로 인한 변화는 익히 알려져 있기에 언뜻 봐서는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할수록 기이한 기구다.준감위는 기업의 이사회가 아닌 협약에 근거해 외부에 설치된 독립적인 기구다. 준감위가 가진 권한을 볼 때 '옥상옥'이라고 표현하기에도 애매하다. 삼성 계열사가 요청한 사안에 관해 의견을 낸다. 하지만 권고일 뿐 법적인 효력은 없다. 이는 준감위의 태생부터가 법과 제도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여러 복합적인 상황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준감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간다. 지속가능성이 있는 기구인지에 대한 의문도 떠오른다. 이에 대한 답이 나올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현재 재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4대그룹의 전경련 재가입 이슈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대그룹 총수들은 전경련을 떠나는 결단을 내렸다. 전경련은 해체 위기에 처했지만 쇄신 노력을 거듭했다. 최근 4대그룹의 합류 논의가 활발해 임박했다는 관측이 쏟아진다. LG, SK, 현대차그룹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삼성그룹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의 합류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전경련의 위상 회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그룹을 이끄는 이재용 회장의 결단이 중요한데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준감위의 권고다. 준감위의 의견은 법률적인 힘이 없어 삼성이 꼭 지켜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크고 작고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여론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전경련 재가입을 준감위가 어느 정도의 강도로 고민하고 있을지는 모르나 이번 사안은 향후 준감위의 정체성, 역사적 평가를 결정짓는 중대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훗날 '준감위는 왜 존재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 이번 결정에 대한 평가가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현재 생각해 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삼성도 준감위도 재가입을 찬성하는 것을 우선 떠올려볼 수 있다. 삼성은 재가입하고 싶으나 준감위가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 언젠가 합류하더라도 준감위가 전경련의 추가적인 쇄신을 요구하는 방안 등이 있다.
어떤 경우가 됐건 준감위는 재계 안팎의 예상보다 더 높은 수준의 치밀함과 노련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거나 낮은 수준의 궁색한 찬성 논리도 곤란하다.
준감위의 존재감은 삼성이 가고자 하는 길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면 지적도 하고 보완을 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때 부각될 수 있다.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준감위에 주어진 힘은 역설적으로 삼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면, 한국경제의 든든한 선봉부대가 아니라면 준감위는 태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삼성전자가 약해진다면 준감위도 필연적으로 힘을 잃는다. 삼성은 좋든 싫든 한국경제의 첨단무기다. 여기에 국가·사회적으로도 부족한 부분을 선제적으로 나서 보충하는 막중한 역할도 한다. 잼버리 사태에서도 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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